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의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 등을 정교하게 위조, 땅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으려던 토지 사기단이 검찰 출신 한 법무사의 기지로 덜미가 잡혔다.
지난 82년 검찰에 투신해 수사관으로 근무하다 96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개업한 법무사 김모씨는 지난 달 21일 수원 영통에 땅 1천400여평을 가지고 있다는 `Y씨 일행'의 방문을 받았다.
"70억원짜리 땅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5억원을 대출을 받고 싶은데 근저당을 설정해 달라"며 Y씨는 주민등록증과 땅 등기권리증 등을 내밀었다.
수사 일선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김 법무사는 이들이 건넨 빛바랜 등기권리증에 찍힌 수원등기소 도장의 날짜가 엉터리로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원등기소가 설립된 것은 2001년이지만 등기권리증의 도장에는 수원등기소가 94년에 도장을 찍어 준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
등기소가 생기기 한참 전에 등기소 도장을 받았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
김 법무사는 방문한 이들이 수원 영통의 실제 땅주인 Y씨 일행도 아니고 Y씨의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을 위조한 전문 토지 사기단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내일 사무실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이들을 태연히 돌려보냈다.
이들이 떠나자마자 김 법무사는 검찰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수사3과 한모 수사관에게 전화로 긴급 제보했고 Y씨를 사칭한 김모(42)씨 등 토지 사기단 일당 5∼6명은 김 법무사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가 검거됐다.
검찰은 이중 김씨와 정모(51)씨 등 2명을 수원 영통의 토지 주인 Y씨를 사칭해 Y씨의 시가 70억원 상당의 토지 1천400여평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지난 26일 구속했다.
또 주범 서모(40)씨가 익산에 있다는 공범들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서씨는 공범들이 수사관들에게 검거됐다는 소식을 들은뒤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검찰은 서류를 위조한 공범들의 신원을 확인, 이들을 수배했으며 이들이 성남, 양평 등 경기도 일대에서 다른 토지사기에 연루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