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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라곤 기술 하나, 나눌 것이라곤 마음 하나…사랑의 ‘가위손’

[당신이 희망입니다_칭찬 릴레이 ⑧] '엄영숙 헤어' 엄영숙 원장

 

미용실을 찾은 동네 아주머니의 머리를 손질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엄영숙원장. /노경신기자 mono316@

추천 주인공은
유당마을 이 순 원장


철학 담긴 특화된 실버타운 필요
연령별·컨셉별 프로젝트 구상중

“노인인구의 급증에 대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단순 영리목적보다는, 체계화되고 특화된 실버타운들이 그런 대책의 일환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죠.”
지난 주 추천주인공 이 순 원장. 이 원장은 향후 생겨나는 실버타운들이 노인복지에 대한 철학으로 특화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유당마을’ 역시 향후 연령별 그리고 컨셉별 특화된 프로젝트를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 그녀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기보다, 그저 내가 내 일에 열심인 모습을 주위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쑥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냥 배운 기술로 어른들 머리 만져드리는 것뿐인데 그게 뭘 대수라고….”
조원동 ‘엄영숙 헤어샾’의 엄영숙 원장이 벌게진 얼굴로 손사래를 친다. 엄 원장이 조원동에 자리를 잡은 지는 정확하게 21년째.
줄곧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동네 어르신들의 머리는 ‘공짜’로 해드렸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부득불 미안하다고 못 오는 할머니가 계신 집은 직접 미용가방을 들고 출장을 나선 것도 그렇게 20여 년이다.
세월을 말해주는 누렇게 바랜 미용요금표가 무색하다. “봉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죠. 그냥 내 일 하면서 편하게 했던 일”이라고 엄 원장은 줄곧 겸손이다. 생활터전, 살아가는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일이 벌써 21년째다.
엄 원장의 조용한 노인 무료 이발 봉사가 차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작년 5월에는 동사무소 지원으로 ‘사랑 실은 봉사대’가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동사무소 옆 공터를 새롭게 단장해 ‘무료 이발 전용공간’으로 만든 것.
엄 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지역 미용사 10여 명이 함께 매주 화요일 오전 순번을 정해 무료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노인 뿐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하지만 엄 원장 말처럼 ‘쉽기만 했던 봉사’는 아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강원도 시골의 9남매 중 차녀. 스무 살 되던 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타국 만리 이란의 섬유공장에서 돈을 벌던 시절도 있었다. 이란의 내전 때문에 다시 귀국해 시계공장에 들어갔고 그때 공장을 다니며 야간으로 틈틈이 미용기술을 배웠다.
개미처럼 일해 당시 남편과 조원동에 자리 잡아 미용실을 열었지만 그것도 생각만큼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8년 전에는 부도로 10년 넘게 모은 재산을 모두 날렸고, 그 빚은 2년 전년에서야 어렵사리 모두 털어냈다.
그렇게 바쁘고 팍팍한 인생이었다. 하루 사는 게 힘들었던 20여년 세월 동안 한사코 어려운 노인들에게 ‘공짜 품’을 팔아온 엄 원장의 이유는 하나다. “내가 아마 부자였으면 없는 사람들 심정 몰랐을 거예요. 워낙 가진 게 없어서 나눠줄 수는 없지만, 배운 기술로 형편 어려운 어른들 머리 예쁘게 만져 드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쁘다”고 엄 원장은 말했다. 긴 시간만큼 그사이 많은 동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도 했다. 때마다 꼬박꼬박 머리를 깎으러 오시던 할아버지가 어느 순간 발길을 끊을 때. 그래서 더욱 엄 원장의 가슴은 내려앉는다고.
한 동네에서만 20년을 산 까닭에 ‘누구네 무슨 일이 있는지’는 손바닥 보듯이 훤하다는 엄 원장. 반장만 11년 째 도맡고 있는 만큼 ‘동네 큰엄마’가 또 엄 원장이다. 엄 원장의 미용실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임시 동사무소가 되기도 하고 필요할 땐 부동산이 되기도 한다. 한상 푸짐히 음식이 나오는 식당이기도 하고 동네 다방이 될 때도 있다.
“미용실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이웃하고 이렇게 서로 감사하고 의지하면서 건강하게 늙는 것이 작은 꿈이에요.” 엄 원장의 ‘작은 꿈’이 자못 커 보인다.
/유양희기자 y9921@kgnews.co.kr

다음 주인공은 햇살 가득 공부방 이상남 소장

8년째 공부방 운영하며 교사役
가출·어려운 가정 아이 무료봉사

엄영숙 씨가 추천한 칭찬릴레이 아홉 번째 주자는 수원시 세류동에서 ‘햇살 가득 공부방’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상남(45) 씨다.
안양에서 5년, 수원에서는 3년 째 무료로 아이들의 ‘열린 공부방’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는 인물.
‘햇살 가득 공부방’은 가출청소년이나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지역 모임으로 이 씨는 “나보다도 후원교회와 여러 참여교사들이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추천받게 돼 미안하다”며 다음 주 만남을 기약했다. /유양희기자 y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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