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다 가는데 봄은 참 더디게도 온다. 유달리 혹독했던 추위를 견뎌낸 터라 이제 그만 겨울의 흔적을 몰아내고 포근한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지만, 간절한 기다림을 놀리기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3월 한 달을 온통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쉽게 내주기 아깝다는 듯이. 이러다가 피어나는 꽃과 달큰한 봄바람에 나른하게 취할 새도 없이 금세 여름 날씨가 찾아오면 아까워서 어쩌나 지레 걱정이다. ‘봄’으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복합명사들, 봄날, 봄밤, 봄나들이, 봄나물, 봄비, 봄노래, 봄꽃 등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설레고 행복하다. 그런데 ‘봄꿈’이라는 단어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봄날에 꾸는 꿈’ 이상의 복합적인 말맛이 있다. 국어사전 역시 ‘달콤하고 행복한 것을 그려 보는 꿈’이라거나 ‘한때의 덧없는 일이나 헛된 공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어의를 제시한다. 만해 한용운의 ‘춘몽(春夢)’이라는 한시의 내용이다. “꿈은 떨어지는 꽃 같고 꽃은 꿈 같은데 / 사람은 어찌 나비가 되고 나비는 어찌 사람 되는가
지문은 1800년대부터 인류학·의학·유전학·수사학 등에서 연구되어 왔다.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종생불변(終生不變)·만인부동(萬人不同)의 원칙을 가지고 있어 개인 인장대용 등으로 사용된다. 한국인은 호형문-궁상문 5%, 정기문-제상문 50.4%, 반기문-제상문 3.8%, 두형문-와상문 33%, 쌍기문 와상문 7.8% 유형이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아시리아시대부터 개인 식별을 목적으로 활용해 온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살갗의 무늬 많은 융선(隆線)으로 이루어진다. 지문 생성은 임신 11주 전후해서 피부가 발생할 때 표피능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완벽한 지문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생후 23~29주이다. 손가락에 위치한 땀샘이 솟아올라 부드러운 선 모양을 이루어 연결된 것으로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69.29점으로 하위권이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의 ‘국민이 바라는 경찰상’ 의식조사에서 현 생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에서 아동범죄가 22%를 차지했다. 해마다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동대상 범죄에…
배꼽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출처-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2011년 창비 모든 꽃이 진 자리에 비가 내리고 있다. 직선으로 내려오는 비는 떨어지면서 몸을 바꾼다. 그래서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살구꽃이 핀 자리에는 살구꽃비’가 내린다. 빗줄기는 가느다랗게 내려오다가 땅에 떨어질 때는 동그랗다. 이 동그란 빗방울은 배꼽과 닮았다. 그래서 시인은 살구꽃비는 살구의 배꼽, 복사꽃비는 복숭아의 배꼽이라고 쓴다. 아내와 아기가 마당에 나와서 빗방울이 번지는 것을 보고 있다. 갑자기 마당은 커다란 배꼽이 된다. 이때 시인은 비를 우주와 연결된 탯줄처럼 느꼈을까? 내리는 비를 보다가 시인은 배꼽비라고 불러본다. 모든 꽃비에 젖으러 배꼽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을 목표로, 비능률적이긴 하지만 일은 중단하지 않은 채 꾸준히 이어 간다. 모든 일에 인내심 부족해 항상 서두르고 성급하기만 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또한 끈질긴 ‘인도 정신’이다.” 돌아가신 법정스님의 인도 단상(斷想)이다. 짧은 글 속에 느리게 사는 여유가 느껴진다. 법정스님뿐 아니라 세계인들 가운데는 인도를 ‘인류의 정신적 고향’으로 우러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죽기 전에 한 번은 인도를 찾으려는 순례객들이 쇄도한다. 현재 국민 대다수가 힌두교도이면서도 불교의 발상지이니 인도인들의 정신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은 흥미롭다. 또 인도 하면 생각나는 ‘요가’ 역시 정신수양의 한 가지에 불과하니 영적 세계를 향한 호기심은 인도를 향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높은 빈곤율로도 유명하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은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IT와 우량한 학생들은 글로벌기업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핵무기와 항공모함을 일찍 보유한 세계적 군사강국이다. 한데 요즘은 인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폭행으로 얼룩진 야만적 모습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고전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가 한국형으로 변신하여 ‘도로시 난장굿’ 한 판을 벌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하고 시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 발랄하고 신선하고 환상적인 느낌이 영 떠나지 않는다.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 아이 때부터 읽혀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이나 또 다른 꿈을 꾸게 하여 많은 사랑을 받는 동화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연극이나 뮤지컬공연을 한다. 그러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캐릭터들이 신진예술가에 의해 한국전통형으로 바뀌어 공연한 젊은 패기가 넘치는 ‘도로시 난장굿’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젊은 감각의 전통연희 공연으로 풍물, 살풀이굿, 봉산사자탈춤, 사물놀이, 상모돌리기까지 그리고 속이 후련하게 멋들어진 사설창이 이어진다. 특히 오즈의 마법사 아이콘인 도로시의 구두가 현대의 탭댄스 슈즈로 변신하여 타악기에 맞추어 한 판 신명이 나는데 그 발랄하고 명쾌한 동작들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의 나라로 이끌어가는 독특한 피날레 무대이다. 주인공 도로시는 1인3역을 하는데 한국의 삼도 무속음악을 연구한 양보나가 그 주인공이다. 젊은 창작연희…
