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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를 마치고… 대담자 7인의 뒤풀이 방담

 

다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오갈 데 없는 청년실업자가 즐비하고,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북핵문제는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고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옛날 그타령 입니다. 한마디로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한 달 간 신년대담으로 각계각층의 원로 20분에게 ‘이 사회가 가야할 길’에 대해 지혜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대담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과연 이 시대에 원로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간추려보았습니다.

 

- 방담회 참석자 -

 

 

이민상 협성대 교수
윤금아 동화구연가
고영직 문학평론가
윤한택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이동희 경찰대학교 교수
이민상 협성대학교 교수
류명화 수원여성회 대표
윤금아 동화구연가
고영직 문학평론가
이윤숙 조각가
정흥모 본지 편집국장

 

 

일자 : 2007년 1월 28일
장소 : 본사 3층 회의실

 

 

정흥모 : 이렇게 모이기 어려운 분들을 또 모시고 얘기를 나누게 돼 개인적으로는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지역신문에서 일하다보니 ‘빚지고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마음을 새삼 느낍니다.
오늘 이 자리는 원로 20분을 모시고 진행한 신년대담 ‘원로에게 길을 묻다’를 진행하면서 지면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려 합니다.
사전에 편집국에서는 이 기획안에 대한 몇 가지 우려한 바가 있었습니다.
20분의 원로 가운데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원로가 몇 분이 있는냐, 지역과 지역의 한계를 두지 않고 반반 섞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 대담자 만큼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꼭 모시고 싶었는데 모시지 못했던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원주에 계시는 박경리 선생을 모시기로 했는데 눈병으로 취소가 됐고, 이어령 선생은 일본에 가시는 문제로 어긋났고, 유한 킴벌리 문국현 사장은 일정 때문에 마감이 끝난 뒤 하자고 해서 모시지 못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일이 잘 진행된 데에는 여기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대담자로 참여해 주신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워낙 활동이 많으신 분들이라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지만 모두 열심히 해주셔서 무사히 마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이 자리는 원로 대담자로 참여했던 분들의 소감이나 원로들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배울 수 있는 가치나 시대정신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또 경기신문이 이런 정신을 계속 어떻게 이어나갈지 제안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민상 : 반갑습니다. 칼럼을 게재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경기신문과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정 국장께서 반란이라 하는데 저는 여기서 경기신문의 반란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기신문이 오래된 역사를 가진 신문사도 아니고 아직까지 인지도가 높은 신문이 아님에도 짧은 시간 경기도민들과 경기도 각 기관에 알려지고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담 하면서 느낀 것은 그 분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찾아준 것에 대해 굉장히 기뻐하셨다는 겁니다. 그 말을 다 담을 수가 없을 때는 글을 직접 적어서 주시고 말씀을 나누려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신문이 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경기신문이 도약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도민들에게 기억되고 독자들이 찾는 신문이 되시길 바랍니다.

 

 

윤한택 : 사실 저는 언론과 별로 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는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작년 연말 월남을 갔다가 귀국하니 경기신문에서 수차례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였고, 그 과정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쉬고 싶어 하시는 신영복 선생님을 다시 밖으로 모시는 게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개인적으로는 배움이 컸던 시간이었습니다.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겠구나 했던 부분들을 확인했고,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저에게 좋은 시간이었던 만큼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으리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어쨌든 기회들이 좀더 발전돼 꾸준히 이어지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흥모 : 감사합니다. 이동희 교수님. 교수님께 부탁드리면서 굉장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한승헌 변호사 성격이 너무 분명하신 분이고 그래서 대담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교수님께 떼를 썼는데 어떠셨어요.

 

 

이동희 : 한 변호사님은 형사사법이나 사법개혁 쪽에 지도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고, 시국변호사다, 인권 변호사다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원로이십니다. 그 기회 만들어 주신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보니 재밌게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말을 하다보면 한번 한 말들이 곡해될까 몇번씩 챙기시는 그분을 보면서 상당한 비중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신문에서 섭외를 잘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신문사에 대해 잘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기자생활을 30여년 하시면서 중앙과 지방 언론을 책임지셨기 때문에 지방지의 어려움을 곁에서 조금 알고 있습니다. 소신이나 지방의 특색을 대변하기위해 어떤 희생정신이 필요하지 않느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지방언론임에도 큰 기획을 추진하신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경기신문이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윤금아 : 이번 대담에 참가하면서 저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평소 윤수천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했는데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신 경기신문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사실은 제가 경기신문을 잘 몰랐지만 이번 기획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많은 분들에게 경기신문을 알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앞서 말씀하신 분들이 다 얘기하셔서 이번 작업이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시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백 사람이 있다면 그중에 한명은 나입니다.
....중략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것은 바로 내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 프란체스카 올림.

