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자 <서양화가>
의상도착증 환자 헤라클레스가 여성용 드레스를 입고 옴팔레의 시중을 들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세 영웅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아킬레우스에게는 여성과 관련된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헤라클레스는 이피토스라는 청년을 초대하여 술잔치를 하다가 취중 이피토스를 성벽 아래로 던져 죽게 한 일이 있었고, 아내와 자식을 때려 죽인 적도 있다. 이러한 죄들의 정죄(죄닦음)로 옴팔로스 왕국의 여왕 옴팔레 밑에서 종살이를 해야 한다는 신탁이 있었다.
때문에 옴팔레 여왕의 시중을 들 때와 여종들과 길쌈할 때마다 여장을 해, 남성이면서 여성의 옷을 입고 즐긴 헤라클레스였다.
이러한 헤라클레스가 태어났을 때 영원한 생명을 주고 싶었던 쥬피터가 그의 아내 쥬노를 잠재우고 헤라클레스에게 쥬노의 젖을 먹였다.
그때 성급히 구는 바람에 아기의 입 밖으로 몇 방울 떨어진 쥬노의 젖이 뭉쳐 흰백합이 되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가 여자의 옷을 입고 즐긴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양성적 인생관’의 반영으로 인간의 근원을 통찰하고자 하는 의지 표명이 아닐까.
알렉산드로 대왕도 죽기 몇 달 전부터 여장하고 지냈다고 하며, 아르고스엔 해마다 한 번씩 남성과 여성이 옷을 바꾸어 입는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