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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노래, 해탈의 노래<12>-깨달음의 길

‘염화시중의 미소’ 마하 가섭-소설가 이재운

가섭은 그 후 부처님이 열반에 들 때까지 세 번에 걸쳐서 부처님의 법을 전수했다. 이것을 가리켜 삼처전심이라고 한다.

첫째는 자리 나눔이다. 부처님이 어느 날 다자탑 앞에서 설법을 하는데 교화를 나갔던 가섭이 늦게 돌아와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가섭을 불러 자리를 나누어 앉게 했다.

둘째는 염화 미소다. 부처님이 영산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파랑, 노랑, 빨강, 하양의 네 가지 색깔의 꽃비가 내렸다. 부처님이 그 꽃 중의 하나를 집어들어 대중에게 보였다. 무슨 뜻인지를 몰라 대중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가섭만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나에게 비밀스런 진리 정법안장이 있는데 그것을 가섭에게 전한다.”고 말했다. 그때 보인 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부처님이 새로운 설법을 한 다음 푸른 연꽃같은 눈으로 대중을 둘러보자 가섭이 빙그레 미소지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전자는 후자가 상징적, 신화적으로 변모한 것인 듯 싶다.

셋째는 관 밖으로 발바닥을 내보인 일이다. 부처님이 구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들 때 마침 교화나갔던 가섭이 늦게서야 돌아왔다. 부처님은 이미 입관을 마친 뒤였다. 가섭이 예배를 하자 부처님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였다.

이 삼처전심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이 죽림정사로 가던 도중 어느 나무 밑에서 잠깐 쉬게 되었다. 그때 가섭은 자기의 윗도리를 벗어 땅바닥에 깔고 부처님을 앉게 했다. 부처님이 자리에 앉아 가섭의 윗도리를 손으로 만져보고 그 부드러운 촉감을 칭찬했다. 그러자 가섭은 그 옷을 부처님에게 드렸다.

“너는 무엇을 입으려고 이걸 내게 주느냐?”

“저는 부처님께서 입고 계신 분소의를 주셨으면 합니다.”

분소의란 묘지에 흩어져 있는 죽은 사람들의 옷을 주워 모은 넝마와 같은 옷이다.

부처님은 입고 있던 분소의를 벗어 가섭에게 주었다.

가섭이 분소의를 전해 받은 사실은 그에게 있어서 크나큰 영광이었다. 가섭은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다. 또한 그것은 부처님의 법을 전승하게 됨을 상징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섭의 깨달음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부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집중적으로 받은 설법에서 이루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처님 자신도 그 당시에는 말을 알아듣는 제자가 별로 없어 걱정하던 차에 훌륭한 제자를 맞아 마음 속 깊숙히 숨겨두었던 깨달음의 정수를 몽땅 내주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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