 

 

정흥모 : 격식 없이 하려 했는데 격식을 갖출 걸 그랬습니다. 류명화 대표님은 평창까지 다녀 오셨는데, 조화순 목사님은 굉장히 모시고 싶었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전화를 드렸는데 “나 그냥 농사져” 하시는 거에요. 대담에도 나왔는데 독자들이 요구하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기다리는데 한 말씀 해주셔야 하시지 않느냐 말씀드려 꼼짝 못하고 응하신 것 같습니다.(웃음)

 

 

류명화 : 전 사실 고생이 많았습니다. 약속까지 취소하고 갔었죠. 그런데 그전에 ‘원로에게 길을 묻다’는 말을 듣고, 듣는 것 보다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원로에게 듣는다면 여성분야가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경기신문은 이런 부분까지 챙기는구나 싶어서 제가 힘들더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덕분에 저한테는 참 소중한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멀리 간다는 것도 좋았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용기도 얻고 자신감도 얻었구요, 선생님께 혼도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는 “만나 뵙게 되서 즐겁고 좋습니다”라며 뒷말에 “영광입니다” 했더니 “영광? 내가 너한테 무슨 영광을 줬는데, 내가 무슨 영광이야. 자기가 경험하지 않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하고 내가 얘기를 해야 되나?”하는 농담을 하시면서 “그거 군사문화거든” 하시기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영어를 많이 쓰잖아요. 못 알아들겠어요. 그럴때는 메모도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 여쭤보는데 끝나고 나서 쓰신 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왠지 그런 언어를 쓰지 않으면 내가 소외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말씀중 “네가 경험한 생활의 너의 언어로 네 목소리로 말해라. 어디서 들은 것 어설프게 말하지 말아라”하는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었어요. 제가 사투리가 심해 다른 사람들이 못알아듣기도 하는데 이젠 ‘알아서 들어라’라고 말해요.(웃음) 그리고 마음에 남는 말은 “낮추고 사는 삶이란 어떤거냐”는 물음을 던지시며 당신은 “과거에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낮추고 사는거다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내가 낮아지는게 낮추고 사는 삶이다”라는 말씀하셨어요. 이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윤숙 : 저는 가톨릭 신자라 하늘같은 분을 가까이서 뵙고 왔습니다. 2시간 넘게 대담했는데 영광이었고 그날 굉장히 추웠어요. 올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는데, 검소하게 사셔서 그런지 난방을 안 때고 계셔 진행하는데도 너무 추웠고, 밖에서 사진 찍으실 때도 무척 추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추운내색 한번 안하시더군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사람이 살아가는 게 경제논리로 모든 게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중심의 삶을 살라 말씀하셨어요. 신앙적인 삶에 대해서도 많이 도움 됐어요. 실은 미술계가 어려움이 많습니다. 내 것도 나누고 모자라는 것 보태며 저는 경제논리에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게 정답이라는 자신감도 얻었고, 헛된 삶이 아니라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굉장히 힘을 얻었고 어려운 작가들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고영직 : 이번 대담기획인 ‘원로에게 길을 묻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원로가 누굽니까.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많다고 원로는 아니잖습니까. 원로는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원로로 칭할 수 있는데, 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금전적 계약관계가 자유롭지 않는 선생님은 거의 없습니다. 학원 선생님이든, 피아노 선생님, 우리 관계가 그렇게 돼 버렸는데, 명칭조차도 금적적 관계에서 자유로운 선생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항상 힘이 되는 선생님, 원로 가운데에서도 그런 분들이 드문데 저는 그런 분을 만나 그분의 생각을 듣고 그분을 통해 세상을 엿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길’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라든가, 희망의 위기, 진보의 위기 등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데 희망을 복원한다는 게 어떤 의지만 가지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고은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느꼈습니다.
말의 타락 현상에 대해 여쭈어 봤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 말의 타락을 막아내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여쭤봤는데 말의 타락이 난무하면 사람들이 정신 좀 차리지 않겠느냐 하셨습니다. 현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말씀 아니신가 합니다. 그리고 ‘묻는다’는 행위자체는 인문학의 기본 방식인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에 대해 세삼 깨달았습니다. 질문 속에 어떻게 답을 찾아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로에게 길을 묻다는 기획이 한번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 대해 도전 인터뷰나 취중 인터뷰로 이어나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류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여성분들에 대한 배려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경기신문이 이런 기획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적 기획을 통해 경기지역의 진보적 매체로 자리매김 하시기 바랍니다.

