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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20>-신영복 前 성공회대 교수

 

대담 장소 : 북한산
대담 일시 : 2007년 1월 21일
대담 : 신영복 선생(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윤한택 박사(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모인 사람 : 더불어 숲 동우회 40여명

 

윤한택 박사(이하 -) : 작년 ‘여럿이 함께’ 행사 이후에 선생님께서 여유를 가지고 좀 쉬고 싶어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때까지 미리 정해져 있던 일정 이외에는 추가로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작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이하 ▲) : 그랬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동안 밀렸던 일이 많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퇴임한 이후 한가한 시간을 사실은 못 보냈어요. 원래는 정년퇴임하면 갤로퍼 타고 시원하게 어디론가 떠날 계획이었는데 전혀 못했죠. 이전 학기와 별 다름없이 상당히 바쁘게 지낸 셈입니다.

 

 

- 현실의 실천 공간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꼭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거라고 짐작은 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와 관련된 단체를 통해서 들리는 이야기만으로도 더 바쁘게 움직이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퇴임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일단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그런 요구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으로 구상하고 계시던 일이 많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나요.

 

 

▲ 마음은 하고 싶었으나 실제로는 못하고 있어요. 방금 이야기 했듯이 이런저런 일로 바쁜 상황입니다. 사실은 한가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동안 모아놨던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하려던 계획은 아직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죠. 

 

 

- 그런 와중에서도 선생님의 개인 서화집 발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네. 서화집은 이번 달에 출간되는 것으로 압니다. 다행히 ‘더불어 숲’에서 두 분이 편집에 참가해 주셔서  내용도 충실해지고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교수님들의 ‘서화 전시회’도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한 2~3년 전부터 우리 대학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제가 퇴임하기 전에 글씨를 배우자라는 의견들이 모아졌지요. 학기 중에는 많이 못하지만 주로 방학 때 글씨를 써왔던 분들이 많게는 20여 분이 됩니다. 사실은 퇴임과 동시에 전시회를 갖자고 했다가 이번 2월 7일에서야 성사되게 된 겁니다. 일주일간 인사아트센터에서 40여 점 작품을 가지고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성공회대학교 교수들 서화전을 엽니다. ‘함께 여는 새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인권과 평화의 교실’을 만들 계획입니다. 전시장을 교실로 만들어서 그런 메시지를 서로 공유하자는 뜻으로 작은  교실공간을 만드는 거죠. 작품준비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지금은 표구와 제작 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 저도 가봐야 되겠습니다.

 

 

- 지금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계시다던데, 좀 어떠십니까. 

 

 

▲ 네, 미뤄왔던 치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이가 나빠서 이 뽑는 이야기들을 많이 썼지요. 이제 와서야 임플란트를 시작했지요. 그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치료기간도 길고, 쉽지 않은 치료였어요.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내달 초까지 치료를 받아야 끝날 것 같습니다.

 

 

- 이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국가적으로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거대한 보수의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배에 불과하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고군분투 해오고 있는 그 취약한 민주호가 거센 풍랑을 맞아 제대로 항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한 편 민족적으로는 북한의 핵 보유에 따른 북미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부시의 방북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또 올 상반기 중으로 남북정상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 숲’이라고 하는 건강한 우리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려고 하는 저희 나무들이 올해에 가져야할 각오라 할까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되겠습니까?

 

 

▲ 우리들의 일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어떤 삶의 매듭이 있잖아요. 어떤 단계의 마지막이면서 또 새로운 단계의 출발점이 되는 그런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 곳곳에 있는데, 아마 2007년이 그런 의미를 갖는 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야기하셨듯이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동시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해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회, 보다 진보된 사회를 만드는 노력들이 어떤 식으로 의지를 결집할 것인가. 이것이 당면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에 그 동안의 민주화의 성과가 본의 아니게 폄하되고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적인 의지를 퇴색시키는 부정적 분위기에 대해서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보수적이고 외세의존적인 구조가 여전히 완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것은 이미 있는 것이나 있었던 것을 토대로 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시적이죠. 그런데 비해 개혁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모델은 아직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게 되고 일반인들이 그런 실체감을 좀처럼 못 느끼게 되는 기본적인 한계성도 물론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언제나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대면해 왔으며 또 그러한 상황 속에서 무거운 발자욱을 옮기듯이 풀어나왔가 때문에 2007년 역시 어렵긴 하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자리매김이 돼야 하고 또 되리라고 기대를 합니다.

