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고3 운전면허 취득 지원 사업’을 두고 학교 현장이 들끓고 있다. 입시 지도와 상담으로 과중한 업무를 떠안고 있는 교사들에게 대규모 행정 절차까지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도교육청은 지난 8월 19일부터 372억 원을 들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운전면허 학원 비용 30만 원 또는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사회진출 역량개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 접수, 학부모 민원 대응, 학원 계약 등 모든 행정이 학교 몫이어서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이달부터 대학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돼 고3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개별 상담과 원서 검토로 밤샘 근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입시 지도도 벅찬데, 교육과 무관한 행정 업무까지 떠맡으라는 것은 학교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토로한다.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도교육청의 교육활동 지원 예산은 2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운전면허 취득 지원에는 372억 원이 배정됐다. 교사들은 “교육 본연의 영역을 외면한 전형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는다.
교사 단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경기교사노조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송수연 경기교사노조 위원장은 “이 사업은 교육과 무관할 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 혼란과 피해를 초래한다”며 “고3 교육의 본질인 맞춤형 진학 상담과 취업 지도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도 “선심성 퍼주기 정책으로 학교 현장을 붕괴시키지 말라”며 경기도교육청과 임태희 교육감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교조 경기지부 역시 “학교 행정 부담 전가”를 이유로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운전면허는 졸업 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취득하는 자격증이고, 사전 조사에서도 수요가 높았다”며 “교사들의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간소화는 말뿐”이라며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