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양쪽에 수어 영상을 만들고 쉬운 리플렛을 만들어서 글쓰기 내용도 패널보다 훨씬 쉽게 만들었습니다. 또 QR을 찍고 들어가면 이 유물들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음성 해설도 나옵니다. 영상이 확대되는 모니터에서는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 유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정윤회 학예연구사 인터뷰 中)
경기도박물관에서 무장애 기증특별전 ‘巖巖汪汪: 만 길 벽, 천 이랑 바다’가 열리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며 열리는 전시다.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물리적, 심리적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구성됐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4가지 장애인을 고려해 구성됐다.
전시는 경기도 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와 복식 유물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보물 2점을 포함한 10여 점의 기증품이 소개된다. 전시된 유물을 실물로 만져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전시의 제목 ‘巖巖汪汪(암암왕왕)’은 조선 후기의 학자 홍직필이 우암 송시열의 초상화를 묘사한 글에서 따왔다. 홍직필은 송시열의 학문적 깊이와 인격적 높음을 ‘만 길 벽처럼 드높고(巖巖) 천 이랑 바다처럼 드넓다(汪汪)’고 표현했다.
전시는 크게 1부 ‘이어온 정신을 모두와 함께’, 2부 ‘공유: 이어지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1부 ‘이어온 정신을 모두와 함께’에선 19세기 선비 홍직필의 후손이 기증한 ‘송시열 초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홍직필은 학문의 큰 스승인 송시열의 초상화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고 초상화가 이명기가 그린 초상화를 얻게 된다. 홍직필의 후손들은 이 초상화를 소중히 간직하다가, 2018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 사대부 조영복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가 전시된다. 동생 조영석이 유배중인 형의 초상을 그린 것인데, 관직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학자 차림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대부분은 손을 옷 속으로 감추는데, 이 그림에서는 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다.
2부 ‘공유: 이어지는 시간’에서는 경기 사대부들의 무덤에서 출토된 지석과 복식 등을 전시한다. 조선시대 사대부 김확의 무덤에서 나온 심의는 17세기 조선 학자의 모습을 알 수 있고, 조선시대 사대부 유한갈의 무덤에서 나온 지석은 당시 풍토를 알 수 있다.
심종침의 무덤에서 나온 ‘명기’는 내세에 다시 그릇들을 사용하길 바라는 후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작년에 진행했던 무장애 전시를 보완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유물을 접할 수 있게 촉각 초상화를 만들었고, 유물인 ‘명기’를 작가와 함께 그대로 재현해 새로 도자기로 만들었다. 시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을 위해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또 혼자 온전히 전시를 즐기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움직임이 편하도록 전시장의 폭을 넓혔고 어두운 공간을 어려워하는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전시장의 밝기를 높였다. 또 탁 트인 공간과 폐쇄된 공간을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가벽을 두고 투명 유리를 통해 개방된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수어를 못 읽는 장애인을 위해 수어 영상에 자막도 넣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내년 1분기까지 이어가고 주제를 바꿔 2분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맞먹는 초상화를 보유한 경기도박물관이 초상화와 복식에 주제를 맞출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정윤회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에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타켓팅해서 여는 전시가 많지 않다”며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문화시설 접근하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부담 갖기 마시고 편하게 오셔서 전시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