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리 3 /박완호 신작로를 벗어난 길이 산등성이 너머로 지워지려는 판이었다 엇박자를 짚는 할아버지 지겟작대기에 부딪힌 초저녁 햇살이 소 잔등에 옮아붙고 있었다 부엌문 여는 할머니 손바람에 굴뚝 연기가 한쪽으로 기울어가고, 여물통 앞을 맴돌던 송아지가 겅중겅중 뛰기 시작하는, 그럴 무렵이었다 길이 끊긴 겨울산이었다. 바싹 말라버린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울어댔다. 먼지투성이 묵은눈을 밟는데 등산화 사이로 묵은 눈이 스며들었다. 지도에는 산등성이 너머 길이 적혀 있었다. 지도를 읽으면 길이 보였다. 거미줄처럼 엉킨 나무들 사이로 붉은 저녁햇살이 쏟아졌다. 젖은 흙냄새가 자욱했다. 신작로를 벗어난 길은 산등성이 너머에서 멈췄고 다시 자락을 따라 흩어졌다. 저만치 지게를 짊어진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걸어갔다. 굽은 등에 햇살이 기울고 내처 쓸쓸한 소잔등에 옮아갔다. 마른 장작이 타며 할머니 눈시울을 뜨겁게 했는데, 저녁상을 차리라는 재촉이 소란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아지가 냅다 뛰어다니는 구봉리 황혼 무렵의 아찔하고 선명하면서도 사소한 풍경의 더미. /박성현 시인
1863년작 <올랭피아>는 우리가 ‘마네’라고 하면 으레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화가라고 여기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들 중 하나이다. 여전히 많은 논평들은 이 작품이 그 당시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을 열심히 환기시키고 있다. 작품의 모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풀밭위의 점심식사>(1863)에 나오는 화면 정중앙의 나체 여인도 그녀의 모습이며 <철로에서>(1872)라는 작품 속에서 검은 원피스를 입고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의 모습도 그녀이다. 당시 마네는 전문적인 직업 모델들과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 화풍의 관습이 몸에 배어 있어 포즈를 취할 때 마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지 않았고, 작품이 끝까지 완성될 때까지 포즈를 취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그리고자 원했던 마네에게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네는 빅토린 뫼랑이라는 좋은 모델을 만나 매우 흡족해했다. 화제의 인물 <올랭피아> 속 여인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면서도 속 깊은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세련된 도시의 신사라면 아리따운 젊은
우리 겨레에게 너무 깊고 아프게 새겨진 화상보다 뚜렷하게 남아 아직도 통증이 엄습하는 상처가 판문점이다. 요즘 판문점이 다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판문점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 시골에는 어디 가나 있을 법한 지명으로 새말이라는 곳을 가려면 크게 뚫린 신작로에 이어진 약간의 경사를 만난다. 그 언덕길이 뱀재라는 곳이었다. 그 많은 이름을 두고 왜 뱀재라고 지었는지 모르지만 길고 구불구불해서 걸어 다니기에는 숨이 찬 길이 있었다. 그 경사 끝에 달린 모롱이를 지날 무렵이면 언덕 위에 판문점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달린 집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 흔히 보이는 기와지붕 밑으로 국방색이라고 불린 어두운 녹색 바탕에 까만 글씨로 간판은 한 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한문 혼용 교과서를 통해 막 한자를 깨우치기 시작하던 나에겐 판문점 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문과 두려움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시골에서는 드물게 네모반듯한 유리로 된 문에도 칸칸이 판문점이라는 글씨가 한 자씩 쓰여 있었고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더 이상한 일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농심이 국민간식으로 손꼽히는 치킨과 라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양념치킨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양념치킨 큰사발면은 매운 양념치킨 소스에 라면을 비벼 먹는 방식으로, 소스는 고추와 후추를 섞은 매콤한 양념에 사과와 꿀로 단맛을 더했다. 고소한 맛을 위해 땅콩과 파슬리 별첨 토핑도 포함됐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블랙사발에 이어 올해 양념치킨 큰사발면으로 용기면 시장에서의 명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외식메뉴와 배달음식을 집이나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젊은 층에서 좋아하는 간식과 음식에 주목해 다양한 용기면을 선보일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요리를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여 올해 용기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군포=장순철기자 socjang@
주택의 부수토지로서, 주택이 정착된 면적의 10배(도시지역은 5배) 이내의 토지는 주택으로 봐 1세대 1주택 비과세 여부를 판정한다. 한편, 10배를 초과하는 토지는 비사업용토지로 봐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비과세비율면적의 초과 여부에 따라 비과세와 중과세로 천지차이가 나는 것이다. 주택부수토지와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주택의 정착면적을 계산할 때 무허가 주택이나 창고, 상가주택의 경우가 애매할 수 있다. 무허가 주택의 경우, 명문 규정은 업지만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 등기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비과세가 적용되고, 등기가 가능했지만 등기하지 않은 주택은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사례가 있다. 부수토지도 주택의 등기 가능성에 따라 비과세여부가 결정된다고 해석하는게 적절할 것 같다. 창고나 상가주택의 경우는 주택으로 사용되는 부분과 주택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부분의 면적을 비교해서 주택으로 사용되는 부분의 면적이 더 크다면, 전체건물을 주택으로 보아 부수토지의 비과세 여부를 판정한다. 주택 부분이 주택외의 부분보다 작다면 주택 부분만 주택으로 보게 돼 비과세되는 부수토지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부수토지가 비과세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을 증축해서
