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길에서 아기 낳아야 하나.”

코로나19에 확진된 산모들이 병상 부족으로 장거리 출산이 이어지자 불안에 떨고 있다. 병원을 찾아 운좋게 출산을 하더라도, 조기 퇴원이 권고될 수 있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산모들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의 한 확진 산모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경남 창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구급대는 경기, 서울, 강원 등 전국 병원 30여곳을 확인했으나 확진 산모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후 경상대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신고 후 약 5시간 40분 만에 경상대병원에 도착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기도 광명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당시 확진 산모는 인근 병상이 없어 신고 후 약 6시간 15분만에 충남 홍성에서 119구급대로 이동해 출산했다.

소방당국은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전담 의료진과 병실이 부족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는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임신·출산 관련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확진 산모들이 조기 퇴원을 권고 받거나 직접 병원을 물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람이분다’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산모는 "신랑과 첫째가 확진을 받았고 제왕절개 분만 예정이다"며 "(임산부 확진시) 출산은 가능하지만 조기 퇴원이 권고될 수 있다"고 고민을 공유했다. 이어 "제왕절개는 기본 6박 7일 입원이지만 3일 정도 후에 퇴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며 "어떻게든 출산은 가능하지만 쫓기듯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게시물에 대부분의 산모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떠도는 사례가 최근 속출하면서 임신부들의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신부들은 인터넷 등에 의존하며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재 맘카페 커뮤니티에서 산모들은 "출산을 받아주는 병원이라 다행이다", "제왕절개 후 별다른 조치 없이 아기 데리고 퇴원하라고 하더라" 등 확진시 병상 확보와 출산 여부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놨다.

‘뿌아암’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산모는 "출산이라도 돼서 좋아보인다. 저희는 아예 보건소 통해 다른병원 알아봐야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튼튼요요요’라는 닉네임을 쓰는 또 다른 산모는 "저는 아예 출산 안되고 산모가 직접 119에 전화하거나, 병원 알아봐야 한다고 하더라"며 글을 올렸다.

경기신문은 산모들이 밝힌 일반병원에 확인해 본 결과, 병원 관계자는 "확진 산모의 분만이 끝나도 아기도 검사를 하고 격리시켜 잠복기를 기다려야 하는 등 산모와 아기 모두를 살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며 "조기퇴원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산모들은 주치의의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조기퇴원을 권고하곤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확진 산모가 분만을 하려면 산과 전문의랑 코로나 관련 내과 전문의 두 분이 협진을 해야 하는데 일반 종합병원에는 산과 전문의가 거의 없다"며 "정부에 (인력 보충을) 요구해도 산모와 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기에 정부가 구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코로나 거점 병원인 남양주 한양병원 관계자는 "거점 병원은 확진된 분들만 응급차를 타고 오고 있지만, 일반 병원의 경우 코로나 환자 진료를 보지 않거나 산부인과가 없을 수 있다"면서 "거점 병원의 경우에도 고정 상주해 계시는 의사가 아니라 산모가 있을 경우 파견을 오셔서 진료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