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듣기평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임 교육감은 지난 1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영어 듣기평가는 학교별 환경 차이와 사교육 부담을 심화시키는 대표적 문제”라며 “교육과정 속 영어 수업과 수행평가로 듣기 훈련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 수능 듣기를 소통 역량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202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에도 “내년부터 가장 까다롭고 사고 발생 요인이 높은 영어 듣기평가를 폐지하는 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임 교육감이 지난 1월 발표한 대학입시 개혁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초중고 교육이 본질과 관계없는 곳에 모든 에너지를 낭비하며 결국 망가지게 된다”며 “경기도교육청은 권한이 없지만 학생 3분의 1이 있는 교육청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태희표 대입 개혁안에는 ▲내신 평가 변화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대입전형 개선 등 세 가지 핵심 과제가 담겼다. 내신 평가는 기존 상대평가 대신 A~E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해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측정한다. 학생·학부모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 입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2031학년도에 전 학년에 시행한다.
수능 체제도 개편된다. 내신 평가의 서술·논술형 확대와 연계해 수능에도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AI 기반 1단계 채점 시스템과 전문 평가단 운영, 검증 체제를 거치는 3단계 채점 방식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 영어 듣기평가는 사회적 비용과 학교별 시설 편차, 돌발상황 문제 등을 이유로 폐지 대상에 포함됐다.
대입전형 개선안에는 수능 도입 시기 조정과 내신,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성적을 종합하는 통합 전형 운영 방안이 담겼다. 임 교육감은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대학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듣기평가 폐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한 교육평가 전문가는 “학교 간 환경 차이와 소음 문제는 분명하지만, 듣기 능력을 평가할 최소한의 공통 기준은 필요하다”며 “폐지 시 대안 평가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부터 내외부 전문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특별 전담기구(TF)를 운영하며 대입 개혁안을 논의해왔다. 임 교육감은 다음 주 열리는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영어 듣기평가 폐지 사안을 공론화하고,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도내 고3 학생의 72%가 영어 듣기평가 준비를 위해 별도 학원 수업을 받고 있어, 폐지될 경우 사교육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