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한국의 랭킹은 38위다. 일본은 이보다 앞선 27위이고 이란은 더 앞선 22위다. 그런데도 한국은 올 초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에 우승하겠다고 호언 했었다. 그러려면 일본, 이란, 사우디와 개최국까지 이겨야 하는데도 최강의 멤버라는 자랑만 되풀이했다. 그 결과 당시 랭킹 93위였던 카타르에게 8강에서 한방의 중거리 슛에 무너졌다. 축구공은 둥글고 승리의 변수는 항상 있다. 그렇기에 지난해 러시아의 제21회 월드컵 조 예선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기지 않았던가.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에 갑작스러운 기대보다는 평소 프로축구 K1(클래식), K2(챌린지), 내셔널(실업축구), K3(시민축구단)에 고루 적절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축구 하면 한일전만큼 관심 있는 경기도 없다. 한일전은 2017년 12월까지 대표팀 간 전력은 78전 41승 23무 14패로 한국이 절대적이지만 2000년 들어서는 자국의 축구 저변 환경은 일본이 훨씬 낫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K3에 해당하는 일본의 J3 리그 관중은 지난해 6월 기준 기타 규슈가 4천400명, 제일 적은 요코하마가 1…
지난해 어느 동물원에서 남미 출신의 맹수인 ‘퓨마’가 탈출해 유관기관과 민간 수렵단체의 총잡이까지 동원돼 결국 사살된 적이 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전시용 동물들은 천적으로부터 위협을 받지도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는 먹이로 힘들게 사냥을 할 필요없이 살아가니 편안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외견상 안락하고 편안해 보이는 환경이라도 날마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사살된 퓨마는 자신의 고향에서는 최상위의 포식자로 그 어느 누구의 시선도 거부하며 은밀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동물이 본성을 억압당한 채 구경거리가 됐으니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동물원의 동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게 서식지를 침략당해 어렵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적지 않다. 자연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한 현실에서 적지 않은 산과 들이 훼손 됐다. 그로 인해 야생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절망적인 순간에 도심에 나타나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의 희생이 반복되는 현실이 너…
파주 ‘통일동산 관광특구’ 한국전쟁 당시 휴전회담을 비롯해 현재까지 군사회담 등 온갖 회담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판문점과 개성으로 이어진 국도 및 철도 등이 위치해 남북의 관문으로 알려진 파주시. 그러나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접적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소외되고 홀대받으며 발전이 정체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북평화회담이 기류로 파주시가 평화지역의 대표 지자체가 되면서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의 ‘관광특구 지정’이다. 이에 파주 관광특구를 살펴봤다. 경기도 접경지역 최초 관광특구 관광특구조성계획 발표 27년 만에 탄현면 성동·법흥리 일대 약 300만㎡ 지난달 ‘통일동산 관광특구’로 지정 오두산 통일전망대·헤이리마을 포함 ‘생태문화도시 파주’도 표방 ‘한강지역 관광 자원화’ 팔 걷어 붙여 오두산 평화·생태 철책탐방로 조성 반석나루터 옛 포구·뱃길 복원 공릉천변 생태습지체험장 등 구상 27년만에 실현된 관광특구 지난 4월30일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 통일전망대, 헤…
공부는 물론 운동, 친구 사귀기에도 별 관심이 없다. 하지 않을 땐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일단 시작하면 모든 걸 잊고 몰입하게 된다. 인터넷 시대 ‘게임중독’ 얘기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격투기에서 엄청난 힘으로 상대방을 눕힐 때 쾌감을 느끼고, 전쟁게임에서 적들을 섬멸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성취감을 맛본다. 현실 감각은 뒷전이다. 게임의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자극적 화면은 지루한 일상을 잊게 하고 해방감마저 안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게임을 탐닉하다 보면 급기야는 현실감각이 사라지고 가상세계에서 산다 그래야 더 평화롭고 행복감을 느껴서다. 인터넷 중독은 객관적으로 중독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중독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치료도 어렵다고 한다. 가끔 게임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시 게임기 앞에 앉게 된다. 그런데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게임을 적당히 즐기면 인지적 수행능력이 좋아진다는 등의 긍정적 연구 결과도 엄존해서다. 또한 게임 산업이 황금알 낳다 보니 게임중독의 병폐를 사회 문제화 하지 않는 경향도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게임 중독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도 아직 뚜렸한 제제
천석꾼의 토지를 가진 한 고리대금업자가 살았다. 그는 철마다 양식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그에게 양식을 빌린 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릿고개만 되면 그를 찾아가 양식을 빌렸다. 그게 자꾸 밀렸다. 열 가마니가 스무 가마니가 되고…. 그러다 보니 그 가난한 농부는 고리대금업자로 부터 풀려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갚을 길이 없었다. 고리대금업자가 생각했다. 저놈은 갚을 수가 없는 놈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내나. 마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가난한 농부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다. 방년 십 팔세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였다. 그는 그 예쁜 딸을 첩으로 들여 놓기로 했다. 하루는 그 가난한 농부의 움막을 찾아갔다. 부녀를 집 앞의 자갈 바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그의 계략을 얘기 했다. “어차피 자넨 돈을 갚을 수가 없어. 안 갚으면 콩밥을 멕일거야. 그게 싫으면 자네 저 딸을 두고 계약을 맺자” “무슨 계략이요?” “내가 이 주머니에 여기 작은 돌 두 개를 넣을 거야. 