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항상 이맘때면 나오는 뉴스가 단풍소식이다. 오늘은 단풍과 문화유산 모두를 만날 수 있는 남한산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래서일까, 남한산성에 오를 때면 늘 47일간의 숨 막히는 전쟁에 휩싸이는 듯 하다. 조선의 국왕으로서 치욕스런 항복을 택해야했던 인조의 아픔은 남한산성 곳곳에 배어 있다. 오늘 남한산성 여행의 출발점은 산성의 중심지인 종로이다. 보통 산성로터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옛날 이곳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종각이 있어서 종로라 불렀다. 산성 로터리를 지나 수어장대 가는 길 언덕에 오르자마자 침괘정을 만나게 된다. 은행나무 한그루가 정자의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준다. 정자 앞에는 쉼터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무기 제작소로 알려져 있는 침괘정은 영조임금 때 광주유수가 ‘침과정’이라는 편액을 걸었다. ‘침과’란 말 그대로 ‘창을 베고 눕는다’라는 뜻이다.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패배를 거울로 삼아 나라 밖을 경계하고 내실을 기하자는 뜻이 침괘정에 남아 있는 것이다. 편액은 침과정으로 되어 있지만 사람들에게 불리는 이름은 침괘정이다. 인조 임금 때 침괘정에 명나라 사신이 머물렀는데 사신이 무기
8월말 현재 전국의 영화관 수는 514곳, 스크린 수는 2천960개이고 좌석 수는 46만4천187개다. 그중 필름으로 상영하는 스크린은 205개에 지나지 않고 2천569개는 디지털 상영(2D)을 한다. 3D 상영을 하는 곳은 961개, 4D는 38개, 아이맥스 상영관은 16개다. 상영방식에 따른 스크린 수가 전체 스크린보다 많은 것은 같은 스크린에서 2D, 3D를 복합적으로 상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D는 보통의 화면, 3D는 입체, 4D는 입체에다 좌석까지 움직이는 것이고, 아이맥스는 보통의 화면보다 10배 쯤 큰 화면을 가리킨다. 경기도의 경우 영화관 수는 112개, 스크린 수는 678개다. 한국에 극장이 생긴 것은 1902년, 개화기 무렵이다. 협률사(協律社)는 판소리, 탈춤 등을 공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실내 공연장 역할을 했다. 그 이전에는 고정된 시설의 공연장이 없었다. 남사당이 주로했던 줄타기, 탈춤 같은 전통 놀이는 동네 빈터나 강변 모래밭 등 적당한 자리를 잡아 한판을 벌이다가 공연이 끝나면 걷어치우면 그만이었다. 무대시설이나 조명, 음향장치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되었다. 어디든 자리를 잡으면 그곳이 공연장이었고, 걷으면…
우리나라의 2018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4%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27.7%보다는 낮지만 고령화 진행속도가 세계 최고다. 조만간 100세 시대 도래를 감안하면 30년간 일하고 은퇴이후에는 그간 벌어둔 소득으로 40~50년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벌어둔 소득이 많거나 계속 일할 수 있는 제2의 직장을 구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5.7%로 OECD국가 중 제일 높다. 직장 다닐 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었지만, 생활비, 교육비, 자녀결혼비용으로 써버려 저축한 돈이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대비를 너무 안했구나’ ‘아이들에게 돈을 너무 많이 썼구나’ 하며 후회를 한다. 좀 더 벌기 위해 이미 레드오션인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손해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창업한 50~60대 중 65%가 휴·폐업 했고, 평균 7천만원씩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장수가 개인적으로 축복일 수 있지만 노후대비 재산이 없거나 건강이 안 좋다면 재앙 수준이다. 30~40대부터 철저한 대비를 해야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노후대비를 위해 공적연금, 퇴직연…
왜 이리 속도를 내려하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바로 정부의 대북 접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청와대에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을 촉구하고 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를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서 곤혹을 치루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의 경우, 강 장관 스스로가 발언을 축소하며 사과해서 일단락되는 것 같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쟁점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 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인 외교적 수사는 “승인”이 아니라 ‘협력(cooperation)’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과거에는 “협력” 혹은 &ldquo…
풀의 망각 /박우담 잡초는 없다. 보리도 콩밭에 가면 잡초고 콩도 보리밭에 가면 잡초가 된다. 누가 뾰족한 손톱으로 목을 조르는가 전정가위로 날숨마저 아니면, 초록마저 눈을 맞춰봐라 이따금 나도 누구의 망막에는 무엇으로 보일까. 파릇한 싹이 있으면 틈새 어딘가에는 풀의 망각이 있을까. 부지불식간에 내 속에 침입한 불안이 나의 목을 졸라올 때가 있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불안이, 너의 눈에 나는 무엇으로 보이는가에 대한 불안이, 더욱이 ‘너’가 하나나 둘을 넘어 다수가 되었을 때 생겨나는 불안이 나의 존재감을 흔들 때가 있다. 나는 누구에게 내 본래의 모습대로 대접받아보았는가. 단체 회원들에게, 직장 동료들에게, 하물며 가족들에게까지도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아 주었는가. 그래서 주눅 들 때가 없지는 않았는가. 보리나 콩은 본래 잡초가 아니다. 하물며 사람이 잡초로 보여서야 되겠는가. 망각하지 말자. 