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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 거행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녹조근정훈장 추서…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거대한 화마를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대장님을)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1분1초가 두려웠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21일 오전 9시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故(고)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장(52·소방령)의 영결식에서 광주소방서 함재철 소방위는 이 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대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대장님이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대장님께서는 동료들에게 잘못된 건 타일러 주시고 늘 우직한 모습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부디 좋은 곳에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영면하시길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유족, 장의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임종성·임호선·오영환 의원, 국민의힘 이명수·최춘식·김형동 의원, 신동헌 광주시장, 엄태준 이천시장, 신열우 소방청장,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기렸다.

 

영결식은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고인은 화마의 현장에서 앞장서며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대한민국은 고인의 열정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조전은 신 소방청장이 대독했다.

 

이재명 지사는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옷을 툭툭 털고 땀에 젖은 얼굴로 현장에서 나오는 김 구조대장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랐는데 끝끝내 김 구조대장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언제나 가장 뜨겁고 위험한 곳을 지키던, 가장 먼저 현장에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던 그를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이어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고 근복적 대책을 마련해 비슷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기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천천히 영결식장을 빠져나가자 김 대장의 어머니는 두 손을 뻗으며 아들을 목 놓아 불렀다.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김 대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도는 고인에게 지난 18일자로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앞서 김 대장은 이천 쿠팡 덕평불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6시간 만인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거세졌고, 11시40분쯤 김 대장 5명은 대피 명령을 받아 즉시 탈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4명은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 대장은 미처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곧바로 김 대장 구조작업을 전개했지만,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로 인해 불길은 점점 거세졌다.

 

이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 삼켰고, 이 때문에 구조작업도 건물 붕괴 등 추가 인명피해 우려로 일시 중단됐다.

 

이후 이틀이 지난 19일 불이 어느 정도 진화되자 소방당국은 오전 10시부터 20분간 건물 안전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구조대를 투입해도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나 구조작업이 재개됐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10시49분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김 대장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직업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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