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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19>-이행자 前 대한YWCA연합회 회장

 

 

 

 

 

 

이은미 : 안녕하세요. 

 

 

이행자 : 어서와요. 먼 길 찾아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오전에도 통화했지만 부족한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도록 할께요.
이은미 :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행자 : 경기신문이 수원에 있죠. 제가 경기 수원 YWCA(이하 Y) 후원회 이사로 장학금 사업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수원 Y 기공식에 참여해 모금사업에도 참여하고 수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원 Y가 인구에 비해서 회원수도 많고 활동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 먼저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으신 것을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30년 동안 여성인권과 지위향상에 앞장서 오셔서 지금 저희가 그 혜택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Y에 참여하시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던가요.

 

 

▲1956년 경기여중 3학년 때 ‘와이틴’ 활동을 시작했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그룹 결성해 자원봉사 기관에 가서 봉사정신을 배우고 익히며 사회의 좋은 일꾼이 되라고 시작한 모임입니다. 그때 모여서 독후감 발표를 하고 토론하며 사회에 보는 시각을 넓혔던 것 같아요. 그게 Y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됐죠. 그때 이태섭(남편)씨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그룹들이 이화여대와 서울대를 입학하면서 대학 2학년 때 다시 모임이 결성돼 활동을 했었죠.

 

 

지금 뒤에 보이는 저 건물 서울 Y. 저 건물을 5년 전에 준공한 건물인데 그 당시 내가 서울 Y 회장이었어요. 1997년 준공하고 2002년 완공했는데 내가 서울 Y를 책임지고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뿌듯하죠. 저기에는 여성들을 위해 넓은 수영장과 헬스장이 잘 구비돼 있어요.

 

 

- 지금도 와이틴 활동이 있다고 들었는데 과거 회장님이 활동하실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그때는 공부를 잘하고 활동적인 친구들이 Y에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그런 봉사활동이나 그룹 활동을 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때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이나 그룹활동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지금 학생들은 입시에 쫓기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봉사의 참 의미를 전달하지 못해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 60년대부터 여성의 지위향상에 관심을 가지시고 지금까지 신념을 잃지 않고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행동이셨어요.

 

 

▲처음부터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은 못했죠. 근데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미국 유학 때 일거에요. 제가 이대 영문과에 들어갔을 때는 성적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생활영어가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누가 물어보면 가정과 다닌다고도 하고(웃음). 그래서 미국에 건너가 공부를 하려고 했고, 게다가 이태섭씨와 결혼하려 했을 때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어요.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와 결혼을 병행하려고 했죠. 그런데 1964년 환율이 두 배로 뛰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친거에요. 그 당시 우리나라 GDP(국민 소득)가 100불도 안될 때죠. 결혼식을 올리고 보니 둘이 공부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돼 아이가 생겨 핑계를 대고 저는 내조를 하게 된거죠. 이태섭씨는 2년 반 만에 석사과정 없이 박사학위를 마쳤었죠. 지금도 보스톤 캠브리지 투어를 하면 가이드가 여기에 한국에서 신동이 왔었다고 한데요. 아무튼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종교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인들은 바쁘게 사는 데도 화요일이나 목요일이든지 시간을 꼭 정해서 어린이집이든지 경로당에 가든지 봉사활동을 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사람이 사는데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다가 귀국을 하게 되면 어린시절 다녔던 Y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72년 귀국해서 73년 1월부터 Y를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거죠. 그 당시 국제친선부가 있었는데 저는 미국에서 생활해 영어가 되니까 미국 대사관에 있는 분들과 함께 미혼모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활동을 한 게 계기가 된 것 같네요.

 

 

-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봉사라는 개념정립이 잘 안됐을 것 같은데요. 미국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어떤 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봉사활동과 차이가 있었나요.

