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산과 들을 적시는 날이면 내가 사는 상지골 골짜기에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모처럼 내린 단비 덕분에 산란처인 개울가로 이동하는 두꺼비며 개구리들과 벌레들이 길을 가로질러 건너는 것이다. 이 골짜기에 산 지 스무해가 되어 가는데 갈수록 이동하는 개구리며 벌레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사 온지 첫 몇 해 동안은 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 시체들을 치우느랴 신경 써야 할 정도였고 차를 몰고 가다가도 건너가는 녀석들을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골짜기를 다 벗어날 때까지 한 두마리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개구리들이 차를 잘 피할 수 있게 됐다기보단 눈에 띄는 수준으로 감소한 탓일 것이 분명하다. 대기 오염과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양서류가 이곳 상지골 뿐 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개구리 무리가 줄어들면 그들을 먹이로 삼는 생태계 상위동물들도 생존을 위협받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다. 십 수년 전에는 거의 매일 마주치던 뱀들이 일 년에 서너번 볼 수 있는 귀한 동물이 된 지 오래다. 집 앞 개울에서 흔하게 보였던 가재가 사라진 것과 더불어 시골 골짜기의 생태계가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음
노숙자는 IMF의 암울하고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급증했다. 그 전엔 일본이나 유럽의 노숙자를 TV나 신문을 통해 보면서 ‘저들은 왜 저렇게 살아갈까?’하는 호기심을 갖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 하고 가정이 붕괴되면서 길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제 노숙자문제는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이다. 많이 줄었다지만 정부의 공식통계로 4천500명에 이르고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숙자들은 대개 역 대합실이나 공원, 고가도로 아래에 모여 있다. 종이컵에 안주도 없는 소주를 마시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공원에서는 밤늦게 운동을 나간 주민들이 술 취한 노숙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돈을 구걸하다 거부당하면 욕설을 퍼붓는 노숙자도 있다. 노숙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렇게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이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마련해 준 노숙자 쉼터를 거부한다. 노숙자 쉼터에는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숙자들의 자유’를 위해 언제까지 역이나 공원에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산과 들을 적시는 날이면 내가 사는 상지골 골짜기에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모처럼 내린 단비 덕분에 산란처인 개울가로 이동하는 두꺼비며 개구리들과 벌레들이 길을 가로질러 건너는 것이다. 이 골짜기에 산 지 스무해가 되어 가는데 갈수록 이동하는 개구리며 벌레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사 온지 첫 몇 해 동안은 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 시체들을 치우느랴 신경 써야 할 정도였고 차를 몰고 가다가도 건너가는 녀석들을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골짜기를 다 벗어날 때까지 한 두마리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개구리들이 차를 잘 피할 수 있게 됐다기보단 눈에 띄는 수준으로 감소한 탓일 것이 분명하다. 대기 오염과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양서류가 이곳 상지골 뿐 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개구리 무리가 줄어들면 그들을 먹이로 삼는 생태계 상위동물들도 생존을 위협받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다. 십 수년 전에는 거의 매일 마주치던 뱀들이 일 년에 서너번 볼 수 있는 귀한 동물이 된 지 오래다. 집 앞 개울에서 흔하게 보였던 가재가 사라진 것과 더불어 시골 골짜기의 생태계가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음
가정의 달 5월도 벌써 끝자락이다. 5월은 참으로 나에겐 한없이 설레는 계절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어린이날에 불렀던 노래가사가 머릿속 턴테이블에서 아직도 재생되고 있다. 오월 중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애잔한 날은 ‘어버이날’이다. 아주 오래 전 돌아가셔서 ‘아버지, 어머니’ 하는 호칭이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이맘때만 되면 속으로 읊조리는 말이 있다. ‘엄마와 아버지’라고 음성적 신호를 보내면 관념 속에서는 ‘엄마와 아버지’의 빛바랜 낡은 사진이 현상된다. 그리고 고백한다. ‘사랑하고 존경한다’가 아니라 ‘죄송함’. ‘미안함’이 내 가슴 속의 이상 혈류가 흘러 부정맥으로 요동친다. 하지만 5월은 내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달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구기종목인 축구 시합을 하다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패한 것보다도 아픈 것은 무릎십자인대 파열이었다. 10여 년 전 5월 하순경이었다. 수술후유증이 보통 만만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지체불구자가 되는 거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인데, 부모님께 죄송스러웠다. 재활기간엔 프랑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삶의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처참한 현장에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궂은 땀을 흘렸던 신참 소방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 이후 소방의 전통적이 화재진압 업무 외에 구조, 구급업무의 활성화가 이뤄지고 소방관들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소방은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8년(1462)에 금화도감이 설치된 것이 그 뿌리이며 지금까지 55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해 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자치소방에서 국가소방, 다시 지방자치소방이라는 되풀이되는 역사를 겪었다. 그간 우리 기억에 남는 크고 작은 재난이 수백 수천건씩 일어나면서 화재진압 뿐만 아니라 구조, 구급 및 각종 민원, 테러 등을 포함한 인적재난 업무까지 확대됐다. 이런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을 감수하는 노력에 힘입어 최근 ‘3교대 근무’가 실시됐다. 지난 수십년 간 의 2교대 근무방식을 과감히 개선했다. 지난 2월,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것이다. 현재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60%의 3교대율을 진행 중이며, 소방공무원의 근무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특기할 만한 인물로는 ‘데릭 월컷(81)’이 있다. 