5월은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등 가정과 관련된 뜻깊고 의미 있는 기념일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 가정의 달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일년 중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야할 5월이 반갑지 않은 아동들이 많다. 냉장고 속에서 토막시신으로 발견된 초등학생, 백골사체로 방에서 약 1년간 방치됐던 여중생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아직도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많은 아동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위의 두 사건이 모두 부모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기대고 의지할 보금자리와 같은 존재가 부모일 찐데, 이런 부모가 자녀들을 학대한다면 이 아이들이 의지할 곳은 어디일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아동학대 행위자의 80%가 부모(방임은 90% 이상)이며 아동학대의 85%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였고 피해아동의 70% 이상이 최소 일주일에 한번이상 혹은 그보다 자주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서는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아동학대가 정당화 되고 있으며 “남의 가정일이 갰거니” 하며 묵인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이 잘못된 습관인지를 안다. 그래서 고쳐 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러나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도 있듯이 어느 사이에 결심한 바가 해이하여지고 제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우리들의 뇌(腦)가 그렇게 만든다. 뇌는 습관에 따라 입력된 바대로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택한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한번 입력된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하였다. 연구 결과 습관을 고침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수가 21일임을 밝혀내었다. 예를 들어 아침 8시까지 늦잠을 자는 사람이 6시에 일어나고 싶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방법 어떤 과정을 거쳐 8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6시에 일어나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게 되는가? 주위의 친한 분들에게 6시에 깨워주기를 부탁한다. 혹은 자명종(自鳴鐘) 시계를 구입하여 머리맡에 두고 6시에 큰 소리로 울리도록 장치하여 둔다. 물론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주위에서 깨워 주어도 본인의 의지력이 강력하지 못하다면 다시 누워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자명종 시계를 이용하여 6시에 울리게 해 두었어도 본인이 종소리 나게 하는 장치를 꺼버리고 다시 잠들어 버린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중요한 것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행동경제학 용어가 있다. 최초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판단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할 때 쓰인다. 즉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게 될 때에 초기 습득한 정보에 집착해 합리적 판단을 흩트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앵커링 현상에 빠지게 되는 걸까?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시 되는 것은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과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면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세계적 마케팅 전략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펴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마케팅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22가지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기억의 법칙, 인식의 법칙 등에서도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나 그 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와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 둘은 인식의 중요성을 말하는 의미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무역통계원의 2016년 경기도 소재 기업 항만별
정부가 재활용품의 제조·생산, 유통·소비, 분리·배출, 수거·선별,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어제 내놓았다. 그전의 대책은 기존의 재활용품 폐기물 대책이 수거 시스템에 집중됐다면 이번 대책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방안이 담겨있다. 지난달 초 일어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은 정부의 긴급조치로 급한 불은 끈 상태이지만, 원인이 된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제 폐기물을 외부로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기존의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 대책의 목표이다. 정부가 이번에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일회용
국토교통부가 한국항공정책연구소에 의뢰한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사업타당성 검토용역’이 지난해 11월 종료됐다. 조사 결과 육지와 백령도를 오가는 비행노선에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4.86을 기록해 사업 추진 기준인 1.0을 훨씬 웃돌았다. 즉, 사업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잠재 수요를 예측했을 때 운항횟수 연간 1만2천회, 승객 수요 4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인천시는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솔개간척지 127만㎡에 길이 1.2㎞, 폭 30m 규모의 활주로와 계류장·여객터미널·관제탑 등을 갖추고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소요예산은 1천154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2020년에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으로 비행금지구역이다. 그러니까 백령도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보와 직결되는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나 군 당국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천시는 백령도 관광객과 섬 주민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백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