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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맛을 빚는 Coffee 마술의 손길

[Job & Life] 커피앤(coffee 'N') 바리스타 김금민-로스터 김맹권 남매

 

로스터 기계에서 커피향을 테스팅 하고 잇는 김맹권씨(사진 중)와 핸드드립을 하고 잇는 누나 김금민씨(사진 오른쪽).
/장문기기자 hichang@

 

“커피의 마술사 ‘바리스타’와 ‘로스터’를 아시나요?”

 

 

커피 2스푼, 설탕 2스푼, 프림 2스푼이라는 일률적인 다방 커피에서 벗어나 직접 생두를 볶아 손님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로스터와 바리스타이다. 바리스타가 바 안에서 손님을 상대하며 손님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낸다면 로스터는 각각의 생두를 볶아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원두로 탄생시키는 일을 한다. 따라서 생산 초기부터 마시는 순간까지 모든 단계에 의해 좌우되는 커피의 맛은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손에서 천차만별로 재탄생 된다.

 

 

우연히 맛들인 핸드드립 커피 반해

 

 

제대로 된 맛 내자 남매가 의기투합

 

 

수원 나혜석거리에 전문 로스팅 샾

 

 

생두 볶는데 30분 5초마다 맛달라져

 

 

마음에 안드는 원두 방향제로 선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에 위치한 전문 로스팅 샵 커피앤(coffee 'N'). 커피콩을 직접 갈아 드리퍼에 내려주는 이곳에는 바리스타 김금민(34)씨와 로스터 김맹권(31) 남매를 만날 수 있다.
여성스러우면서 손이 빠른 김 바리스타와 든든하지만 섬세한 김 로스터, 이 둘이 만나 최적의 커피를 만들어 낸다.
작년 5월에 샵을 연 김 로스터는 “한때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굉장히 유행해 우훅죽숙 생겼다가 없어지면서 생긴 것이 북 카페나 보드 카페 등 이벤트 카페였죠.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3년이면 싹 변해요”라며 “그래서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죠. 결국 기본은 커피 맛이니깐요”라고 전문 로스팅 샵을 하게 된 동기를 말했다.
“처음엔 저희도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하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가뜩이나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파는 커피들은 너무 달거나 느끼해서 못 마시겠더라구요”라며 김 바리스타는 “그러다 우연히 핸드드립 커피를 알게 됐고 계속 돌아다니며 마셔보니깐 이거다 싶었죠”라고 동생인 김 로스터의 말을 거들었다.
6살난 아이가 있는 헤어 디자이너였던 김 바리스타는 “헤어 디자이너 특성상 쉬는 날이 적고 늦게 끝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어요. 그래서 쉬엄쉬엄 일해보자는 생각에 커피숍을 하기로 했죠”라며 “근데 막상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손에 따라 커피 맛이 천차만별 차이가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도 두지 못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시간이 더 없다”고 살짝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김 바리스타의 투정에 김 로스터는 “일반 커피숍은 기계로 커피를 뽑기 때문에 간단한 작동법만 알아도 아르바이트생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기서는 한두 달 배운다고 커피를 내릴 수 없죠. 한창 바쁠 때는 둘이서도 빠듯하지만 우리의 맛을 좋아해서 온 손님들에게 맛이 틀린 커피를 내보낼 수 없어서 그 점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커피 원산지는 60개국, 종류는 1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남매의 커피숍 뒤에는 여러 나라의 생두와 함께 그것을 볶을 수 있는 로스터 기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김 로스터는 “생두 1종류를 볶는데 30분정도가 걸려요. 하지만 커피 맛은 5초마다 그 맛이 변하기 때문에 볶는 과정에서 세심히 체크해야 하죠”라며 “이렇게 볶아 논 원두가 가장 맛있는 기간은 1주에서 1주반이에요. 기계를 돌리는 전기료나 시간을 생각하면 많이 볶아 놓는 것이 편하겠지만 커피 맛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어 손이 더 가더라도 필요한 양만 볶습니다”라고 로스팅의 중요성을 말했다.
김 로스터가 볶아 논 원두는 김 바리스타의 손에서 커피로 재탄생된다. 김 바리스타가 깔때기처럼 생긴 ‘드리퍼’에 거름종이를 끼운 뒤 곱게 간 커피를 담고 주전자로 물을 붓자 거름종이에 있던 커피는 빵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신선한 커피는 핸드드립 할 때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그녀는 “다른 방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걸리지만 최상의 커피 맛을 살려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자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김 남매. 그 목표를 향해 버린 원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새로운 커피가 들어올 때마다 직접 볶으면서 가장 맛있는 맛을 찾아야 하고 순간순간 볶을 때마다 달라지는 커피 맛 때문에 우리의 기준에 떨어지는 원두는 미련없이 손님들에게 방향제로 나눠 준다”며 남매는 “그런 과정을 모르시는 손님들은 무작정 오셔서 방향제를 달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저희 망하라고 하시는 것과 똑같다”며 웃었다.
커피를 볶고 그 볶은 커피콩을 갈을 때와 그렇게 갈은 커피를 내릴 때 나는 향이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김 로스터와 김 바리스타.
이들은 “우리의 커피 맛이 좋아 4시간이나 걸리는 지방에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며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하셨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어디 놀러 가실 때 우리의 커피를 싸가지고 가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점점 로스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로스팅 전문샵이 생기고 있는 추세에 김 남매는 “커피를 볶고 그 맛을 뽑아내는 과정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손길이 중요한데 이것이 유행처럼 오면서 단기간에 똑같은 맛을 내는 로스팅 샵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이 일은 결코 단기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영기자 lm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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