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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38. 남한산성의 산과 절 이름에 담긴 예지(豫知)

 

남한산성을 주장성(晝長城) 혹은 일장산성(日長山城)이라고도 했는데,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남한산성에는 큰 사건을 예고한 이름들이 전해 온다.

 


수어장대가 있는 산 이름을 청량산(淸凉山)이라고 부르는데, 1779년에 산성에 들른 정조 임금이 "남한은 본래 이름이 일장산이었으나, 국조(國朝) 중엽 이후에 비로소 청량산이라 칭하였는데, 사람들이 청(淸)나라 군대가 침범할 징조라고 했다는데 사실이냐?" 하니 수어사 서명응이 "그것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 서로 전하는 말입니다" 하였다.

 

 

 


개원사(開元寺)는 불경을 많이 소장했고, 무게가 각각 200여 근이나 되고, 쌀 몇 섬을 담을 수 있는 큰 놋쇠 동이가 4개 있었다. 1637년 가을에 한 조각배가 사공도 없이 서호에 흘러들어 왔는데, 배 안에 대장경 책 상자만 있었고, 상자에는 ‘중원 개원사 개간(中原開元寺開刊)’이라는 일곱 글자가 있었다.

 

이를 임금에게 전달하니, 인조가 "이 책이 중국 개원사에서 나왔으니, 우리나라에 같은 이름을 가진 절을 찾아서 길이 간직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그 때 전국에 ‘개원사’는 남한산성에만 있어서 금란보(金襴洑) 열 벌로 싸고 이 절에 간수하게 하였다. 1666(현종7)년에 화약고에 불이 났는데 갑자기 반대쪽에서 바람이 일어 불을 껐고, 1694(숙종20)년 겨울에도 불이 나서 다섯 칸 누각이 모두 탈 것 같았는데,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 불을 껐기 때문에 누각 안에 보관하던 무기가 하나도 상한 것이 없었다.
 
한흥사(漢興寺)와 국청사(國淸寺)는 성을 쌓는 실무 책임자였던 각성(覺性) 스님이 1624년에 두 절 이름을 지었는데, 사람들이 그 뜻을 모르다가 호란 후에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었다. 한(漢)은 한(汗)과 발음이 같으니 한(汗)의 세력이 크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한(汗)은 여진족의 우두머리인 ‘칸’이다. 국청사는 청나라가 생긴다는 뜻인데, 이 해에 후금(後金)이 청(淸)으로 나라 이름을 바꾼 것을 깨달았다. 인조도 이를 기이하게 여겨 각성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국청사는 현재의 국청사 삼성각 뒤편에 있었다. 절의 위치가 부국(富局)에 있어서 부자 스님이 많다고 전해 온다. 현재 국청사 현판은 현대의 명필인 일중 김충현(一中 金忠顯)의 글씨이다.
 


성 동쪽에 험준하고 높은 봉우리가 ‘한봉(汗峯)’인데, 호란 당시에 청나라 군대가 이 산을 차지하고는 성안의 빈틈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관찰하였다. 그런데 병자호란 이전에 이미 한봉(漢峯)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정조 임금이 남한산성에 들렀을 때 이런 사실을 모두 일일이 확인하고 말하기를, "지명이 서로 부합된 것을 어찌 반드시 앞일을 예언한 말로 죄다 돌릴 수 있으랴마는, 후세 사람으로서 보면 일이 우연하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장경사에서는 호란 때, 한밤중에 적이 동쪽 성으로부터 돌격해 들어와 성이 거의 함락할 지경이 되니, 남녀가 서로 달아나면서 성안이 가마 속 끓듯 했다. 이 때, 어영별장 이기축(李起築)이 장경사에 있다가 죽을 힘을 내어 몸을 빼내 독전하니, 적이 물러갔다. 이에 임금이 직접 와서 위로의 말을 하고 특별히 직급을 올려주었다. 이기축은 머슴살이를 할 정도로 어려워서 이름도 제대로 못 짓고, 기축(己丑)년에 태어났다고 己丑으로 불렀다. 머슴 살던 주인집 딸이 그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결혼하여 부인의 재치로 인조반정에 참여해 공신이 되었는데, 인조가 이름을 기축(起築)으로 개명을 시켜주었으니 이름에도 예지가 담겨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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