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일생의 연구를 통해 물질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연구 과정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선수범해 연구 결과의 상용화를 시험한 마리퀴리의 삶은 과학적 성공을 넘어 과학자가 가져야 할 연구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삶을 다룬 뮤지컬 ‘마리 퀴리’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여성 이민자라는 편견 속에서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마리 퀴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고 평가받는다.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방사선 연구의 시작을 알렸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그녀가 폴란드 과학자로서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최초 여성 교수가 된 일화부터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그녀가 발견한 방사성 원소가 세상의 관심을 받고 사용 되면서 일으킨 사회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그린다.
라듐과 폴로늄은 방사성원소로 스스로 분해하며 빛을 내 사람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았다. 립스틱, 시계, 옷 등에 다양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이런 성질 때문에 인체 조직을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는 등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마리 퀴리를 후원한 기업 ‘언다크’는 라듐과 폴로늄 공장의 직공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은폐했다. 단순 매독이라고 사인을 발표했으며 상업적 성공만을 바랐다.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마리 퀴리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인체에 위험한 물질임을 알리고 직접 실험에 나선다.
마리 퀴리를 지지했던 직공 ‘안느 코발스키’가 직공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며 시위에 나서고 마리 퀴리가 이를 지키겠다고 건물에 올라 약속하는 장면은 극의 하이라이트다. 힘없이 죽어간 직공들의 억울함과 연구 결과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과학자의 진실성이 짙은 호소력으로 전달된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무대는 소르본 대학교 강의실과 마리 퀴리의 연구실, 암 치료를 진행하던 병원 세 곳이 함께하는 회전 무대로 연출된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배우들은 실감나게 퀴리의 고뇌를 전달하며 공장과 기숙사, 2층 높이의 건물 등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어두운 무대에서 스스로 빛이 나는 라듐을 구현해 마리 퀴리가 라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감동을 생생히 전달한다.
마리 퀴리의 넘버가 한 과학자의 삶에 집중하게 만들며 실험과 강의, 연구에 집중된 인물의 내면을 풍성하게 비춘다.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의 사랑과 딸 ‘이렌 퀴리’의 대사들로 마리 퀴리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실험도구를 ‘탁탁탁’ 세 번 치는 등 섬세한 표현으로 마리 퀴리의 면면도 볼 수 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20년 초연으로 그해 제 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 프로듀서상,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 5개 부문의 상을 받았으며 2022년 7월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으며 폴란드와의 문화외교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예술인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K뮤지컬 로드쇼’에도 소개돼 2019년 중국, 2022년 영국 런던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에 라이선스로도 수출돼 2023년 3월 일본 도쿄 텐노즈 은하극장, 4월 오사카 우메다 예술극장에서 관객의 큰 호평을 받았다.
한 과학자의 삶과 그녀의 고뇌,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마리 퀴리’는 2월 1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