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20부작 ‘SKY 캐슬’이 화제가 되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1회 시청률 1.727% 종합 26위였던 드라마는 20회 최종회에서는 23.779%로 종합 1위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 남편은 왕으로, 자식들은 천하의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한 코믹 풍자극이다. “학종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진다”, “SKY캐슬은 학벌세습현장”, “내신비리 전수조사하라” 등의 구호는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 종영일에 맞춰 정시확대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 시민단체의 푯말에 쓰여진 구호들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신분세습의 도구로 전락한 대입제도의 불투명과 불공정이 학벌 세습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대학과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수시와 학종은 서민의 자식은 서민이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현재처럼, 대학서열이 존재하고 입시경쟁이 불가한 상황에서는 경쟁자체도 공정해야 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수시와 학종을 폐지하…
철심 /고영민 유골을 받으러 식구들은 수골실로 모였다. 철심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분쇄사가 물었다 오빠 어릴 때 경운기에서 떨어져 다리 수술했잖아, 엄마 엄마 또 운다 영영 타지 않고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분쇄사는 천천히 철심을 골라냈다 -현대시학 / 2018, 7·8월호 철심이라는 기표에 내포된 기의가 사뭇 엄숙하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슬픔이 한껏 절제된 이 시의 스산함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육친의 죽음을 환기시킨다. 한 줌 재가 된 유골은 남은 가족에게는 먹먹한 슬픔의 최대치이리라. 더구나 딸려 나온 철심 앞에서랴. 죽음 앞에서 삶의 세목들을 되짚게 되는 구체적 매개체이기도 할 것이다. 담담한 진술 속에 시적 서사가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형제이리라 짐작되는 이의 죽음을 나의 관점에서라기보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읽게 되는 것이 이 시의 힘이다. 자식은 평생을 가슴에 묻는다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영영 타지 않는 것은 철심만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을 비롯해 어머니란 이름의 형틀을 지고서 크고 작은 걱정 끊일 날 없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생각난다./이정원 시인…
어느새 봄이 왔다. 벌써 남녘으로부터 개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봄이 봄 같지 않다. 이거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난 주말 내내,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심각한 초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라고만은 할 수 없는 요즘 유행어가 ‘삼한사미’다. 예전 겨울이 사흘 춥고 나흘 따듯한 삼한사온(三寒四瑥)이었다면 요즘은 사흘은 따듯하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뒤덮인다는 뜻이다. 숨을 쉬기가 두렵다. 24일 밤과 25일 낮엔 서울과 경기, 충북 등 중부지방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서민경제까지 영향을 미치자 정부는 지난해 8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을 공포했다. 미세먼지 특별법은 약 6개월 동안 하위 법령을 제정하는 등 본격적인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뒤 지난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별법에는 시·도별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법적 근거도 들어있다. 시·도지사는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가 당일 50㎍/㎥를 넘고 다음 날 평균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미세먼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일부 의원의 ‘20대 발언 논란’과 관련해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사죄는 최근 여권에 대한 20대 지지율 하락을 ‘전 정부 교육 탓’으로 돌린 설훈 최고위원 등의 발언 때문에 나왔다. 그만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발언이 국민을 자극했다는 뜻이다. 설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언론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한 20대 지지율 하락이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촉발했다. 그의 발언은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네 탓’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해온 야당의 주장을 일축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적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 급락은 기회의 불균등, 공정의 훼손, 기득권 장벽에 따른 고용절벽 등에 기인하는데 ‘교육 탓’이라고 엉뚱한 진단을 내놨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28일 청년층을 겨냥해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고 한 김현철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발언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청년층이 더욱 분노했다. 파문이 일자 설 최고위원은 ‘발언…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곳곳에서는 3·1운동 관련 행사도 많이 진행된다. 3월 1일이 되면 유난히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오늘은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천안 독립기념관은 국민의 성금을 모아 건립된 기념관으로 1987년 8월 15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개관 당시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도 하루 20만~3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은 뜨거웠다. 