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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 <15> - 깨달음의 길

‘티벳의 마술사’ 밀라레빠 - 소설가 이 재 운

취중에 스스로 훌륭하다고 생각해오던 목소리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그는 돌아오는 길에 노래를 불렀다. 바로 그때 이 노래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아연실색해서 집에서 뛰쳐나와 아들의 얼굴에 재를 뿌리고 막대기로 후려갈기다 기절해버렸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어머니는 슬픈 표정으로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너는 즐겁게 노래나 하고 있을 기분이더냐? 이 세상 어떤 불행한 사람이라도 우리보다 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비애와 한탄에 젖어 우는 것뿐이다.”

밀라레빠는 어머니에게 흑마술의 달인이 되어 사악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없애고 구대(九代)에 이르기까지 그 자손의 씨를 말리는 복수를 하겠노라고 맹세하며 흑마술 스승께 바칠 공물을 준비해 고향을 떠났다.

밀라레빠는 흑마술을 배우려는 청년 다섯 명과 흑마술의 대가 라마 융통 트로겔의 문하로 들어갔다. 그 청년들은 스승께 가지고 있던 돈의 일부를 바쳤지만 밀라레빠는 지니고 있던 모든 돈과 몸과 마음 전부를 바쳤다.

수업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배운 것은 흑마술의 한 종류인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어 널리 울려퍼지게 하는 도술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힘은 발휘할 수 없었다.

1년 후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자 스승은 이를 허락하고 정표로 질 좋은 털옷을 선사했다. 청년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밀라레빠는 아직 복수하기에는 만족할 만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해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전 재산인 털옷을 바치며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흑마술의 비법을 가르쳐주기를 간청했다.

밀라레빠에게서 그동안의 일, 특히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저지른 가혹한 행위를 낱낱이 듣고난 스승은 그를 측은히 여겨 사람을 마비시켜 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잔돈 마루나꾸라는 마술을 짱롱 계곡의 윤덴 캬츠오에게 전수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산꼭대기 암자에서 수련을 한 지 열사흘째 되는 날 밤 밀라레빠는 마침내 원수들을 죽음으로 이르게 할 흑마술을 전수받고 큰아버지의 장남인 사촌의 결혼식 날을 복수의 날로 잡았다. 그러나 자신이 이룬 복수의 산증인으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가계의 멸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두고두고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

복수의 날, 큰아버지의 많은 말들은 수많은 전갈과 거미, 뱀, 개구리로 변하고 저택은 굉음과 함께 무너지면서 신부와 사촌형제들, 초대된 사람들이 모두 다 깔려죽고 만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어머니는 놀라움과 함께 잔인한 희열감에 젖어 온 마을이 떠나가도록 그 기쁨을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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