자네 딸이 이 주머니에 있는 돌 하나를 꺼내서 그게 검은 돌이면 자네는 딸을 나에게 주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교육부의 ‘일제식 고사’가 교육계의 찬·반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교원단체는 ‘글쎄’의 반응을 보이고 있고, 학부모는 우려반 기대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육부는 초1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지도하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른 지난해 평가 결과, 중·고교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10%를 넘는 등 학력저하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법적근거는 없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0조(수료 및 졸업 등)를 보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교육과정의 이수정도 등을 평가하여 학생의 각 학년과정의 수료 또는 졸업을 인정한다”로만 되어 있다. 그렇다고 각 시·도교육청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초4~중3 학년의 학습부진 학생 및 경계 학생을 위해 국어, 사회, 역사, 수학, 과학, 영어 과목에…
슬픔에 관한 짧은 리뷰 /이채민 피가 그을리고 쪼그라진 심장에 물집이 생겼다 혈관을 뛰어다니던 피들도 조용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많은 전쟁에도 끄떡없던 내 안의 교회와 성당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뼈가 부러졌는지 바람도 나도 많이 흔들거렸다 생의 중심에 고여 있던 너를 비워내는 일이 나무와 돌과 새들이 우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슬픔은 기쁨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체험의 정서이다.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완만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무력감과 함께 허무감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꽃이 지거나 가을만 되어도 비애를 느끼며 울기도 한다. 슬픔이 심화되면 스스로를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내부로만 빠져들어 극단적으로는 자살에 이르게까지 한다. 슬픔을 가장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석판화 ‘슬픔’을 들 수 있다. 잔뜩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고 비탄에 잠긴 나체의 여인은 슬픔의 실체를 그대로 웅변한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벗겨진 알몸과 얼굴을 완전히 팔과 무릎에 파묻고 울음 우는 형상은 비애로 가득 찬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히 보여준다. 시인은 지금 슬프다. 아
현직 외교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누설했다는 의혹을 두고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설전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현직 외교관이 국가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사실상 간첩행위와 다를 바 없다”면서 엄정 조사를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SNS에서 “한국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엄벌을 요구하고 당 소속의원에게도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진짜보수냐 가짜보수냐 판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최석대변인은 “기밀로 보호받는 한미 양 정상 간의 대화를 취득, 누설한 행위는 심각한 불법행위”라면서 “한국당은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가 당 해산의 갈림길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기밀 누설을 주장하고 있다며, 거짓말에 대한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보수진영 일부에서조차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WHO는 세계보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했고, 각국은 2022년부터 WHO 권고사항에 따른 질병정책을 펴게 된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WHO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공동대책위까지 꾸려졌지만 이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WHO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음주나 도박 등도 정도에 따라 질병, 혹은 범죄가 되는 것처럼 게임도 중독시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독 판정의 기준은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된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게임아이템을 사기 위한 절도, 횡령 등의 범죄도 있었고,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직접 현실에서 만나 치고받는 일도 벌어진다. 게임중독에 빠진 젊은 부부의 아들 학대살해 사건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예로 볼 수 있지만, 원인이 게임중독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게임중독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고 체
정호승님의 시에는 ‘선암사’라는 시가 있다. 필자에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이 시는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중략)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라는 내용이다. 걸어서라도 가서 슬픔을 쏟아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선암사다. 선암사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꼭 보고 와야 할 요소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선암사 해우소, 즉 측간이다. 선암사 측간은 영월 보덕사 해우소와 함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선암사의 측간은 들어가는 곳에 걸려 있는 간판이 ‘뒷간’이다. 글씨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씌어 있는데다 한글고어가 그대로 남겨있어 측간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채롭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1층으로 보이나 뒤돌아가서 보면 2층으로 되어 있어 비탈진 곳을 잘 활용해 지어진 건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유재란(1597) 때 모든 전각이 소실됐으나 이 건물을 불에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4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