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논밭 갈고 씨를 뿌리고 물주고 거름 주고, 피사리 하고, 열매 맺으면 거두어들이고…. 이 모든 과정이 농사이다. 언뜻 보기에는 밭고랑과 논이랑을 오가며 뙤약 볕에, 비바람에 모진 고생하는 농부가 곡식을 재배하는 것 같아도, 사실 농부가 하는 일은 영양분이 될 만한 것을 열심히 공급하고 보살펴 주는 것일뿐 실제로 자라는 것은 씨가 맺힐 때부터 각인돼 있는 정보대로 식물이 절로 자라는 것이다. 결실의 때가 돼 우리 앞에 쌓여 있는 단들은 이 정보를 입력한 조물주의 작품이다. 성경에는 신이 천지만물을 창조한 후 마지막으로 창조한 인간에게 그가 창조한 모든 것을 ‘다스리도록’ 했다. 이렇게 보면 농부는 신의 일을 돕는 신관과도 같은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된다. 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종족에게 신의 뜻을 전파하는 거룩한 사람, 특별한 존재이다. 이 생명을 다스리는 특별한 존재는 기계에다 재료를 넣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인간들과는 근본적으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농부들은 상당히 마뜩찮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현대사회는 일상사를 ‘업’의 범주에 굳이 우겨 넣어야만 기본적으로 소통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고…
6남매가 옹기종기 앉아 눈이 몰리는 순간이다. 아버지 양복 주머니에서 두둑한 봉투가 나오고 “자, 많이 도와준 니들도 용돈 받아야지” 천 원짜리 한 두 장씩이 나눠지는 순간! 참, 화기애애하다. 나눠줄 수 있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고 인정 받았다는 푸근한 존재감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 그 모습 바라보는 어머니의 만족감이 더해 온 가족을 흡족하게 했다. 내게 월급봉투란 그렇게 무언가 희망적이고 푸근한 온정으로 남아 있다. 온라인 매체가 판을 치는 요즘,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로 현금이 담긴 월급봉투를 받아 보는 일은 드물다. 계좌이체, 무통장 입금, 홈뱅킹 등의 경로를 통해 내역조회 또는 명세서란 이름으로 월급이 건네질 뿐이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으로 받아오던 풋풋하고 넉넉한, 배가 불룩한 그 월급봉투가 자꾸 그리워진다. 월급을 받는 날은 그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슴 뿌듯한 하루가 된다. 불룩한 월급봉투 가슴 안주머니에 든든하게 품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으로 흥을 돋운 후 집으로 들어가면 가족들의 얼굴이 상기돼 눈빛조차 빛나 보인다. 삼겹살 몇 쪽에 김치찌개 밥상도 그날만큼은 당당하게 받으며 가장의 자존감을 한 것 누려보는…
정부가 계속 헛발을 날리고 있다. 기름값에 이어 휴대전화 요금 인하조치가 실망스럽기만 하다. 서민 경제 살리기 정책이 실속은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가 훅훅 들릴 정도다.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지난 2일 내놓았지만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이통업계의 선두 주자인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관건인 기본요금은 고작 1천원 내리는데 그쳤다. 거기에다 무료문자 50건을 준다고 하니 안하니만 못하게 됐다. 문자 안쓰는 이용자나 카카오톡 등 무료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는 도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이같은 휴대전화 요금 변죽 울리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통신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5월 초 요금절감안을 선보였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불만과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인하 불가 입장 고수에 부딪혀 발표가 한차례 연기됐었다. 결국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강압에 무릎 꿇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올초 정부가 통신비와 유류비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그러나 유
예로부터 벼락은 하늘의 징벌로 여겨왔다. ‘벼락부자’니, ‘벼락감투’와 같은 횡재의 의미도 있으나 대체로 인간의 교만함이 도를 넘어설 때 하늘이 노해 벌을 내리는 것으로 알고, 스스로를 경계했다. 중종 39년(1544) 7월 24일 경복궁 근정문(勤政門) 밖 동수각(東水閣)의 서북쪽 모퉁이에 벼락이 떨어졌다. ‘중종실록’을 보면 벼락으로 모퉁이 기둥이 반으로 부러져 벽에 걸리고, 부러진 기둥의 가운데에 종지가 들어갈 만한 둥근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이날 중종은 이러한 변고를 듣고는 다음과 같은 교서(敎書)와 함께 대사면령을 단행했다. (…) 내가 덕이 없고 어두운 사람으로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지 여러 해 동안에 잘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으나 정치가 잘되는 보람이 없었다. (…) 하늘이 노하여 꾸중을 내려 경복궁 동수각의 기둥에 벼락이 쳤으니 이는 실로 나를 경계하는 이변이다. 내가 어찌 감히 구체적인 일로 하늘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리하여 죄인 중 모반대역죄, 살인죄를 제외하고는 감옥에서 석방하고 유배된 자도 모두 귀양지에서 풀려나게 했다. 올봄에는 유난히 낙뢰(벼락)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앞을 내다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까닭 없는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낙담과 좌절감이 퍼져가는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앞날을 전망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당나라시대의 선승인 임제선사는 임제록에서 ‘수처작주하면 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이라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늘 진실하고 주체적인 주인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마음의 고삐를 든든히 잡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주인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과연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만큼의 주인의식을 갖고 비젼 있는 사회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국민은 국민대로 사적이고 단기적인 판단을 하고 기업인들은 미래가치 높은 기업을 만들기 보다는 당장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고, 거시적 안목을 갖춰야 할 정치인들 조차 사적(私的) 또는 집단의 이해 관계로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변화를 경험했으며 앞으로는 더욱 크게 변하리라 여겨진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비젼을 놓고 미래를…
