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찬사…뮤지컬 ‘파과’
파과(破果), 흠집 난 과일. 부서진 과육으로 먹을 수도 없이 썩은 과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년을 바라보는 60대 여성 킬러는 성치 않은 몸으로 킬러의 수명을 다해간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킬러의 세계에서 자신을 치료한 의사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가치가 떨어진다. 그녀는 부서졌지만 살아있음에 빛나는 인간을 증명한다. 2013년 출간된 구병모 장편 소설 ‘파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초연 신작으로 소설 출간 당시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서를 무대에 구현하는 연출가 이지나, 작품 전반을 이끌어가는 음악감독 이나영, 작품의 현대적 감각을 배가시키는 무술감독 서정주가 함께했다. 극은 킬러에게 살해당한 아버지를 목격하는 어린 ‘투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총성이 울리고 이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버지 뒤로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자세의 ‘조각’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은 어린 ‘투우’에게 인상 깊게 기억되고 복수심과 알 수 없는 동경심을 느끼게 한다. 킬러 ‘조각’은 15세에 친척집에서 도둑으로 누명을 쓰고 가출해 미군기지 주변에서 숙식을 알아보던 인물이었다. 킬러 조직을 운영하던 ‘류’의 호의로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