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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발전위해 미력한 힘 보탤터"

“땅은 거짓을 모릅니다. 흘린 땀만큼 수확을 거두는 땅은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무릇 땅의 이치를 깨달아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면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과천동 6천평의 배 밭에서 가을걷이에 바쁜 과천시의회 이경수 의원은 간편한 작업복을 걸친 모습이 여느 농민과 다를 바 없었다.
삼포마을 끝에 자리한 청계산자락의 배 밭은 아직 수확하지 않은 늦배가 봉지에 쌓인 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의원이기에 앞서 농사꾼을 자처하는 이 의원답게 땅 얘기를 먼저 꺼냈으나 꼬리엔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이 담긴 말을 인사처럼 건넸다.
“올해는 배가 작년보다 씨알이 잔 대신 당도가 높아져 잘 팔릴 것으로 보는데 어떻지 모르겠습니다”
배 밭을 거닐며 세상사는 얘기나 하자는 말을 해놓곤 연이어 나오는 말 역시 농사얘기다.
나무터널 사이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올해는 하는 일 없이 바빠 광합성을 높이기 위한 가지 유인작업과 주 가지와 세력다툼을 벌이는 묵은 가지의 전지를 못했다며 겸연쩍어 한다.
배나무에서 따 날렵하게 깎아 준 배를 아삭한 입 베어 문 순간 혀끝엔 꿀맛이 스며든다.
딴 배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칼날 같은 질문을 퍼붓던 특위활동과는 다소 낯설어 묘한 감정이 들었으나 어느 날 어느 술집에서 쌀 개방문제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 열변을 토하던 그를 떠올리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싶다.
경희대를 졸업, 유명 외국업체에서 평범한 셀러리맨 길을 걷던 그가 농촌에 정착한 것은 15년 남짓.
수확한 배를 밭떼기 째 팔면서 사료 값도 못 건졌다며 한숨을 쉬는 아버지를 휴일을 맞아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 목격하고 피폐해진 농촌을 살리겠다는 일념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과천행을 택했다.
“아내는 나의 결심을 순순히 따라주었습니다. 이런 아내에게 지금도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지요”
농촌에 뿌리를 내린 후엔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오로지 땅과 씨름한 그로선 시의원 출마는 외도라면 외도였다.
“자격미달이라고 극구 사양했지만 한편으론 지역사회를 위해 시의회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당선 후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만 시민들의 평가가 두려울 뿐입니다”
말은 그렇지만 시민들이 바라보는 이 의원의 의정활동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행감이나 예산심의시 합리적인 질문에 이어 관계자의 답변을 들은 후 대안제시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충실히 하면서도 시정이란 짐을 함께 져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내면에 항시 깔려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집행부의 문제점을 까발리기 앞서 항시 시 발전과의 상관관계를 먼저 모색하는 그의 자세는 과천토박이로 깊은 애향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기무사이전에 맞선 삭발투혼과 화훼유통단지 축소반대 등도 애향심과 무관하지 않다.
“과천은 나와 이웃이 길이 살 땅입니다. 그런 과천의 발전을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자는 것이 과욕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뷰 요청시 ‘낯 간지럽다’며 고사할 정도로 꾸밈없고 소박한 그와의 짧은 만남을 끝내고 돌아선 등뒤엔 과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의 농부와 깊어가는 가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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