 

 

정흥모 :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모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느낌과 감동들이 지면을 통해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본질적인 말씀들을 많이 나누셨는데 원로들을 통해 본 이 시대는 어떠했는지, 하시고자 한 말씀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윤한택 : 제가 먼저 얘기를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원래 정치경제 학자이라 대선문제나 북핵문제도 질문해 보았는데 선생님께서는 결국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관심 있었던 것은 ‘뉴라이트(신우익)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이에 선생님 말씀이 뉴라이트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 국가를 경영하는 두 가지 축 중 하나라고 단호하게 말씀 하시는 겁니다. 이 말씀에 놀랐습니다. 하나는 개화고 하나는 수구고 하는 논리가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제가 놀랬던 것은 그 전제에 “뉴라이트가 일제를 복권시키더니 박정희를 복원시키지 않았습니까”라고 말씀 드리며 뭔가 해답을 얻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30년 동안 감옥에 계셨던 분 아닙니까. 그런데 “내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시며 담담하신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용서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뵙고 ‘나는 과연 저분처럼 사람을 용서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하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큰 깨우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영직 :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이번 대선에는 ‘벙어리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무척 공감했습니다. 말씀중 ‘뉴’, ‘네오’, ‘신’자가 들어간 말이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나 박정희 시대 ‘신군부’ 등 뉴라이트가 보다 더 반동적인 행태로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하신 듯 합니다. 고은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노벨문학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질문은 그분에게 저급한 질문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현재 문학예술의 적은 “내면”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내면성에 대한 논의는 80년대 민족문학이 90년대 개인의 발견을 거치면서 2000년 중후반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내면성은 타자의 소통과 연계를 전제로 해야 하며, 내면의 완강한 구축 등은 우리 문학을 좀먹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들렸습니다. 

 

 

이윤숙 : 주교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경제중심, 경제논리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셨어요. 이제는 사람 중심의 사회로 가야하지 않느냐, 그런 것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어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필요에 의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은 현명하게 돈을 쓸 줄 몰라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았어요.

 

 

