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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다… 연극 ‘빵야’

일제강점기 생산된 장총이 현대 영화촬영장에서 소품으로 쓰일 때까지 일화
1인 2역으로 14명의 캐릭터 연기…전쟁의 비극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
9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내는 소리 ‘빵야’. ‘빵야’라는 이름을 가진 소총이 풀어놓는 한국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간을 지나 수많은 개인을 소환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 앞잡이였던 기무라, 그에게 끌려가 사랑하는 사람을 쏘게 된 길남, 독립군 강포수의 딸이었던 선녀, 인민군 아미, 배고픔에 군인이 된 무근, 돌격대 설화 등은 전쟁과 이념 앞에 스러져간 개인이었다.

 

서울 대학로 예스24 아트원 1관에서 연극 ‘빵야’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초연했고, 올해 재연이다. 제61회 K-Theater Awards 대상,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23 공연 베스트7’에 올랐다.

 

텔레비전 편성 불발로 5년째 글을 쓰고 있는 작가 ‘나나’는 영화소품창고에서 99구경 장총을 보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

 

 

‘빵야’는 인명살상 무기인 장총을 의인화 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총으로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고통스러워한다.

 

일본군 장교의 손에서 먼저 삶을 시작한 ‘빵야’는 여러 주인을 만난다. 독립군, 인민군, 빨치산 돌격대, 서북청년단 등을 거치면서 빵야는 누구의 편도 아닌 그저 누구의 손에 들렸는가에 따라 한때는 같은 편이었고, 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절규한다. 그래서 빵야는 늘 평화를 노래하는 악기 '호른'을 부러워한다.

 

이런 와중에 작가 나나는 ‘내가 역사를 쓸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질문에 빠져든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역사 앞에 스러져간 개인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의무에 대한 다짐의 차원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음에도 국가적 이념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이들의 죽음 앞에 자신은 그저 잘 팔리는 글을 쓰고 또 이런 숭고한 죽음들을 각색하며 써내려가는 것이 옳은가 질문한다.

 

극의 끝에 이르면 평화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빵야의 트리거가 사실은 악기 호른의 부품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을 통해 전쟁과 평화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음을 강조한다. 결국 전쟁으로 죽어간 개인들이 다 같이 모여 연주회를 연다는 꿈은 전쟁으로 죽어간 그들을 위로하는 작가의 바람이자 이런 비극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방증이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풀어놓는 연극의 음악은 관동군 군가, 팔로군 군가, 경비대 군가, 청년단 단가, ‘전우야 잘 자라’, ‘의용대의 노래’. ‘적기가’, ‘오빠는 풍각쟁이’ 등의 군가와 노래 등을 통해 진중하게 전달된다.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섰던 개인들을 호명하며 희생을 기린다.

 

7명의 출연진은 1인 2역을 맡으며 14명의 배역을 연기한다. 각각의 사연에 눈물 짓게 되는 배우들의 명연기, 현대사를 잘 고증한 의상, 총을 쏘는 절도 있는 안무 등이 극을 이끌며 유머러스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더욱 아픈 비극으로 다가온다.

 

 

역사를 관통해온 장총이 전쟁 후 영화, 드라마 촬영용으로 쓰이고 소품창고에서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리 역사와 개인의 삶은 아픔과 회복으로 이어져왔다. 역사를 전하는 일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연극 ‘빵야’는 9월 8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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