나는 잡초일 리가 없고, 너 또한 잡초일 리가 없다. /김명철 시인…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월평균 실업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만2천명 늘어난 106만5천명을 기록했다.이는 3분기 기준으로 외환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리던 1999년 133만2천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다. 100만명을 넘은 것도 19년 만에 처음이다. 3분기에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분기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모두 1분기나 2분기였다.통상 실업자는 취업 시즌인 1·2분기에 늘다가 3분기 이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구직시장에 뛰어드는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르다. 실업자가 늘면서 3분기 실업률은 3.8%를 기록, 1년 전보다 0.4%포인트나 치솟았다. 실업률 상승폭은 2014년 4분기(0.4%포인트) 이후 15분기 만에 가장 크다.실업률 상승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고용절벽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경제의 침체가 걱정수준을 넘어섰다는 우려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거기에 고용률은 두 분기 연속 떨어졌고 하락 폭도 커졌다. 따라서 연간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취업자 수의 전년 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전국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년∼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총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금액 규모는 269억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부당하게 적립하거나 교육업체와 손잡고 공급가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빼돌리는 등 여러 방법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에 의하면 아이들을 위해서 쓰라는 유치원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고, 원장의 외제차를 수리한 사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성인용품도 샀으며 노래방·숙박업소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원장 개인의 차량 연료비와 아파트 관리비, 종교시설에 헌금을 낸 경우도 있었다. 박의원은 앞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명단에는 감사 결과를 수용한 유치원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처분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유치원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리 유치원이 추가 공개되면 현재보다 감사 적발 유치원 수와 적발 건수, 금액이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은 좋은 결과보다는 과정의 기쁨으로 살아갈 것이다. 결과물들의 품질이나 가성비에서 결국 인공지능로봇의 솜씨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과 공연은 과정지향성 예술이다. 미술은 현장에서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면 영어로 퍼포먼스(Performance)라고 부른다. 호모루덴스 인간이 결과를 잊고 과정을 즐기는 모든 활동은 퍼포먼스 예술로 볼 수 있다. 예술은 원초적 감정을 언어화 하는 힘을 주며 두뇌의 전인적 발달에도 좋다. 노벨상 연구에서 뛰어난 연구자들은 자폐증 성향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 곳에 집착하며 반복을 좋아하는 성향이 위대한 발견, 발명과 연결된다. 그들의 반복도 퍼포먼스이다. 한국 공교육에서 ADHD 아이들과 자폐증 아이들이 결과지향적 커리큘럼에 의해 소외받으면 한국에는 창조적 기업이 줄고 노벨 과학(의학)상이 나오기 어렵다. 또한 공동으로 하는 과정지향성 과제로 관계 맺기와 책임감을 배우지 않으면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는 ‘경제+문화협력 시대’를 한국이 주도하기 어렵다. 과정지향성 예술의 특징은 실수까지 예술이 된다는 점이다. 실수가 더 멋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퍼포먼스이다. 성인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2돌 되는 날이다. 백성들이 자기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을 불쌍히 여겨 한글 창제 후 반포를 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 한글 창제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한글은 세계 문자 중에 창제 시기와 원리가 정확히 알려진 유일한 문자다. 창제 동기부터 피지배층을 위한 평등의 문자로 누구나 쉽고 평등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발음 작용을 반영하여 만든 과학적인 문자로 사람의 말소리를 가장 잘 적을 수 있는 이상적인 문자다. 한글 창제 과정과 운용법을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이는 한글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런데 우리 문자 생활은 비극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바깥벽에는 학교 이름이 한자로 크게 쓰여 있다. 옆에 중학교와 초등학교도 건물 가운데에 큼지막하게 한자로 썼다. 초등학교는 영자 표기도 크게 보인다. 다른 학교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교내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교훈탑이다. 커다란 돌덩이에 ‘교훈’이라는 글자부터 모두 한자로 써 있다. 건물 안에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목표, 연혁 그리고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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