류명화 : 저는 세 가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나무 하나 살리고 땅 한 평 살리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사람 중심, 생명 중심의 삶에 대해 뒤돌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에요. 당신이 보시기에 바뀌었다고 생각 하셨데요. 과거에 당신과 같이 함께 얘기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뜻이 맞았던 사람들이 지금 정치권에 다 가 있어서 세상이 바뀔 줄 아셨데요. 그런데 아니더라는 거죠. 세상이 바뀔 거라고 믿었던 마음이 무너져 내렸고 정말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구나 하셨어요. 바뀐 것 처럼이 아니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선생님께서 관심 가지시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요. 그 하나는 당신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춤으로 표현할 때는 뇌세포까지 움직여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역사의식에 대해 잘못됐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가 세계를 통할 수 있는 역사임에도 일제가 반영한 역사만을 얘기하는 모습에 안타까워 하셨고, 스스로 반성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윤금아 : 아동문학은 늘 웃게 만들고 미래를 꿈꾸게 만들잖아요. 독자는 아이들이구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아동문학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하는 문학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동화를 읽는 어른들이 정치를 한다면 좀더 깨끗한 정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선생님께서는 동화는 일생에 있어 세 번은 필연적으로 읽어야 한데요. 한번은 어릴 때 엄마가 읽어라 하니까 읽어야 하고, 두 번째 내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서 읽어야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 읽어야 한데요. 맞는 말씀 같아요. 아동문학의 캐치플레이는 ‘어린이가 꿈꾸는 나라’인데요. 동화에서 이야기 하는 세상처럼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동희 : 한승헌 변호사는 유신 때 두 차례 옥고를 치른 경험이 있으시구요. 구체적인 경험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김대중 내란 음모 등으로 옥고를 치렀고, 그 이후에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치국사건 변론을 많이 해 오신 분입니다. 총 100여건 시국사건을 변호해셨는데 그 중 70여건을 모아 ‘한승헌 변호사 변론 사건 실록’으로 7권 정도를 정리해서 책을 내셨습니다. 지난해 환경단체에서 선정한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도 선정 되셨던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대해 많이 후진화 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나 사법제도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쉽게 상담할 수 있고 피해를 받은 사람이 구제받을 수 있고 서비스 받을 수 있어야 사법이 선진화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또 죄를 짓는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 때문에 거꾸로 절을 받고,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그런 상황은 이제 더이상 우리나라에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사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에 큰 권력을 심판하는 기능을 하는데 사법이 바로서고 사법정의가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작년과 제작년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공동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사법개혁에 대해 노력해 오신 원로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사법개혁을 위해 25개 중요 법률들을 새롭게 개정해서 만들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해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한 변호사님은 “올해는 되지않겠냐”시며 희망을 가지고 계십니다. 한 변호사님은 사법개혁안 자체가 법조인들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조인 선정부터 수업위주의 주입식 방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얻은 사람들을 일정기간 가르쳐 자격증을 지급하는 것처럼 다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경쟁논리에 입각해 국민들이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민상 : 저는 윤옥기 교육감을 뵙고 왔는데요. 그분을 뵙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느꼈습니다. 평소 원로라고 하면 ‘보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막상 그분들을 뵈면서 오히려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평준화 교육이라든가, 교원평가 등 민감한 질문을 했을 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을 얻었습니다. 오히려 개혁이 필요하다는 과감한 생각들을 말씀하셨습니다. 세계 경쟁력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은 독창성, 창의력이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특목고 등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이고, 제품도 세계 최고가 아니고서는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도 과감하게 개혁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대담을 통해 좀더 변화된 원로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정흥모 : 이번 대담을 진행하시면서 원로들이 제시하는 방향이나 길을 경기신문이 계속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독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한택 : 산행중이라서 구체적인 질문을 못 드리고 다만 경기도에 대한 질문을 한번 드려봤는데요. 경기도는 지방자치 10년이고 국토균형발전 논의니 대수도론이니 말을 하는데 사실 지역문제에 대해 형식적이고 정략적인 논의뿐이지 내용적인 알맹이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는 말씀이셨어요. 일본 가나가와현 사례라든지 이태리 브로냐라든지 상주도시나 문화도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셨죠. 경기신문도 후속기획으로 창조도시나 문화도시의 발전을 위해 논의를 하는 것은 어떠신지요.

 

 

정흥모 : 네. 기획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이민상 : 저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신문도 역시 독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글도 독자들이 보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로에게 길을 묻는 좋은 아이템으로 신문의 질은 업그레이드 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 독자들은 항상 하는 것이라고 식상해 할 수 있습니다. 경기신문이 주관하는 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 선수가 온다는 것은 굉장히 상품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독자들이 꼭 봐야하는 필요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류명화 : 제가 대담자로 참여하면서 의례적인 대담이 되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어찌 보면 참 소중한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나름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경기신문이 이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여 이런 좋은 기획이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사실했습니다. 결론을 내려본 결과,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가장 필요한 것은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기신문은 어떻게 가야 할까요. 소박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근본을 지키면서 살아가시는 분들, 굳이 원로가 아니고 유명하지 않아도 소박하지만 근본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이번 기획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영직 : 이번 대담을 이어가기 위해 저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봤는데요. ‘소수자에게 듣는다’는 기획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 중 하나는 신군부체제처럼 비정상적인 것에 대해 일상화된 게 많아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인터뷰건, 대담이건, 특별취재를 하던 이런 논의가 경기신문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요. 공익을 위해 소수가 반드시 멸해야 하는지,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논의를 해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다매체시대에 신문이 살려면 기자들을 스타로 만들어야 합니다.이 교수님이 마케팅을 말씀하셨지만 경기신문에서도 기자 개인에 대한 역량을 키워내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경기신문의 스타기자의 탄생을 기대하겠습니다.

 

 

정흥모 : 좋은 고견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한 달 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담에 참여하신 분이나 원로, 독자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었던 기획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신년기획 ‘원로에게 길을 묻다’에 참여해 주신 대담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노력과 발전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는 언론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시간을 할애해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강석인기자 ksi817@kgnews.co.kr
/사진=장태영jty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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