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건너온 잠의 눈꺼풀이 무겁다. 간밤, 문장을 인수분해 하던 신경은 뒤꿈치를 들고 꿈의 언저리를 헤맸다. 몸은 나른하고 정신의 초점은 흐리다. 카페인의 힘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고 아메리카노는 너무 싱겁다. 피곤한 뇌가 당분이 필요하다고 달콤한 것들의 목록을 제시한다. 아포가토를 주문한다. ‘빠지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디저트.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이 빠지거나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가 희석되거나. 예를 들자면, 그에게 그녀가 녹아들거나 그녀의 삶에 그가 끼어들거나. 빠진다는 말도 어쩌면 미친다는 말. 빠지는 일은 미치는 일이고 몰두하는 일이고 자신을 불사르는 일. 그래서 사랑에 빠지고 일에 몰두하고 예술에 미치는 것이지. 커피에 잠긴 아이스크림. 유리잔에 담긴 갈색과 크림색의 자태가 말초신경을 건드린다. 원두의 깊고 풍부한 향이 기어이 미각을 깨우고 만다. 하분하분하게 스며드는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혀가 누리는 쾌감. 달콤하면서도 쓰고,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이와 잇몸과 편도를 골고루 애무하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미각의 클라이맥스. 여기엔 아무 생각도 끼어들 수 없다. 어떤 사유도 어떤 걱정도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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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임위는요… 11 기획재정위원회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도 집행부의 ‘심장부’를 맡아 도정 전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곳이다. 도 집행부의 재정, 인력, 조직 등 핵심 부서들이 모두 상임위원회 소관에 있어서다. 기재위 정대운(더불어민주당·광명2·사진) 위원장은 도의회 다른 상임위에서도 소관하는 부서의 재정이나 인력, 조직 등을 조정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결정하는 곳은 기재위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도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기재위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기재위 의원들 모두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데 공감, 도민을 위한 일자리 복지에 전념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최근 남북 평화무드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기도 만큼은 본격적인 화해·협력의 시대에 대비, 속도감 있으면서도 차근 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에 접경지역이 많은 만큼,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접경지역인 경기북부의 역할이 보다 부각되면서 경기북부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활동은 더 열정적으로 변하고…
몸 전체 뼈 206개의 약 4분의 1이 모여 있는 곳이 사람의 발이다. 두 발에는 52개의 뼈가 있다. 거기에 38개의 근육, 214개의 인대가 있다. 손과 버금간다. 뿐 만 아니다. 모세혈관과 자율신경이 집중돼 있다. 그 만큼 신체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발이 이처럼 놀라운 기능을 갖게 된 것을 진화의 결과다. 직립 보행이후 오랜 기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걷고 뛰다보니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진화가 멈췄다고 한다. 이유는 신발의 등장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 주장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하이힐의 등장 이후 더욱 그렇다며 오히려 발이 퇴화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도 한다. 여성의 하이힐은 원래 16세기 페르시아 기병의 승마용 신발에서 유래했다. 유럽에 전파된 이후 이상하게 변했다. 일상에서 별 쓸모없는 굽 높은 신발을 신는 것 자체가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변해서다. 그 중심엔 프랑스 루이 14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10㎝ 빨간 굽이 달린 신발을 즐겨 신었고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귀족들이 따라한 것은 물론이고. 20세기 들어서는 여성 구두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의학적으로 죽음은 심장기능의 정지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죽음이란 ‘소생할 수 없는 삶의 영원한 종말’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죽음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체의 삶이 끝나는 것 즉 생(生)의 종말을 가리킨다. 죽음에 대해 의학적으로 심정지설(심장정지설, 심폐정지설)과 뇌사설의 두 가지 견해가 있다고 하는데, 심정지설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의 활동이 정지되는 것을 죽음으로 보는 것이며, 뇌사설은 전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소실된 상태, 즉 뇌 전체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를 죽음으로 본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태아→<출생>→사람(人)→<사망>→사체(死體)의 과정을 거친다. 인간은 출생해 육신을 자기 자신으로 여기며 애착하고 돌보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이 오더라도 누구나 육신에 대한 애착은 쉽게 버릴 수 없다고 한다. 육신에 대한 집착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 생에 태어나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붓다께서는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수행으로는 부정관(不淨觀)이 있다. 수행자는 시신