 

 

- 껄끄러운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뉴 라이트 현상’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언제는 일제를 복권시키더니 박정희도 복권시키고 최근에는 이승만까지 건국의 영웅으로 그냥 다시 끌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도 나름대로 개인적, 학문적 연관이 있어 남모르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첫째는 이들을 성장신화에 중독된 사람, 그들의 주장을 거기에 중독된 행위로 봐야할지 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현상이 그동안 민주화를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선생님께서 ‘법가를 위한 변명’강의에서 말씀하셨듯이 이들도 부국강병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의 발전 단계인 형식적이고 법률적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일정하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가 그런 측면까지 봐줘야 하는 것인지 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문제도 당면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오래된 우리의 역사적인 국가경영의 문제와 관련이 돼요. 예를 들면 주체성보다 개방성에 치중하는 입장, 그러니깐 인권과 민주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성과를 우위에 두는 입장이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이죠. 지금 뉴 라이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이고 주체적인 가치와 물질적 성장 이 두 주제는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추진해왔던 두 개의 역사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논쟁은 이 두 패러다임의 충돌현상으로 봐야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두 노선을 적절하게 배합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주체성에 무게를 둘 때는 사회의 물질적인 성장이 답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고려 말이나 통일신라시대와 같이 지나치게 개방에 치중했던 경우에는 국가의 주권 자체가 식민화되었죠. 긍정적이면서 부정적인, 즉 문화적인 성장과 물질적인 답보, 경제적인 성장과 주권의 상실이란 두 개의 모순된 역사를 우리가 살아왔던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분단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남북 분단도 이런 두 개의 국가경영이 외화 돼서 나타난 것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돼요.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는 뉴라이트 현상도 윤 박사가 이야기했듯이 민주화 과정의 반작용이라는 측면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넓게는 방금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민족이 역사적으로 채용했던 국가경영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돼요. 더구나 현 단계의 동북아와 한반도 상황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국가경영방식을 적절히 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봐요. 사활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속에서 경쟁력과 경제성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정한 부국강병인가라는 반성입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질서인가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 정말 고민하면서 드린 질문인데 한꺼번에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시니(웃음)

 

 

- 다음으로, 선생님의 ‘관계론’에 대해서 입니다. 선생님은 여러 곳에서‘기존의 존재론으로부터 새로운 관계론으로의 전환’을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것을 기존의 존재론을 포괄하는 새로운 관계론의 정립이라고 표현하셔서, 기존의 존재론이 가지고 있던 관계론의 단초를 열어두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또 같은 관계를 말씀하시면서도 판단 형식으로서의 관계라는 이론적 관계론을 말씀하시는 곳이 있고요, 실천 방식으로서의 ‘관계 맺기’란 실천적 관계론을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전자의 경우는 명사형 용법, 후자는 동사형 용법이란 식으로 비슷한 고민을 해 온 철학자의 논리도 원용하는 그런 식의 정리들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어떤 면에서는 존재론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잉여가치론이라든지, 계급투쟁론과의 사상적 맥락도 본격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마르크스주의에서도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 바로 이론과 실천 간의 괴리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온 대립물의 통일이라는 모순 개념.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관계론이라는 틀로 통합시켜내는 데 일단 성공하셨습니다.
그게 좀 더 정밀하게 전개되지 않은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진전시켜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잘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관계론의 두 가지 측면과 그 이론이 갖고 있는 이론으로서의 정치성(精緻性)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관계론은 크게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부분과 실천적인 부분을 나눠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역사적인 관점도 있습니다. 사실 관계론은 무엇보다 물질과 생명의 궁극적 형식은 배타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존재론적인 인식에 대한 철학적 반성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자기 존재성을 강화하려는 존재론적 운동이 빚어왔던 근대사에 대한 반성입니다. 독점과 패권적 질서로 귀결된 현대사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승인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에 대한 담론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론의 중요한 부분은 실천적 관점입니다. 그것과 관련된 부분이 실천적인 관계론으로서의 연대론입니다. 우리사회의  변혁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에 연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으로서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실천적 관계론으로서의 연대, 특히 하방연대(下方連帶)를 들어 제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부분과 실천부분을 보다 정치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저는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그러한 이론적 정치화에 대한 요구가 혹시나 근대적 사고논리에 또 한 번 갇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경계심을 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깐 이론과 실천을 명백하게 구별하는 논리라든가, 또 설계와 시공을 명백하게 분리해내는 지금까지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축적 의지를 또 다시 반복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조심스럽습니다. 오히려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역할분담을 하자는 생각입니다. 저는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제기, 넓은 의미의 화두(話頭)를 던지는 입장에 서자.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 실천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내는 일종의 먹물에 대한 경고, 경계의 말씀으로 느껴집니다.
▲ 네. 맞습니다.

