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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변화가 두려운 장애인 가족

 

 

“탈시설을 반대하는 가족들이 나쁜 사람으로 매도되는 기분이에요. 장애를 가진 내 아이를 귀찮고 힘들어서 시설로 보내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중증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의 말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탈시설이 논의되자 암담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지도, 무작정 탈시설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장애의 경중을 따지고, 탈시설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을 우선 해 달라는 것이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거주시설을 축소·폐쇄하고, 지역사회에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집단 거주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학대가 계속되자 악습을 끊어내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결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향후 20년을 추진 기간으로 설정하고 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3년간 시범사업을 추진해 법령개정과 제도·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로드맵이 발표되자 거센 찬반논란이 불거졌다. 장애인의 자립 권리를 주장하는 찬성 측과 탈시설과 관련 없는 거주시설 변환의 로드맵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이다. 특히 장애인 가족들은 오래도록 탈시설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게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장애인의 보호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장애인 자녀의 돌봄에 삶이 치중되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고,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또 다른 자녀가 소외되고 가족 구성원들간의 활동은 당연히 상상할 수도 없다.

 

세상은 변화를 동경하고 변화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가족들은 변화가 두렵다. 장애인들과 가족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대안은 없는 걸까. 장애인의 행복을 위한 해답이 탈시설일까.

 

탈시설을 두고 무수히 많은 결정들이 오가지만, 찬성과 반대 어느 하나 만족하는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탈시설을 통해 장애인을 자립시켜 가족 돌봄의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그 달콤한 말이 오히려 가족들에게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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