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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존중·맞춤형 급식으로 매일 행복한 고민…영성중 ‘부분 선택식 메뉴’

미래 교육과 동일하게 교육급식에도 개성·참여 중시해야
메뉴 하나하나에 의미·정성…“어떤 것을 먹든 후회 없어”
'학생참여 교육급식'으로 만족도와 주체적 식생활 가능
영양교사 “공부로 지친 학생들이 급식으로 즐거움 느끼길”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영성중학교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함께 참여하는 교육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급식’이라고 하면 사람들 대부분은 선택권이 없는 한 가지 메뉴의 급식을 떠올린다. 반면 영성중은 메뉴의 5개 품목 중 1개를 두 가지 맛을 준비해놓는 ‘부분 선택식 메뉴’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희망 식단을 직접 듣고 반영하는 ‘식단 공모제’나 환경보호 일환으로 자발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텀블러데이’ 등 학생참여 교육급식 활동도 꾸준히 진행한다.

 

이처럼 급식실에는 다양한 메뉴와 활동들이 기다리고 있어, 270명의 영성중 학생들은 매일 학교 갈 생각에 들떠있다.

 

3학년 김한울 학생은 “우리 학교 급식은 일주일 내내 거를 것 없이 맛있는 메뉴가 나와 영성중의 자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또 다양한 메뉴들로 음식에 대한 지식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영성중 학생들이 이토록 점심시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전가람 영양교사의 급식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그는 학생들의 미래 교육이 개성과 참여가 중요시되는 것처럼 교육급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가람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교육급식에 직접 참여해 함께 급식을 만들어 나갈 때, 진정한 교육급식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급식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내 입맛대로 골라 먹는 ‘부분 선택식 메뉴’

 

‘선택식단’은 ‘부분 선택식 메뉴’와 ‘선택식 메뉴’로 크게 나뉜다. 부분 선택식 메뉴는 주메뉴나 부반찬 일부를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식 메뉴는 대학식당처럼 복수 메뉴 또는 카페테리아식 메뉴로 구성된다.

 

이 중 영성중은 부분 선택식 메뉴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하게 선택지를 나눈 것이 아니라 메뉴 하나하나에 의미와 정성을 담았다.

 

화끈한 불닭덮밥과 매운맛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순한 맛 데리야끼 치킨덮밥, 따뜻한 잔치국수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들을 위한 김치말이 국수, 고소한 크림소스 파스타와 매콤한 볼로네제 파스타 등 학생들의 기호를 고려해 구성했다.

 

아울러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김과 같은 단순 대체식이 아닌 맛있는 메뉴를 따로 준비해놓는다.

 

영성중 학생들은 선택식단이 나오는 날엔 점심시간만 기다려지고,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더 맛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2학년 이동환 학생은 “선택식단 날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맛있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단 생각에 심장이 떨린다”며 “사실 어떤 메뉴를 먹든지 전가람 선생님의 메뉴 선정과 조리사분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후회가 없긴 하다”고 전했다.

 

전 영양교사는 “매년 신입생들에겐 ‘급식 때문에 영성중에 왔다’, 졸업생에겐 ‘이제 영성중 급식을 먹을 수 없다니 너무 슬프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영양교사로서 크나큰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 ‘식단 공모제’, ‘텀블러데이’…학생참여 교육급식으로 만족도↑

 

영성중은 학생들의 다양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학생참여 교육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학생자치회 소속 교육급식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식단 공모제’다.

 

교육급식부는 두 달에 한 번씩 급식판 그림이 그려진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드는 급식’ 신청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학생들은 영양 균형과 식재료비를 고려해 원하는 식단을 급식판 그림에 채워 제출한다.

 

교육급식부는 전교생의 투표를 거쳐 우승자가 선정되면 상품을 증정하고, 해당 식단은 식단표에 반영한다. 매번 공모제가 열릴 때마다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평소에는 식생활관 게시판이나 조사함, 학생회실 앞 바구니를 이용해 수시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 밖에는 텀블러 가져오면 음료를 가득 담아주는 ‘텀블러데이’, 잔반이 없으면 빨리 퇴식할 수 있는 ‘하이패스 퇴식구 운영’,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식단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학년 김한길 학생은 “우리 학교는 식단도 으뜸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양한 학생참여 활동”이라며 “그 중 텀블러데이는 환경오염도 줄이고 학생 만족도도 높여줘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맞춤형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인공지능 푸드 스캐너도 도입했다.

 

스캐너는 학생들이 식사 전후로 얼굴과 급식판을 스캔하면 잔반량, 섭취열량, 영양성분, 식사시간 등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호불호 음식과 추천메뉴, 식습관 점수 등을 산출한다.

 

영양교사는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식단을 연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식습관을 알고 좀 더 건강한 식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인근 학교 영양교사들과 식단 개발과 운영 방식 공유 등을 하는 ‘마을단위식단연구’도 진행한다. 이처럼 영성중은 학생들에게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 영양교사는 “학생참여 교육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식생활 교육이 주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다양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급식 운영을 위해 자율배식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선택식을 구상하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전가람 영성중학교 영양교사

“공부로 지친 학생들이 급식으로 즐거움 느끼길”

 

지난 2018년 영성중에 부임한 전가람 영양교사는 모든 학생이 만족하는 급식을 제공해주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그는 급식을 ‘동행’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 영양교사는 “영양교사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급식을 만들 수 없다”며 “때론 엄마같이, 때론 친구같이 학생들과 소통하며 동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영성중에 발령받았을 때부터 학생자치회 산하 교육급식부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주 회의를 열고 양질의 교육급식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렇게해서 2019년 영성중에서는 ‘부분 선택식 메뉴’ 운영이 시작됐다.

 

전 영양교사는 초반에 제한된 인력·예산으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실패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고작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선택식 범위를 확장해야겠다는 동력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급식부 학생들과 함께 식단과 운영방식을 보완해 나가면서 지금의 급식실을 만들었다.

 

그는 “교육급식부가 활성화 될수록 부분 선택식 메뉴도 잘 운영되고,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며 “또한 교육급식 참여도도 높아지면서 편식과 잔반량이 감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훗날 학생들이 영성중을 회상했을 때 급식이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르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전 영양교사는 “올바른 식습관 형성, 건전한 심신 발달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 오는 즐거움이 급식이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며 “공부로 지친 학생들이 급식을 통해 잠시나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내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해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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