 

 

- 다소 지엽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도입되던 시점부터 근 10년 경기도에서 문화관련 일에 종사하면서 ‘문화도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선행 모델로 일본의 가나자와의 사례를 직접 보고 오셔서 글로 써 내기도 하셨습니다. 일단의 문화경제학자들의 논의를 보면, 기존의 뉴욕, 런던, 동경의 세계도시가 쇠퇴하고 일본의 가나자와, 이탈리아의 블로냐 등의 창조도시, 문화도시가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방 발전 모델과 관련된 우리의 논의 수준을 보면, 국토균형발전론, 대수도권론 등 주장이 엇갈리지만, 정작 그 내용과 의미 등 알맹이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 ‘더불어 숲’의 ‘새로운 도시 가나자와(金澤)’라는 글에서 ‘내발적 발전’이론의 본고장으로서 문화도시 가나자와를 소개했지요. 세계화 논리의 전일적 지배로부터 지역의 자립성을 방어하고 인간적인 삶을 지키는 견고한 자위의 진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가나자와에서는 외부자본을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지방 도시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은 리조트 유치경쟁은 물론 대기업의 지점이나 대리점 간판도 보이지 않고 ‘본사회사(本社會社)’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 인쇄, 섬유, 봉재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중소기업과 기술을 보존함으로써 모든 단계의 부가가치를 지역 내에 귀속시키고, 각 부문의 제조업, 유통부문, 서비스부문을 긴밀히 연결시킴으로써 ‘연관 산업의 집적’을 이루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토대 위에 문화, 교육, 의료, 복지를 포괄하는 공동체의 건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집적이야말로 산업의 인큐베이터이며, 그것이 곧 삶의 질이라는 확고하고 높은 자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 가나자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곳을 자기 고장의 역사를 계승하고 산천을 지키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키워낼 수 있는 진정한 삶의 고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젖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도 이제 짧지 않은 만큼 이러한 내실 있는 논의가 당연히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지난 번 ‘여럿이 함께’ 행사 때 발간하신 ‘신영복 함께 읽기’와 신문 보도를 통해 볼 때 앞으로 선생님께서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내용이 대략 세 가지 정도 있었습니다. 첫째는 나의 대학 시절’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말씀이셨고요, 또 하나는 우리 정서에 가장 들어맞는 ‘글쓰기’를 앞으로 꾸준히 모색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선생님 전공이 원래는 정치경제학이시니까 그걸 바탕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발언을 해야겠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나의 대학 시절’과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있어서의 글쓰기 형식, 이것들은 두 개이면서 하나입니다. 결국은 통합적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대학시절’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는 담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검열이 전제돼야 되고, 그걸 알고 있는 나 자신이 또 자기검열을 해서 그 결과 대단히 절제되고 절삭된 글들이 지금 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글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나의 대학시절’이라는 가제로 집필하고 있습니다만 그 형식을 현재 고민을 하고 있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편지 형식입니다. 그 다음에 ‘강의 ▲ 나의 동양고전독법’이 강의형식이거든요. 편지 형식과 강의형식을 종합해서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 낼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치경제학과 관련한 집필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담당했던 과목이 ‘사회과학개론’‘한국사상사’‘정치경제학’등 인데, 거기서 다루어왔던 사회적 문제를 중심에 두는 글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자료들은 많이 모여 있는 상태고요. 나의 대학시절’ 이후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 오랜 시간 동안 감사합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계획하신 일 뜻대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 신영복 선생이 북한산 등반에 모인 ‘더불어 숲’ 사람들에게 건넨 새해 인사입니다.

 

 

새해맞이를 북한산에서 하게 된 것이 참 좋습니다. 우리가 고개 한 개를 넘었는데, 2007년도 또 하나의 고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까 윤한택 박사와 경기신문의 대담을 했었는데, 금년 한 해 굉장히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살다보면 그런 고비가 가끔씩 있습니다. 2007년 지혜롭게 이 고비를 여러분들과 같이 넘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시야가 대단히 넓어집니다. 우리가 살던 마을들이 저 아래 보이지요, ‘산에 올라오니까 세상을 넓게 볼 수 있구나’ 오랜만에 그런 감회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까 감악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 임꺽정 생각이 납니다. 임꺽정이가 조선조 사회의 구조나 본질을 훨씬 넓게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아마 산에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사또처럼 동헌에 앉아 있는 것 보다는 본질을 볼 수 있는 곳이 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7년 한 해 동안  북핵문제라든가, 대선문제라든가 그 외의 또 굉장히 많은 일들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산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들의 생각이 훨씬 더 깊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여러분과 함께 산에서 보내게 된 것이 굉장히 뜻 깊다고 생각을 합니다. 올 해도 건강하게 자주 만나고 서로 격려하면서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합시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 ‘더불어 숲’은 1988년 8월 14일 출소한 신영복 선생과 그 직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과거 옥중에서 만났던 지인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이 산행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몇몇 독자들도 참여하게 되는데 이 산행모임이 발전해 ‘더불어 숲’이란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신영복 선생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다. 숙명여대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퇴임을 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가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 등이 있다.

 

 

윤한택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 고려대 대학원 국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서울대, 고려대 등 강사를 했으며 구로역사연구소 소장 등을 거쳐 1997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 근무했다. 현재 그 부설 기전문화재연구원 전통문화실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바로보는 우리역사>(공저), <사회과학개론>(공저), <고려전기 사전연구>가 있고, 역서로 <조선사회경제사>, <갈천집>, <궁궐지>(공역) 등이 있다.

 

 

/대담=윤한택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정리=한형용기자 je8day@kgnews.co.kr
/사진=최윤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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