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 이후 우리나라 정당은 중병을 앓고 있는 병상위의 환자 같다. 그 존재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에 부여된 국민을 대신한 대의정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에 뿌리를 두고 가장 낮은 단위까지 촉수를 대고 있으며, 국민을 국회나 정부에 상호 연결하고 정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결 벨트와 같다. 이 연결 벨트가 고장 나면 국민과 국회,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되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통신수단이 첨단을 달려도 정당의 이러한 고유한 기능은 사라지기 힘들다. 전자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후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여-야,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진보정당은 작년 비례대표의원 후보선정을 위한 선거부정으로부터 비롯된 논란으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고 분열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국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가 너무 적어 현재와 같은 정치상황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거대한 여당과 야당이다. 두 당은 국회의석의 대다수를 점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흔히 봄을 일컬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하지만 나는 봄을 ‘만물이 소통하는 계절’이라 일컫고 싶다. 봄이 오면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그 햇살에 메말랐던 가지에서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을 보면 우리의 가슴속에도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에 봄은 소통의 계절이다. 우리의 가슴속에 봄꽃을 심어주는 동화작가 윤금아 씨가 평택서와 일산서의 기동중대를 찾아 외부초청 인사로 강연했다. 윤 작가는 필자와 고향이 같아 남다른 애정도 있지만 나이도 동년배이며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우하며 지내왔다. 우리는 바쁜 직장 일들로 서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노인대학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그녀의 소식을 듣고 있는 터에 언제가 꼭 한 번 경찰공무원 강의에 모시고 싶었다. 강의 내내 전·의경들에게 그녀는 웃음을 선사해 좌중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실내 온도가 싸늘한 탓에 손발이 차가울 법했지만 그녀의 강의는 봄기운을 몰고 와 실내를 훈훈히 덥혔다. 그날 ‘소통과 삶’을 주제로 한 강의는 남도의 향연을 짙게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발견하는 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과 체험하고 듣는 진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다. 여기에는 기존 소재, 즉 지식과 생각을 조합해 새로운 사물과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전자가 신(神)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신의 영역이라는 창조는 우리가 잘 아는 천지창조를 비롯 그리스 로마 등 각종 신화에서 수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부학자들은 신화 속에서의 창조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만 보면 이렇다. 창조 이전의 세상을 말하는 혼돈의 연못 카오스(Chaos)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빛 땅 어둠이 생겼고, 다시 땅이 하늘을 만들어 신을 낳았으며, 이렇게 태어난 신이 정리되지 않고 혼란한 상태의 하늘 땅 바다 빛과 어둠을 수습하고 질서를 부여해서 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 속의 창조란 무질서한 세상의 재구성 혹은 질서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일리 있는 이야기다. 요즘 이러한 의미가 포함된 창조라는 단어를 붙인 정부정책과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말도 많다. 그중에서도 창조경제론은 더욱 심하다. 내용도 &ldquo
自恨(자한) /이매창(李梅窓) 春冷補寒衣(춘냉보한의) : 봄날이 차서 겨울옷을 손질하는데 紗窓日照時(사창일조시) : 사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비추어주네 低頭信手處(저두신수처) : 숙인 머리 손길 가는 대로 바늘을 맡기는데 珠淚滴針絲(주루적침사) : 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네. 출처- 기생시집(문정희 역음) /도서출판 해냄, 등 참고 본명은 향금(香今), 부안(扶安)기생으로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이를 사랑한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다. 그중 유희경과 사이가 매우 깊었는데 이 시는 매창이 유희경을 떠나보내며 읊은 시이다. 천민 출신으로 한성부윤까지 오른 이와 매창 사이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이 시를 보면 절절하다. 서른일곱에 요절한 매창의 애달픔과 한스러움 때문인지 방안에 서늘한 귀기가 서려온다.