안산시의 초입새 조형물과 관련, 안산시 과장급 간부공무원 2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됐다. 풍도 골재채취와 관련한 비리로 박주원 前 안산시장의 추가 기소 소식의 참담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터져나온 것이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곧바로 ‘간부 공무원 뇌물수수에 대한 안산시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내고 “우선 비리에 연루된 당사자들을 과감히 인사조치 하고, 공직이 활기차고 열심히 일하는 행정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분상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풍도 골재채취 사업과 관련한 뇌물혐의로 최근 추가 기소된 박주원 前 안산시장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업체 대표를 비롯해 부정 대출 혐의자, 어촌계장, 선주협회장 등 줄줄이 관련자들이 기소되고 급기야 시장까지 뇌물혐의로 추가 기소된 비리 사업인 풍도 골재채취 사업이 현재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안산시는 “사업자에 의한 뇌물수수가 있었지만 허가 과정은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서 풍도 골재채취 사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두 명의 공무원 비리 사건에 대해 ‘일벌백계’와 ‘
심야나 휴일에 약을 구하기 힘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일반약 약국 외 판매가 결국 무산됐다. 1년 이상 끌어온 일반약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판매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약국의 야간 및 휴일영업을 늘리겠다는 약사회의 안을 받아들였기 떼문이다. 대신 복지부는 이달 중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현행 의약품 분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약국 이외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의약외품’ 항목을 늘리거나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약품군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이날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주 1회 밤 12시까지, 월 1회 일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전국 2만 개 약국 가운데 자정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평일에는 4천 곳, 휴일에는 5천 곳씩 운영하고,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가정상비약 보관함을 전 가정에 배포하고 보관함에는 약사의 연락처를 기재해 24시간 언제든지 복약 상담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사회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의문이다. 약사회가 작년 7월부터 50여개 약국이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응급약국제를 실시했으나 지난 4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19%가 문
영화 ‘타이타닉’은 거대한 크루즈선박으로 여행 도중 거대한 유빙을 만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최후와 그 여정에 펼쳐지는 인간들의 사랑과 죽음을 맞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주인공 중 한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나지만 ‘크루즈여행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루즈 여행은 아직 낯설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국민성 탓이기도 하지만 크루즈여행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그 이유다. 그러나 선진국 국민들은 크루즈여행을 선호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어 배위에서 휴가를 즐기고 느긋하게 경유지 관광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호화 유람선은 아니지만, 며칠씩, 또는 한달씩 하는 장기여행은 아니지만, 배를 이용한 국내 크루즈여행을 할 수 있다. 평택에서, 또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배편이 그렇다. 저녁에 배를 타고 다음날 제주에 내려 관광이나 등산을 하다가 다시 저녁에 배를 타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번엔 본격적인 국제 크루즈 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 상품화한 것이다.(본보 3일자 2면) 일본 크루즈 상품은 오는 일본 고베항을 출발해…
어느덧 올해도 절반이 넘어가는 6월이다. 이번 달에는 현충일과 6·10민주항쟁,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현충일이 무엇이냐’ 물으면 올바르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달력에 빨간색 숫자로 인쇄되어 있는 국경일이니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현충(顯忠)’ 이라는 글자의 풀이대로 ‘충절을 드러내어 기린다’ 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쉽다. 마을마다 ‘현충탑’이 있어 그곳이 바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는 탑’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충일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을 추모하는 날’ 이라고 알고 있다면 정답이 될 것이다. 현충일에는 각 가정과 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TV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국립묘지를 찾아가 참배하고 기념식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기도 한다. 그날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전국적으로 민방위 경보사이렌이 울린다. 그때 모든 국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묵념을 올리며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이다. 그런데 현충일이 왜 생기게 되었을까? 물론 그 첫 번째 이유는 전쟁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