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따뜻하니까. 지하철에 앉아서 종일 한 바퀴 돌지.”
눈이 10㎝ 정도 쌓이고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던 15일 밤 수원역에서 만난 노숙인 A씨(60).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추운 듯 온몸을 떨며 말했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그는 이날 지하철을 타고 종일 돌다가 밤 늦게 수원역으로 왔다고 했다.
지난주 중순부터 수도권 일대에 찾아온 한파는 노숙인과 같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취약 계층에게 일반 사람들보다 몇 배는 큰 시련이다.
한파로 인해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에 시달릴 수 있고, 심각한 경우 동사하기도 한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달 17일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수원역 일대, 공원 등 노숙인 거점지역을 야간 순찰하며 노숙인의 건강 상태와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에게는 ▲응급구호 물품 제공 ▲시설 입소 유도 ▲입원 치료 안내 등 조치를 하고 있다.
노숙인들의 동사 사고 등을 대비하고자 수원시는 한파 대피소 ‘정나눔터’를 취침 공간으로 임시적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이용율은 저조하다.
또 경기 남부권에 노숙인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수원 다시서기 지원센터 ‘꿈터’가 한 곳 있지만 노숙인들은 그곳에서 생활하기를 꺼려했다.
20년째 노숙생활 중이라는 B씨(70)는 쉼터보다 역사에서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 “무슨 교육부터 들으라고 하고. 거기 있으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간이 좁은 밀집 구조이며, 취침 공간 내 코골이를 하는 사람이 있어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시설 내 규율 등이 강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다.
B씨는 “시설 내 규율이 군대보다 심하다”며, 자신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 등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다보니 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시설 입소를 꺼리는 노숙인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노숙인 보호 시설이 일시 거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의 안형진 상임활동가는 “코로나19 재난상황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로 대표되는 집합적 잠자리만을 고집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시설 입소가 아닌 더 많은 주거지원 옵션들이 노숙인 등 정책대상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고시원, 쪽방 등 임시거처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주거로의 상향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이설아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