김덕중 국세청장의 원만한 청문회 통과 후 고위직 인사가 단행돼 조직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뒷말이 무성하다.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력인 국세청의 내부 갈등을 걱정하는 소리도 등장한다. 고위직 인사가 ‘영남과 행정고시 출신’ 위주로 진행돼 비(非)영남, 비(非)고시출신이 낙담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국세청은 김덕중 청장의 첫 진용으로 4자리에 불과한 1급에 이전환 국세청 차장, 송광조 서울국세청장, 이종호 중부국세청장, 이승호 부산국세청장 등을 임명했다. 이들 중 이 차장과 송 서울청장, 이 중부청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김덕중 청장과 동기다. 여기에 2급이지만 대전청장에도 행시 27회인 제갈경배 청장이 부임했다. 또 출신지역을 보면 1급 4명 중 3명이 영남이다. 지난 10일 이후 단행된 국세청 고위직 인사 15명 가운데 10명이 영남출신이어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현재 국세청의 인재풀이 영남출신이 많다고는 하나 지나친 지역 편중이라는 게 비(非)영남권의 하소연이다. “자기네끼리 다해 먹는다”는 한숨소리도 들린다. 지금이야 김덕중 체제의 초반 기세에 눌려 잠복 중이나 차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세정목표가 지지부진할 경우 언
우리가 대화할 때 많이 쓰는 용어가 있다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이 표현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떠올린다. ‘좋아요’와 ‘아니요’를 분명히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는 역사(해방정국과 6·25전쟁,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념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가. 28만 인구 중 3만이 죽어간 제주 4·3사건이 떠오른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정확한 표현을 미루는 건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지요”가 아니라면, “그것은 이러저러 해서 안 됩니다”라고 정확히 답해야 상호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답이 이렇게 나온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얼마나 애매한 표현인가? 잘 안 될 것 같은데 노력해보겠다는 것인가? 노력해보다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책을 읽다가 재미난 구절을 읽었다. “의자를 들어 올리려고 ‘노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한 건 둘 중 하나다. 들어 올리거나 들어 올리지 않거나, 들어 올릴 수 있거나 들어 올릴…
운악산(936m)은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가평의 명산이다. 기암괴석과 수려한 봉우리들로 구성돼 산세가 빼어나다. 따라서 관악-화악-치악-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 5대 악산 중 하나로 불리며 등산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유적지도 많다.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하고 기암절벽으로 산을 이루고 있어 그 경치가 절경이다.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고찰인 현등사를 비롯, 궁예성터, 궁궐터, 만경대, 신선대, 병풍바위, 미륵바위 등 고적과 명승이 즐비하다. 그런데 4·24 가평군수 보궐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운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떠올라 후보자 간은 물론 가평군민 사이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가평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무소속 후보가 ‘운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건 것이다. 이후 운악산 케이블카가 가평군수 보선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카 문제는 이미 설악산과 지리산 등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인데 가평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상대 후보 측의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43.6%, ‘자연환경을 훼손하므로 반대’라는 의견은 46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손주 돌보미 사업 논란이 경기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이란 여가부가 지난달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본디 취지가 좋은 만큼 정책을 잘 다듬어서 내년에 전면 시행하겠다는 게 여가부의 방침이라 한다. 윤은숙 도의원(성남)은 이처럼 어차피 내년에 시행할 거라면 미리 도 보육조례를 손봐 시행에 들어가자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명이상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보육비용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당장 필요한 다른 보육예산도 모자라 쩔쩔 매는 판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의 의도는 사실 나무랄 데가 없다. 우선 보육기관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어린이를 조부모가 돌보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손주 돌보미 제도는 육아 과정에서 조부모들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새삼 일깨우고, 실버 세대가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가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와 외할머니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여가부가 서초구를 벤치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효과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려했던 대로 2%대의 저성장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진은 구매력과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좀 더 광범위한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시장 활성화에 대한 처방은 반드시 전면적인 법 제정 혹은 폐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수렴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일부 관련 규정의 손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로 인한 한숨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A씨는 편의시설을 매입하였지만, 은행대출 규정을 잘못 판단하여 운영자금 부족으로 사업장을 6개월째 닫아 놓고 헐값에 양도하려 한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의 토지 이용의무 기간인 토지의 취득 시부터 4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하는 규정으로 절망 상태에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허가목적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인정할 때 적용 제외가 인정되지만 조건이 ‘과다 채무로 파산위기에 몰린 경우’에 같은 사유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한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