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길게 나 있는 창밖으로 묘한 어둠이 깔려 있다. 막다른 골목처럼 굳게 닫힌 벽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다가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적막감과 황량함이 밀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1914년 작 ‘콜리우르의 프랑스 식 창문’은 앙리 마티스가 전 인생에 걸쳐 완성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매우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색채의 향연을 즐겨오던 그의 성향과 매우 대비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현란한 원색으로 가득한 여느 작품들과 달리 ‘콜리우르의 프랑스 식 창문’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과 칙칙한 몇 가지 색들이 쓰였을 뿐이다. 이 작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을 목도하고 있는 작가의 답답한 심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조국을 위해 입대를 자원했다가 나이 때문에 거절당한 후 그는 동료들이 떠난 도시에 외롭게 남아 있었다. 입대를 하지 않은데다가 외국인과 두터운 친분을 지니고 있었던 마티스를 향해 평단의 반응은 점점 더 날카로워져만 갔다. 전시의 상황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를 고깝게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 평론가들의 혹평 외에도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는데, 그동안 일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토너먼트는 브리티시오픈이다. 미국에서는 1895년에 최초의 U.S.오픈이 개최되면서 브리티시 오픈보다 35년 뒤졌으나 U.S.오픈 이후 미국인들은 영국에서 맹활약했다. 1921년 잭 하치슨이 미국인으로 최초 우승을 하고, 1924년부터1933년까지 10년 연속 미국인에 의해 제패되고 골프의 왕좌는 사실상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골프는 19세기 후반 미 대륙까지 전파되어 1873년 캐나다에서 북미 최초로 ‘로열몬트리올골프클럽’이 창설됐고 1887년 미국 최초의 클럽과 코스를 자랑하는 ‘푹스버골프클럽’이 발족된다. 1901년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의 골프들에 의해 최초의 프로골프협회인 U.S.PGA가 결성되었다. 1958년 세계골프연맹(WAGC)이 미국 뉴욕에 창설된다. 한국에 골프가 처음 소개된 것은1900년경 함경남도 원산항의 세관에 고용된 영국인들이 유목산 중턱에 6홀의 골프장을 만들면서 부터다. 그 후 1921년 효창공원에 9홀의 골프 코스를 만든 후 폐장된 후, 1924년 청량리에 다시 18홀의 골프 코스가 완공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경성 골프구락
최근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와 시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송경호 부장판사는 반려견 견주 A씨가 다른 견주 B씨와 손해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총 5천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9월 경기도의 한 저수지 인근 통행로에서 발생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을 데리고 걷던 A씨에게 달려들던 B씨의 반려견을 피하려다가 2m 깊이의 배수로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의 반려견이 A씨의 반려견에 자극받아 달려 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B씨의 과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과 5월에는 경북 상주시와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74세 노인과 66세 노인이 개에게 물려 숨졌다. 2015년 경남 진주시에서도 80대 노인이, 충북 청주시에서 2세 어린이가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상주시에서도 주민 3명이 맹견에 물려 중경상을 입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올해 국정의 최우선이 ‘경제정책 성과 체감’임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다. 회견문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한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혁신’을 가장 앞세우며 ‘포용 국가’ 건설 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치개혁과 한반도 평화 이슈 등은 원론적 수준에서 회견문 후반부에 간략하게 배치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수출 6천억불,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 등 외형적 경제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많고 고용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토로했다. 취임 후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도 “고용지표 부진”이라고 답했다. 고용지표가 나쁜 이유에 대해 제조업 부진, 산업구조·소비행태의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일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는 불변이라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한다. 