3월 초에 1주일 정도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요청으로 파키스탄에서 진행 중인 공적원조사업에 젠더 전문가로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 가는 나라인지라 사전 조사를 많이 했다. 자료를 찾던 중 파키스탄의 성불평등과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비롯하여 다량의 연구논문을 쓴 현지 남성 연구자를 발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가 2012년 세계 135국 중 134위인 나라로 성불평등 수준이 심각한데, 그런 중에 이슬람 남성 연구자의 성평등에 대한 관심과 연구 성과를 보게 되어 참으로 반가웠다. 그러나 나의 반가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연구자의 박사학위 논문에 나와 있는 감사의 글을 보다가, 그의 부인이 여러 명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의 글에는 학위를 마치는 데 도움을 준 알라 신과, 지도교수들과, 부모님, 그리고 ‘아내들’에게 감사하다고 쓰여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나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이 나라의 남성들은 이슬람의 옛 관행대로 일부다처를 유지하는가? 이런 관행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녀에게 수용되는가? 파키스탄 현지에서…
‘물 안 쓰는 소변기’를 관리하려면 하루 몇 차례씩 대량으로 물을 퍼부어야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린지 모르겠다. 본보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수원시가 공공화장실에 설치한 ‘물 안 쓰는 소변기’에서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물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소할 때 방향제와 세정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물 절약 친환경이라는 취지와는 정반대라니 어이가 없다. 현재 수원시내 각종 공원과 시청 화장실 등에는 모두 262대에 이르는 ‘물 안 쓰는 소변기’가 설치돼 있다. 시가 2005년부터 기존 소변기를 떼어내고 교체한 결과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시청 1층 화장실에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자 2011년 기존에 쓰던 방식의 소변기로 다시 바꿔달기도 했다. 이후 곳곳에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처음에 설치했던 미국산 제품 대신 국산 ‘물 안 쓰는 소변기’로 교체하는 소동도 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변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배관이 막히는 일이 여전히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교체비용은 교체비용대로 들고, 환경에 도움도 되지 못한 채 관리비용만 더 들이는 꼴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물 안 쓰는 소변기’ 자체가 안
봄철이 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혼인식을 알리는 청첩장과 핸드폰 문자, 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천지의 모든 기운이 상승하는 봄날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마땅히 가서 축하해주어야 할 하객들은 부담이 크다. 청첩장이 봄철과 가을철에 한꺼번에 몰리는 데다, 혼인식 자체도 점차 호화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국수나 갈비탕 정도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최소 뷔페가 대세가 됐다. 뷔페 가격은 보통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인데 이건 약과다. 서울의 유명 호텔서 하는 경우는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니 축의금 봉투에 5만원이나 10만원을 차마 넣을 수 없게 됐다. 원래 우리의 혼인잔치는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형편껏 음식을 내놓았다. 그래도 흉보는 사람이 없었다. 잔치 부조도 형편 따라 계란 한 꾸러미, 국수 한 관, 닭 한 마리 정도면 됐다. 아주 가까운 이웃은 돼지를 내놔 잔치판을 풍성하게 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함께 가정의례는 호화와 사치를 점차 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계층 간의 위화감이 조장됐으며 일부 서민이 부자들을 따라하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는 일도 종종 있었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19
최근 세계 식량 수급의 패러다임은 잉여생산에서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식량부족 현상은 식량 생산의 안전한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중심의 인구증가와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식품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식량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량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안정적 식량생산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식물병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식물병은 말 그대로 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지 못하고 환경적인 측면과 병원균의 영향으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병은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피해 중 하나는 1845년에 아일랜드에서 발병한 감자역병이다. 당시의 감자역병으로 전체 인구 800만 명중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기근으로 죽어갔으며, 1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미국과 같은 신대륙 이민으로 인해 전 인구의 3분의 1을 잃었다. 식량부족 현상 부르는 ‘식물병’ 또 다른 역사 속 식물병의 예는, 1943년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