학력과 학벌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학력(學歷)은 제도화된 교육기관으로부터 산출된 학교교육에 관한 경력이나 이력으로, 제도교육 하에서 다닌 경력, 즉 학교를 어디까지 졸업했는지를 말하는 것이며, 우리말의 동음인 학력(學力)은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기술의 능력으로 형식적·비형식적 교육에 상관없이 개인이 얻은 실질적 능력이며, 학벌(學閥)은 제도화된 교육기관의 파벌의 의미, 즉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국사회에서 학력과 학벌은 개인의 삶의 기회뿐만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경제적 특권과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학력과 학벌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의 핵심요인이자 공교육위기와 혼란의 근원으로 질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렇듯 학력과 학벌이 우리사회에서 한편으로는 사회 불평등의 표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그동안 교육기관은 학력을 양산하고 학벌을 태동시키는 산실 역할을 해 왔으며, 국가의 교육제도와 정책은 학력·학벌주의를 조장하는 산파역할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과거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고려시대, 유교가 국교화된 조선시대, 일본의 정치적 간섭을 받던 조선말 개화기와 식민지 지배하에…
그런 복숭밭 /김태수 퇴근하여 느릿느릿 걸어 닿은 하숙집 해가 중천이었다 오뉴월 따끈따끈한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푸르던 벼잎, 그 땐 내 인생도 푸르던 벼들처럼 푸르렀던가 하숙집 문고리를 당기면 늘 툭 떨어지던 종이학 접힌 하나 펼치면 ‘선생님 복숭 사먹으러 가요. 춘자, 숙이 그렇다 내게도 그런 때가 분명히 있었던가 보다 이 시는 은근 감칠맛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자기만의 복숭밭이 있을 것이다. 미완의 사랑에 대한 미련 같은 것, 이만큼 지나서 보면 그래도 한창 뜨거운 피가 돌던 시절 아닌가, 진정한 사랑은 이미 지나간 자리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것이 꼭 어느 한 사람에 대한 미련 보다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아쉬움 일 것이다. 꽃 다 져버린 자리 허전해진 가슴에 더듬어 보는, 그 땐 그것이 지금 그리움으로 남을 순간일 줄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최기순 시인…
예천군의회가 지난해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이른바 ‘국외공무연수’를 하면서 버스 안에서 현지 여행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방의회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4년 임기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역을 대표하는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지역과 나라 망신을 제대로 시켰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처신을 제대로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은 무수히 많다. 2017년엔 엄청난 폭우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했다. 이때 당시 김학철 도의원이 국민을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방의원 국외연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서울시 자치구 한 주무관’이라고 밝힌 공무원은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국외 연수엔 철저한 심사가 있어야 한다. 법령 보완을 통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난이 거세지면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서 관광 일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비난이 잠잠해지면 지방의회가 관광성 국외 연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1987년 6월 9일 한 젊은이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백주대낮에 피투성이가 된다.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후 가두 시위 도중 일어난 비극이다. 7월 5일 만 스무살의 나이로 그는 ‘불귀의 객(不歸之客)’이 된다. 고(故) 이한열 열사 이야기다. 당시 대학동기인 이종창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사진이 뉴욕 타임스 등에 실리면서 전두환 군부독재의 폭압과 잔인함이 세상에 알려진다. 이보다 앞서 1월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6월 항쟁의 신호탄이 된다. 장례식은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젊은 영혼은 160여만 추모객의 오열 속에 연세대학교~신촌로터리~서울시청을 거쳐 빛고을 광주 5·18묘역에 묻힌다. ‘서럽다 뉘 말 하는가 흐르는 강물을/꿈이라 뉘 말 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빛나는 그 눈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가네 가네 한많은 세월이 가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한열 추모곡이다. 그해 여름 이후 젊은이들의 입
지금 열리고 있는 제58회 베니스비엔나레 제목이다. 총감독 헤이워드갤러리 디렉터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제안한 사유성 단어이다. 올해는 이제 더 이상 국가별 분쟁이나 국가적 역사나 문화, 국제정세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다뤄왔던 비엔나레라는 대규모 전시에서 나타나는 주제의 피로감을 거절 한다. 동시대 미술이라는 글로벌 시스템에서 90개국이 참가하는 비엔나레는 탈지역주의, 탈중심주의을 표방하며 서로 연결하고, 서로 저항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매번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을 보게 한다. 수원미술의 향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하며, 2017년 행궁재 주관으로 수원-유럽 아트프로젝트 진행하여 제57회 베니스비엔나레와 5년마다 독일에서 열리는 카셀도쿠멘타를 다녀왔다. 예술가는 꿈을 꾸는 사람이고, 꿈을 주는 사람이라 했던가. 서울의 변방처럼 보여지고, 취급되는 수원미술에 대한 오랜 문제점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고, 이는 어쩜 변방 미술처럼 취급 되어온 섬유예술이라는 전공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해결을 위한 여정이기도 했다. 비엔나레에서 노익장의 깊이를 알록달록한 색의 거대한 실뭉치들을 설치해 최고의 포토존이 된 섬유예술가 쉴라 힉스(Shei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