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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영양 모두 갖춘 전통음식이 급식으로…수원 칠보중 ‘역사 속의 밥상차림’

다양한 식단으로 풍부한 식문화 경험, 질 좋은 식사 제공해
전통음식 조리법, 유래, 역사적 의의 등 학생들 역사 지식↑
24절기·세계 각국 음식 체험…“급식으로 스트레스 해소”
“영양 풍부한 음식으로 건강한 육체·정신을 갖는 것 중요해”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칠보중학교는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식문화와 전통음식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독특한 교육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칠보중은 지난해 서구화된 식사와 퓨전 음식에 길든 학생들에게 전통음식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맛이 없다는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역사 속의 밥상차림’을 도입했다.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이 식단은 수원의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에게 전통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 특히 정조대왕이 먹었던 밥상 등을 소개하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 밖에도 ‘세계음식의 날’, ‘절기음식의 날’ 등 다양한 이벤트 식단을 진행하며 세계음식과 전통음식을 골고루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673명의 칠보중 학생들은 달마다 이번에는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며, 맛있고 영양이 골고루 들어간 식사를 통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3학년 송채현 학생은 “칠보중 급식은 평소에도 맛있는데, 이벤트 식단이 나오는 날에는 더 맛있고 색달라서 점심시간만 기다리게 된다”며 “특히 영양사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맛과 영양을 챙기기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급식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칠보중에 부임한 이영미 영양사는 이러한 이벤트 식단을 통해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이용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급식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즐거운 교육급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 영양사는 “화려한 급식, 학생들이 선호하는 급식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식단을 통한 풍부한 식문화 경험과,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제공해줄 수 있기에 이러한 교육급식을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 우리나라 전통음식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역사 속의 밥상차림’

 

칠보중의 자랑거리인 ‘역사 속의 밥상차림’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통해 학생들이 우리 식문화와 역사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식단 프로그램이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은 칠보중을 포함해 마을단위 5개 학교가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학교들은 매달 전통음식 주제를 정해 조리법과 유래, 역사적 의의, 기록된 역사서 등을 학생들에게 안내·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명물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주제를 정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정조대왕 양로연상(養老宴床)’이 있다. 식단은 검은콩밥, 두부탕, 돼지고기편육, 콩나물무침, 깍두기, 매작과로 구성됐다.

 

이는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대해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적혀있는 식단으로, 정조가 회갑연 다음날 낙남헌에서 노인 관료 15명과 현지 노인들 384명에게 양로연을 베풀었을 때 먹은 것들이다.

 

이때 오른 음식은 두부탕, 편육, 검은콩찜, 생과일 등으로 노인들을 배려한 부드러운 것들 위주였다. 이같이 역사서 속 전통음식을 반영해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정조의 일상식인 ‘반수라’도 있었다. 정조가 가을·겨울에 자주 먹던 음식은 계절 재료인 명태를 사용한 명태탕, 돼지고기에 된장 양념을 해 감칠맛 나게 구워낸 맥적, 기관지에 좋다는 겨울철 대표 식품 도라지를 사용한 잡채 등이다.

 

3학년 이준기 학생은 “전통음식을 통해 몰랐던 역사도 알고 식단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더 맛있고 재밌게 먹을 수 있었다”며 “영양가 있고 학생 입맛에 맞춰진 급식을 먹어서 더 건강해진 것 같고 학교 오는 것도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이 영양사는 “맛이 없다는 편견이 심한 전통음식들을 접해보면서 음식 하나하나의 특징과 맛을 이해하고, 우리 역사 속에 묻어있는 식문화의 의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학생들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식문화를 잘 배워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24절기도 배우고, 세계 각국도 체험하는 칠보중 급식실

 

칠보중은 지난 2020년부터 24절기에 맞춰 식단을 짜는 ‘절기음식의 날’과 달마다 한 국가의 대표 음식을 제공하는 ‘세계음식의 날’도 운영하고 있다.

 

급식 제공에 앞서 가정통신문을 통해 식단 선정 배경과 의의, 유래, 절기나 국가의 특징, 음식 조리법과 소개 등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 자신이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인지하도록 돕는다.

 

‘절기음식의 날’의 경우 3월 춘분, 4월 청명과 한식, 5월 소만, 6월 단오, 7월 복날, 9월 추석, 11월 입동, 12월 동지에 맞춰 식단을 구성했다.

 

지난달이었던 11월의 입동은 특별히 절일로 여기지 않지만,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의 기준 날로 알려졌다.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상들이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은 햇곡식으로 만들어 먹었던 팥시루떡, 도랑에 겨울잠 자던 살찐 미꾸라지들을 잡아 만들었던 추어탕과 함께 김치, 수육을 제공했다.

 

이번 달에는 동지의 대표 음식인 팥죽을 준비할 예정이다.

 

‘세계음식의 날’은 대만, 프랑스, 베트남, 인도, 스페인, 중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국가들의 대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학생들은 급식에서 볼 수 없을 법한 색다른 음식이 나올 때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3학년 문채윤 학생은 “친구들이랑 ‘학교에 급식 먹으러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매달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영양사는 “학생들이 점심시간만이라도 급식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식단을 통해 학생들에게 식문화도 알리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맛있다고 엄지척해주는 칠보중 학생들 덕분에 더 힘이 나서 좋은 급식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지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맹성호 칠보중학교 교장

“영양 풍부한 음식으로 건강한 육체·정신을 갖는 것 중요해”

 

지난 2020년 9월 칠보중에 부임한 맹성호 교장은 ‘학교 급식은 곧 학생’이라며 양질의 학교 급식을 제공해야 학생들의 만족도과 행복감도 그만큼 상승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수학습만큼 교육급식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승해 생활이나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기에는 따뜻하고 영양가 많은 음식 섭취를 통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칠보중 학생들이 집에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나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음식도 먹어보고, 다양한 음식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맹 교장은 교육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건강·행복뿐만 아니라 식문화 등 다양한 지식도 함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칠보중은 수업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 급식과 연계해 다양한 식문화와 전통문화를 교육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세계 여러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고취해 풍부한 지식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칠보중의 자랑이 된 식문화 교육급식이 활성화되고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급식실에서 학생들을 위해 힘써주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맹 교장은 “이영미 영양사님의 사랑이 담긴 식단과 조리사분들의 정성이 담긴 조리로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급식을 만들어주고 계신다”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이것을 고스란히 느껴 만족도가 200%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좋은 교육급식을 통해 모든 학교 구성원이 행복해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가길 바란다”며 “교장으로서도 양질의 급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정해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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