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자 <서양화가>
과수원의 신 베루다므나스는 숲속의 요정 베리디스의 춤에 반했다.
그녀의 춤은 베루다므나스만이 아니라 모두가 반할 만큼 우아했다. 베리디스의 춤에 반한 과수원 신은 결국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베리디스가 호숫가에서 세수를 하는 아침부터 해가 저무는 저녁까지 베루다므나스는 한시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나 베리디스한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베루다므나스의 사랑은 갈수록 절절해지고 그것이 진정이란 걸 알게 된 베리디스도 이때부터는 말할 수 없는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빠진 베리디스는 “차라리 꽃으로라도 변해 버릴 수 있다면, 이토록 가슴쓰린 괴로움은 잊으련만···”이라고 소원했고, 그녀의 소원은 하루 저녁무렵 조용히 이루어졌다.
그녀가 꽃으로 변한 것이다.
이튿날 아침 베루다므나스는 사랑하는 그녀를 만난다는 부푼 가슴으로 호숫가를 찾았다.
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베리디스는 보이지 않았고 호수의 물이 찰랑거리는 물가 양지에 사랑의 고통을 안고 생각에 잠긴 듯 한 데이지 한 그루가 있을 따름이었다.
수많은 화려한 꽃을 두고 굳이 데이지로 모습을 바꾼 것을 보면 베리디스는 천진난만하고 겸손함을 가진 요정이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꽃을 사랑한다.
그것도 남성들이 더 많이. 세상의 남성들이 톡톡 튀는 미인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