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순직해병특검이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 회수 및 박 대령에 대한 수사에 관여한 인물들이 포함됐다.
또 채 상병 순직사건의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지휘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20일 오후 특검팀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6번째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한 것은 본인 판단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 판단"이라고 답했다.
'대대장들만 혐의자로 적시하는 것이 경찰에게 가이드라인 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는 질문에는 "생각 안 했다"고 답변했다.
또 "박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윤석열) 대통령 격노는 망상'이라는 내용을 본인이 염보현 군검사에게 넣으라고 지시했나", "(윤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와 순직 사건 관련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는가"는 질문에는 "성실히 답하겠다"고 답하고 조사실로 이동했다.
김 단장은 지난 13일 특검팀의 첫 조사에 응한 이후 지난 15∼17일, 19일 5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이날 여섯 번째로 소환됐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기록을 압수수색영장 없이 무단으로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재검토를 맡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를 기존 8명에서 2명으로 축소해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김 전 단장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군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죄를 적용하려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항명 혐의로 바꿔 기소하는 등 표적수사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단장은 박 대령 수사 과정에서 군사법원장 출신인 고석 변호사와 긴밀히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로 모두 사법시험 합격 후에도 군에 남았다. 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과 사시·사법연수원 동기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김 전 단장이 윤 전 대통령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고강도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사건 당시 김 전 단장의 하급자인 염보현 국방부 검찰단 군검사(소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불러 조사하고 있다. 염 군검사는 당시 박 대령 수사·기소를 직접 담당한 인물로, 박 대령 구속영장에 허위사실을 적시한 의혹과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감금미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이날 직권남용 피의자 신분으로 네 번째 소환했다.
특검팀은 동시에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회수에 관여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세 번째 불러 조사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피의자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 선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도피성 출국' 의혹이 제기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 관여한 의혹으로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4일 조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장호진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휴대전화와 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수사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될 때 인사 검증이나 외교관 여권 발급 등 절차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11포병대대장(중령)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 전 대대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전날 그의 소속 부대에 임의로 '수중 수색' 지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시를 내려 장병들을 위험에 빠트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의 대대장 가운데 선임인 그는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채상병이 속한 포7대대가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