당시의 뜨거웠던 관심에 비하면 요즘 독립기념관과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 독립기념관은 동양 최대의 건물인 겨레의 집과 7개의 전시관, 그리고 야외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이 조금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문에서 겨레의 탑을 지나 왼쪽으로 오르면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을 만날 수 있다. 보통의 관람동선을 따르면 자칫 놓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일제강점기 서울 경복궁의 많은 전각들을 철거하고 경복궁의 법전인 근정전을 가로막으면서 지어진 건물로 광복 이후에도 미군정 청사와 대한민국
세월이 흐르는데 경계가 있던가, 나이를 먹는데 티가 나던가. 가을인가 하였더니 겨울이 깊어가고, 청년 시절인가 하였더니 어느새 중년으로 들어선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세월이 무상타 한탄한다. 자연은 입도 벙긋 안 했건만, 인위적으로 해가 떠서 지는 것에 숫자를 매겨 하루라 칭하고, 하루하루를 묶어서 달이라 해 놓고는 날과 달이 빨리 간다며 가슴 태우고 있다. 12개월 중 2월은 애련한 느낌이다. 1월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기에 마음이 들뜬다. 새 희망에 부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각오가 대단하다. 하지만 2월은 있는 둥 마는 둥 갈잎 스치는 바람 같아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른 달에는 다 있는 30일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해 왜소하고 허약하게 느껴져서 가련하기 그지없다. 2월은 끝자리 새끼돼지 꼴로 다른 달에 밀려있는 기분으로 왔는가 하는 사이에 벌써 지나가서 징검다리 넘는 격이다. 그에 비해 3월은 어떠한가? 천상에 오르는 아지랑이를 떠올리며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2월이 떠나기 무섭게 도사리고 있던 봄이 우렁차게 북을 울리며 등장하지 않던가. 3월은 개선장군인 듯 온갖 환영을 받으며 찬란하게 나타난다. 3월은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의 환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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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자가 있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에 소문을 듣고…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미르매…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마가복음 5장 25∼34절)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히11:1절)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1:17절) 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이 믿음은 생명을 살리며, 우리에 삶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 삶이 믿음이 없다면 항상 불안하고 낙심과 좌절가운데서 일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12년동안 혈루증에 시달린 한 여인이 나옵니다. 치료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고 오히려 병이 중하게 됐습니다. 도리어 모든 것을 잃었다는 우울감에 젖어…
강렬하고 꼬불꼬불한 선들의 배경 위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한 인물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바로 이 작품 ‘절규’이다. 절규와 절규를 그린 작가 뭉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든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기분을 떨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이 이야기해주듯이 그의 인생은 병약함과 가족들의 죽음으로 점철돼 있다. 유년 시절 어머니가 병으로 죽었고, 그 충격으로 누이도 정신병을 앓다 죽었다. 그의 건강도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일생동안 잦은 병치레를 했다. 그런 그의 불행들은 작품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의 작품들은 침대 위에 스러져 있는 여인, 병든 소녀, 권총을 든 사람,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사람 등으로 가득하다. 이 병약한 화가에게는 정신병으로 고통 받다가 37세에 죽은 고흐나, 독감으로 죽은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따라 28세에 생을 마감한 에곤 실레와 같이 비명(非命)이 어울릴 법도 한데, (화가에게는 외람된 말이지만) 놀랍게도 뭉크는 80세까지 살았던, 그 시절에는 보기 드물게 장수했던 화가였다. 어쩌면 화가라는 천직이 그의 내면에 쌓여있던 끔찍한 불행과 고통을 달래 주었는지도…
과학사박물관에서 /윤석산 과학사박물관에 오니 다이아몬드가 결코 인간의 소유가 아님을 알겠구나. 더더욱 부호만의 소유가 아님을 알겠구나. 지구의 보이지 않는 깊고 깊은 지층 어딘가에 숨겨진 채 인간의 어떤 탐욕으로도 정제될 수 없는 반짝임만으로, 살아 있는 과학사박물관에 와서 비로소 보석들이 보석이 아닌, 결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다만 스스로 빛 발하는 그 자신임을 본다. - 윤석산 시집 ‘절개지’ 중에서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재력가나 권력자가 되면 혹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아이돌처럼 대중의 인기를 받으면 빛이 날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 착각은 깊어져서 외모도 성형으로 정제(?)하면 빛이 날 것으로 속고만 있다. 착각이 기만이 되고 그 기만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본래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면서 다만 스스로 빛 발하는 그 자신이듯, 본래의 ‘나’로 돌아와, 우리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우리 자신으로 살 수는 없는가,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