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기억하고 있어. 널 처음 만난 그날을”
아름답고 매혹적인 뱀파이어 ‘카르밀라’는 오스트리아 슐로스의 외딴집에 사는 소녀 ‘로라’를 찾는다. 비가 오고 마차가 부서진 어느 날, ‘닉’과 함께 나타나 ‘로라’를 찾고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 그 사이 ‘로라’의 마을에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 1관에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카르밀라’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7년 리딩쇼케이스를 거쳐 올해 처음 선보이는 뮤지컬이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프 셰리든 르 파누의 ‘카르밀라’를 원작으로 두 소녀의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관계를 그린다. 연출 이강욱, 작곡 황예슬, 작가 민미정이 제작했다.
‘카르밀라’의 동생을 자처하는 ‘닉’은 어딘지 모르게 ‘카르밀라’를 옥죄어온다. '카르밀라'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로라’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하고 신부 ‘슈필스도로프’를 경계한다. ‘로라’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카르밀라’는 활기를 찾지만 마을에선 동물들이 죽어가고 뱀파이어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진다.
뱀파이어였던 ‘카르밀라’는 ‘로라’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닉’의 집착은 더 심해져 가고 ‘로라’를 흡혈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신부 ‘슈필도로프’와 함께 ‘로라’를 보호하기로 한 ‘카르밀라’는 ‘닉’을 죽인다. ‘닉’이 죽으면 같이 죽게 돼 있는 ‘카르밀라’를 위해 ‘로라’는 자신의 피를 나눠주고 뱀파이어가 된다. ‘카르밀라’와 ‘로라’는 영원히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극에서 ‘카르밀라’와 ‘로라’의 사랑은 기이하면서도 아름답다. ‘로라’의 아버지를 죽인 날, ‘카르밀라’는 어린 ‘로라’를 보고 보호 본능을 느낀다. ‘로라’ 역시 ‘카르밀라’를 어머니 혹은 언니라고 회상하며 ‘카르밀라’를 따른다. 매혹적이면서 아름다운 외모와 불멸의 삶,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 ‘카르밀라’는 죽음을 넘나드는 사랑을 보여준다.
원작 소설이 뱀파이어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묘사한 동시에 뱀파이어와 인간의 관계에 집중한 서사는 흡입력이 있다. ‘카르밀라’에게 집착하는 ‘닉’, 죽음을 불사한 ‘카르밀라’, 기꺼이 흡혈귀가 되기로 한 ‘로라’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과 닮아있다. 사랑과 애정, 갈등과 극복이 낭만적이다.
뱀파이어 이야기인만큼 무대는 음산하다. ‘로라’의 집 위로 붉은 달이 떠 있고 깊은 숲속엔 적막이 감돈다. ‘로라’의 집은 기둥이 상황에 따라 회전하며 안정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문을 경계로 삶과 죽음, 과거의 모습이 교차돼 입체감을 더한다. 뱀파이어를 물리치는 십자가, 은 칼 등이 소품으로 사용돼 현실감을 높이기도 한다.
음악은 무대 위 2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며 ‘마차’, ‘나는 기다려’, ‘악마의 입술’, ‘서쪽나라 소녀’, ‘영원히 너를’, ‘눈부신 날에’ 등의 넘버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피를 먹어야 사는 뱀파이어 '카르밀라'의 갈등과 고뇌가 안쓰러우면서도 결국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원한 약속을 맹세하는 ‘카르밀라’와 ‘로라’의 사랑은 감동적이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카르밀라’는 9월 8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