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10월 6일까지 강미선 작가의 초대전 ‘마음정원’을 개최한다. 일상의 사물들을 담담한 먹빛으로 그려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집’을 모티프로 한 ‘한옥 12’(2024)를 비롯해 수묵화 14점과 설치작품인 ‘수묵서가도’(2024)를 대중에게 소개한다. 작가에게 집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머무는 장소이자 삶의 희로애락이 일어나는 장소다. 작가는 간결한 수묵의 ‘획(劃)’으로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화폭에 소환한다. 대담한 먹선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옥의 기둥과 대들보, 처마와 서까래가 창조되고 섬세한 선들이 포개진 자리에는 정원을 쓸던 싸리 빗자루가 생성된다. 한옥 시리즈들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물을 둘러싼 여백 또는 바탕이다. 그의 작품에서 바탕은 단순히 소재를 그려 넣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겹의 한지를 쌓아 올린 바탕은 마치 수행과도 같은 작업 과정 속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전한다. 김이순 미술사가는 “창작의 과정이나 태도의 치열함과는 별개로 강미선 작가의 작품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먹의 담담함과 표현의 간일함 때문”이라며 “그의 작품을 음악에 비유하자면
고요한 듯 그대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굽이치는 파도와 바람에 물결치는 모래들을 보며 우리는 자연도 언제나 바쁘게 들숨과 날숨을 내뱉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주에 위치한 안상철미술관(관장 안재혜)이 지난 20일부터 6월 18일까지 선보이는 오숙환 작가의 개인전 ‘자연의 호흡(The Breath of Nature)’은 자연을 먹으로 표현해내는 오 작가의 수묵 추상화 23점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울릉도에서의 레지던시가 작가에게 자연과 특별한 동행의 경험을 하게 했으며 그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 준다. 오 작가는 화선지와 한지에 먹을 이용해 드넒은 모래사막 위 펼쳐진 모래무늬들을 담아냈다. 평론가 송희경은 “오숙환 작가의 화폭에는 ‘흑과백, 채움과 비움, 법칙과 자유, 형상과 비형상, 곡선과 직선’이 공존한다”면서 “순환과 반전이 거듭되는 일정한 규칙들이 질서를 부여하고 화폭에 웅장한 자연을 투영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오숙환의 한국화에서 신의 창조물인 자연이 조물주의 대리인인 작가를 거쳐 재탄생되는 과정을 목도한다”고 덧붙인다. 평생 지필묵을 탐색하고 연구해온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한국화의 전통을 고수
양주 안상철미술관(관장 안재혜)은 오는 4월 18일까지 중견 한국화가 황현화 작가의 개인전 ‘The Other Side’를 개최한다.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지향하는 황현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The Other Side 17-2201’(2022)를 비롯한 ‘The Other Side’ 연작 평면회화 32점을 소개한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판화에 매료돼 오랜 시간 판화 작업에 매진해왔다. 어느 날 문득 그동안 제작했던 판화의 뒷면을 본 작가는 판화를 제작하며 흘렸던 땀과 눈물, 마주했던 좌절과 환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자국과 흔적들을 표면 위로 밀어 올리고 싶었던 작가는 판화지를 오려 크고 작은 사각형을 만들어 조각들을 덧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전체 화면을 구성했다. 황현화 작가는 “나의 작업은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에서 비롯했다”며, 작업을 통해 “의도와 계획을 배제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표현에 대한, 예술에 대한, 생존에 대한 최소한의 뼈와 살만 가지고 살고 싶다”며 예술세계 또는 삶에 대한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강조했다. 작가가 창조한 사각형 조각들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고충환 평론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이 놀이터가 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행복한 놀이였던 즐겁고 순수한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반짝이는 큰 눈과 동그란 귀를 가진 캐릭터 ‘BON(本, 본)’을 통해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전시가 열렸다. 양주시에 위치한 안상철미술관(관장 안재혜)은 오는 19일까지 이지현 작가 개인전 ‘즐거움의 본질을 보다_BON, 本, 본’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 ‘Bon of Liberty’(2023)를 비롯해 평면회화 23점과 아트토이 2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급변하는 생존과 성공을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마음의 병을 안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키덜트(Kidult)적 유희’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해 왔다. 그는 키덜트적 유희를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동화나 환상의 세계에 잠시나마 빠져, 고갈되고 메마른 정서에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성인들을 위한 재미, 유치함, 판타지를 담고 있는 키덜트적 유희를 작가는 고운 비단 위 전통안료를 반복적으로 칠하는 인고의 시간을 통해 불러온다. 작가가 현재로 소환하는 것은 바로 시공간을 초월한 어린 시절의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