월컷은 카리브해 동쪽 끝 자락의 작은 섬나라인 세인트루시아의 시인이다. 20세기가 낳은 대표적인 서사 시인이자, ‘서인도 제도의 지성’으로 불리는 월컷은 1992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최근 월컷이 유명세를 탄 것은 2008년 11월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 대한 축시를 영국의 ‘더 타임스’에 게재하면서다. ‘40에이커의 땅’이란 축시의 제목은 남북전쟁 이후 자유를 얻은 흑인들에게 1가구당 40에이커와 노새를 나눠준 데서 유래됐다. 그러나 이러한 1865년 포고령은 링컨 대통령 암살 후 무효화됐고 땅은 압수됐다. 이후 ‘40에이커와 노새’란 표현은 인종적 통합의 어려움을 뜻하는 상징적 용어가 됐다. 월콧의 아버지는 영국계, 어머니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이다. 혼혈이라는 점에서 오바마와 공통점이 있다. 197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세인트루시아는 인구 16만 명 가운데 82%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이다. 2000년 중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高行健·71)이 2011서울국제문학포럼(24~26일) 초청으로 지난…
중국에 다당제(多黨制)가 가능할까? 언제쯤이면 공산당 일당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며칠전 여야정당원 중국 정치제도 연수에 참여하면서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의 민주화가 가장 궁금했다. 여기엔 북한의 목줄(?)을 쥔 중국의 체제변화가 자연스레 북녘 동토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바람도 섞여 있음은 물론이다. 당초부터 명쾌한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섞인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中央黨校) 한 교수에게 던진 질문에 그는 조심스레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15년쯤 지나면 국민 정치참여 욕구가 커질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통제 속 점진적 민주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중국의 민주화는 국가확립 단계를 지나 현재는 중앙 관료시대에서 정치제도화로 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보편적 참여 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위 간부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인 중앙당교는 1933년 세워진 ‘마르크스 공산주의 학교’가 2년 뒤 이름을 바꾼 것으로 모택동, 화국봉, 후진타오 등 핵심 인물들이 교장을 거친 곳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가 교훈인 이곳 교수로부터 중국에 밀려들 정치 변화의 물결을 접하면서 3대 세습의 조롱거리로 전
어느 날인가 아득한 아날로그의 향수를 딱 내게 맞는 수준으로 보여주는 프로를 보게 됐다. 조금 더 오래된 라디오 마냥 아득함을 선사해 주기도 하고 때론 나보다 늦은 세대의 생소한 노래를 전해줘 우리 부부를 즐겁게 한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 우리에게 7080은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프로가 됐다. 그러던 어느날 ‘조덕배’라는 가수가 출연했다. “누구지?” 하며 화면을 응시하는데…. “가수의 입모양과 발음이 이상하다?” “왜, 저런 사람이 출연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진행자 배철수씨와 얘기를 하는데 병을 이겨내고 처음 출연하는 무대란다. “무슨병이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당장 인터넷 검색을 했다. “조덕배(趙德培·1959년8월 21일)는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가수이다. 1978년 첫 앨범을 만들었지만 실패하고, 1984년 〈나의 옛날 이야기〉로 공식 데뷔해 활동했다. 80년대에 〈꿈에〉,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 등이 크게 히트해 인기를 얻었으며, 몇 차례 반복되는 마약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 위키백과 그는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뇌출혈을 일으켜 투병하다 최근 활동을 재개했고 완쾌 후 첫 번째 무대가 바로 7080이라
황조롱이가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다. 아파트 베란다나 고층빌딩 조형물 틈새에 집을 짓고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맹금류인 항조롱이는 귀하신 몸이다.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 지정됐다. 황조롱이는 몸길이 30∼33cm로 매류에 속하는데 수컷은 밤색 등면에 갈색 반점이 있으며 황갈색의 아랫면에는 큰 흑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날아오르는 모습이 일품이다. 날개를 세차게 퍼덕이며 직선으로 비상한다. 쥐, 파충류, 곤충 등을 먹이로 하는 매과의 황조롱이는 수백미터 상공에서도 작은 설치류의 움직임을 포착 할 수 있는 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을 뿐더러 쏜살같이 내리 꽂아 낚아 챈다. 먹이가 되는 작은 새는 나는 것보다 앉았다 날아오르는 것을 잡아챈다. 삼킨 먹이 중 소화가 되지 않은 것만 펠릿으로 토해 낸다.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 4∼6개의 알을 낳는다. 포란기간 27∼29일이며 27∼30일이 지나면 독립시킨다. 설치류(들쥐)·두더지·작은 새·곤충류·파충류 등을 먹는다. 산지에서 번식한 무리가 겨울에는 평지로 내려와 흔히 눈에 띄나 여름에는 평지에서 보기 어렵다. 최근 단원경찰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변에 대학을 홍보하는 입간판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름마저 생소한 대학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버스에 부착된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시내버스에 낯선 대학 광고가 있어 찾아보면 먼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다. 전국에 4년제 대학이 200개, 2년제가 150개쯤 된다고 하니 이름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에 이름조차 생경한 대학들이 아무리 글로벌 교육이니, 높은 취업률을 떠들어 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서울대’,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서울약대(서울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는 뜻)’로 부르는 마당에 지방대, 그것도 2년제 대학이 설자리는 그리 많지가 않다. 덩달아 지방 명문대들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게 시들해졌다. 혹자는 이런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와 봤댔자 대학입시보다 몇 십 배나 어려운 취업 관문을 어떻게 뚫을 수 있겠냐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린다. 그러니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애착이 있을 리 없다. 아까운 등록금만 축내는 꼴이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등록금에 하숙비 대랴 등골이 빠진다. 그나마 변변한 직장에 취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