국정 목표는 변함없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방법은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와는 달라진 경제 진단과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논쟁 대상인 소득주도성장도 정책 기조의 개념으로서 한번 언급했을 뿐 세부 정책은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떨어진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 ‘인생 후르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퇴비가 되어 땅이 비옥해지고 비옥한 땅에 열매가 맺힌다. 잠시만 자연에 눈길을 돌리면 자연은 우리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말해준다. 최근에 일본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 ‘인생 후르츠’(Life is Fruity)를 보면서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65년을 함께 해온 90세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츠바타 히데코 부부의 아름답고 느린 삶의 이야기다. 노부부는 직접 집을 지어 120여 종의 과일과 채소와 꽃을 직접 길러 먹거리를 즐기면서 느린 삶을 실천해나가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을 닮았다기보다 자연 그 자체이다. 2018년은 유독 아파트값이 화두가 되었던 한 해였다. 슈이치는 건축가로서 평소 집이란 자연의 숨결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존경하는 선배 건축가의 집을 보고 손수 지은 노부부의 집은 오늘날과 같은 재화의 상징이 아니라 그 안에 살
오사카 츠루하시역에서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으로 걷다보면 일본의 청춘남녀들의 행렬을 만나게 된다. 거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가는 중간 중간에 있는 ‘한류상점’에 들어가 보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행 중인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들을 듣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중년보다도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찾는 모습은 특히 이채롭다.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인 도쿄의 신오쿠보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열풍이 중년여성 중심으로 붐을 이룰 때에 신오쿠보는, 한류 열풍에 빠진 일본인들로 이곳을 찾아 대성황을 이루었다. 한류의 기점으로 삼는 것은 2003년 ‘한류 붐’ 그리고 ‘욘사마’ 배용준이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 입국했을 때 3천500여명 이상의 중년 여성 팬들이 몰려 일본 전역에 충격을 준 그 때를 ‘한류’의 절정으로 본다. 이곳 오사카 코리아타운도 일본에서의 일부 혐한 분위기 때문에 한류열풍의 쇠퇴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한국의 떡볶이, 핫도그, 한국 팥빙수 집 앞에 줄을 선
▲정상균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 ▲안동광 〃 정책기획관 ▲이재영 과천시 부시장
<통계청> ◇과장급 인사 ▲경인지방통계청 지역통계과장 황호숙 ▲〃 경제조사과장 조윤구 ▲〃 농어업서비스업조사과장 권태원 ▲〃 서울사무소장 김응하 ▲〃 인천사무소장 홍성희 ▲〃 수원사무소장 김정섭
메주를 쑤어서 간장, 된장 같은 장(醬)을 담그는 일. 침장(沈醬)이라고도 한다.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시키고 숙성시킨 후 장을 뜨면 액상 부분이 간장, 고상 부분이 된장이 된다. 장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신문왕조에 처음으로 나오는데, 신문왕 3년(683)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보내는 납채(納采) 품목에 장(醬)과 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장을 담가왔음을 알 수 있다. 장의 종류는 200여 종 이상이 되며, 청장(淸醬), 즙장(汁醬), 담뿍장, 청국장, 고추장 같은 일반적인 것과 청태장, 접장, 막장, 시금장(등겨장), 거름장, 비지장 같은 별미장이 있다. 흉년이 들어 콩이 부족할 때는 콩잎, 콩깍지, 느릅나무 열매도 장 담그는 데 이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장을 담그는데 최선의 정성을 다하며 신성시했다. ‘규합총서’에 보면 해 돋기 전에 담그면 벌레가 없으며, 그믐날 얼굴을 북쪽으로 두고 담그면 벌레가 안 생기며, 또한 신일(辛日)에 담그면 맛이 사납다고 나온다. 그런가 하면 장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갔으며, 개를 꾸짖어도 안 된다. 장담그는 여인의 입을 창호지로 봉하기도 하였다. 장에 숯이나
눈사람의 상처 /이정록 삽날에 잘린 눈사람을 어루만진다 삽질 속에 결을 만들어 놓은 흙 부스러기 때문에, 삽날이 지나간 자리가 꽃등심처럼 곱다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구나 등을 찍혔는데도 무늬를 보여주는 눈사람 저 흙길을 따라가면 서걱서걱 기저귀 얼어 있던 안마당 또 배가 불러오던 어머니를 만날 것 같다 마음 짠해서 어둠을 밝히는 눈송이들 왱이낫이 박힌 옹이 많은 옛길을 덮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겹겹 붕대를 두른다 삽날이 지나간 눈사람. 그 흙밥의 나이테를 어루만진다 - 이정록 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는 사라질 눈사람이다. 팔과 다리가 한 덩어리로 뭉쳐진 눈사람처럼 형체를 드러내고 살고 있지만, 서서히 무너져 없어질 존재들이다. 시인은 그러한 우리네 삶의 일부 중 각인된 어느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삽날에 잘린 눈사람을 어루만진다. 등을 찍혀 무늬를 보여주는 눈사람. 그 상처에 박힌 흙 속에는 서걱서걱 기저귀 얼어 있던 안마당이 있다. 그리고 또 배가 불러오던 어머니가 있다. 언제 떠올려도 그 시절은 마음 짠해진다. 그러나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나간 시간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