 

 

▲미국인들과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배운 게 봉사자들의 태도예요. 한국의 봉사자와는 달라요. 그들은 자기가 봉사를 하겠다고 하면 약속을 지키고 자기가 불가피하게 약속을 못 지킬 경우에는 대타를 기용해서라도 그 일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죠. 물론 열심히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이 있지만 한국의 봉사자들 중 아무리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봉사를 하고자 하는 약속을 쉽게 생각하는 경우를 볼 때 봉사자들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회장님과 선배님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자원봉사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예전보다는 의식이 개선되어 자원봉사 제도를 인사고가에 반영시키는 움직임도 있고 선거 공약으로도 나오기도 하는데요.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음지에서 활동하던 봉사자들이 양지로 나온 것은 2000년대 즈음으로 생각됩니다. 생각보다 어찌보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봉사자들의 문제점은 어디가서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몸에 익힌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봉사정신을 학생 때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광고협회 회장을 맡고 있어 광고를 유심히 보는데 모 광고에서 어린아이가 자기의 저금통을 들고 나와 이웃돕기를 하면서 “내가 왜이리 기분이 좋은가”하는 말을 하는데 봉사의 기쁨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반강제적일지라도 대학갈 때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학생때 부터 봉사정신을 정립해야 참 봉사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봉사의 기쁨은 누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자녀들에게 가르친 봉사정신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저는 어머니로부터 10을 가지면 하나는 사회에 환원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10개를 얻으면 하나를 내놓으라고 합니다(웃음). 나눔의 기쁨을 내 스스로 배웠고, 아이들에게도 벌은 만큼 나눠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가정은 자녀들이 하나나 둘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나누려 하기 보다는 가지려는 습성을 익히게 되는 거죠. 자녀들에게 참 교육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나누고 베푸는 것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나누는 기쁨 베풀었을 때 본인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배운다면 남을 위해 봉사하라는 것을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 말씀을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여성 권익 신장에 대한 회장님을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여성의 사회참여 확산에 따른 권익을 대변하기위해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자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남편 곁에서 정치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짧은 소견이지만 정치도 봉사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섬김’입니다. 유권자들을 섬기고 더 나아가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활동에서 여전히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혼모’ ‘영유아대책’ 등 정책이 좀 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역량있고 유권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여성들에게는 낮은 출산율과 결혼기피 현상, 여성 사회 참여 확대, 사교육비 증가, 열악한 보육시설 등이 서로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30대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고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과 육아를 함께 감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많은 미혼여성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출산은 나라의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인구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핀란드와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인구의 10분의 1이 한국인 입양아라고 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고교 때까지 학비를 제공하고 대학에 가서는 자력으로 해결하게 하도록 제도화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자녀를 더 낳으면 10만원의 보육비를 지급한다고 합니다. 10만원으로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부분 출산휴가를 받으면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낮춰서 받는다고 합니다. 돈보다는 직장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인사고가에 반영하는 방안 등 국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합니다. 

 

 

- 회장님도 미혼모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해 힘써오고 계시지만 여전히 편견의 벽이 높습니다.

 

 

▲ 사회적인 편견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미혼모들은 사회적인 편견에 눌려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은 입양기관으로 넘겨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모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프랑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혼모를 인정해주면서 사생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있는 거죠. 사회변화를 정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혼모를 인정함으로써 여성 혼자 아이를 키워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니까 당당하게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 거죠.

 

 

- 여성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여성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을 리드하는 여성 지도자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의 직장생활과 여성 지도자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여성들이 미래 리더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점에 대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여성 리더십을 요구하고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에 Y에서는 한국여성지도자 상을 정립하고자 여성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바탕에는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여성인력들을 Y에 참여 해 그 능력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여성지도력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조직관리, 기획력과 추진력이 바탕이 된 업무수행력, 자신의 의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의사소통, 철저한 자기관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조기에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뛰어난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행자 회장은?
여성들의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반평생을 받쳐온 이행자 전 대한 YWCA(기독교 여성 청년회) 연합회 회장.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남편 이태섭(전 국제라이온스협회 세계회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과 함께 유학을 갔던 것이 계기가 돼 귀국하자마자 1956년 경기여고 시절 인연을 맺은 서울YWCA에 들어가 국제친선부에서 일하며 여성 권익신장에 앞장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11회 여성주간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바 있다.

 

 

이은미 대표는?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드렉셀 대학교 예술경영 석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전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기획팀장을 역임하며 예술경영에 대한 실무를 익혔다. 가톨릭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그는 우리나라 예술경영 활성화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앞장선다는 포부로 매사 긍정적인이고 적극적인 사고에 임하고 있다. 현재는 (사)한국문화예술연구원 대표이며, 이 시대 여성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담=이은미 한국문화예술연구원 대표 /정리=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
/사진=장문기 기자hi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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