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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함 뒤의 따뜻함…‘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옥희와 독립운동가 동생 박해웅 이야기
일제강점기 속 독립운동 활약으로 희망 전해

 

일제강점기, 쿠로이 저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호텔을 지으려는 가네코와 요시다는 쿠로이 저택에 귀신이 산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를 무시하고 호텔 건축을 이어가려는 그들 앞에 창문 커튼이 저절로 닫히고 집안의 물건이 움직이는 등 귀신이 나타난다.

 

2021년에 초연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두 번째 무대에 올랐다.

 

이 뮤지컬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인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 블루’ 선정 이후 2020년 창작산실의 ‘올해의 신작’에 선정됐고, 2022년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400석 미만의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집안에 살고 있는 귀신은 지박령 옥희다. 옥희는 6년 전 집에 불이 나 죽은 귀신이다. 대한독립군의 자식으로, 아버지가 죽은 후 친구인 아저씨의 손에 맡겨진다. 독립군의 자금을 관리하던 아저씨는 자금을 노리는 요시다와 대립한다.

 

부모를 잃어 옥희는 상심하지만, 아저씨의 저택에 있는 풍금으로 살아갈 의지를 다진다. 아저씨와 함께 불렀던 노래로 행복해하지만 그 날 밤 아저씨는 요시다의 손에 죽는다. 저택마저 요시다에 의해 불타고 옥희 마저 죽는다.

 

귀신이 된 옥희는 처녀귀신, 아기귀신, 선관귀신, 장군귀신과 함께 살아간다. 성불하면 원한을 씻고 승천할 수 있는 귀신들은 소원을 들어줄 인간이 나타나길 만을 기다린다.

 

어느 날 형이 준 시계에 이끌려 쿠로이 저택에 끌려온 박해웅은 귀신들과 약속한다.

 

독립운동가이자 아저씨인 박해영의 동생인 박해웅은 옥희의 사연을 알고 귀신들을 돕는다. 호텔이 된 쿠로이 저택을 지키고 독립운동가의 자금을 되찾는다. 사실 독립운동가였던 가네코는 저택을 독립운동가의 거점으로 사용하고, 자금을 훔친 요시다는 벌을 받게 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죽은 줄 알았던 독립운동가 박해영은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독립운동가들의 거점이 된 쿠로이 저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친숙한 귀신들을 등장시켜 독립운동을 지지한 점이 신선하다.

 

옥희를 포함한 모든 귀신들은 박해웅의 도움으로 승천하게 되고 행복하게 산다. 바다가 보이는 쿠로이 저택에서 옥희가 부르는 ‘쿠로이’, ‘풍금을 쳐줘’ 등 넘버들은 출연진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한다. 박해웅이 부르는 ‘저 문을 넘어’ 역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옥희와 박해웅의 조화는 일제강점기 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상황을 알리며 희망을 전한다. ‘귀신’이라는 소재로 오싹하게 만드는 무대는 여름날 극장을 시원하게 만든다.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소품들은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 원한을 풀고 하늘로 승천한 귀신들은 쿠로이 저택을 지키려는 장치가 된다.

 

해웅 역에 정욱진, 황민수, 이주순, 옥희 역에 송나영, 홍나현, 신가은이 출연한다. 가네코·아기귀신 역에 한보라, 박시인, 아저씨·선관귀신 역에 원종환, 유성재, 최호중이 나온다. 요시다·처녀귀신 역에 김지훈, 신창주, 노다·장군귀신 역에 이경욱, 서동진이 나온다.

 

신나게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쿠로이 저택’은 2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플러스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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