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31.5℃
  • 구름많음서울 28.4℃
  • 구름조금대전 27.6℃
  • 맑음대구 27.9℃
  • 맑음울산 27.3℃
  • 구름많음광주 27.8℃
  • 맑음부산 27.7℃
  • 맑음고창 27.1℃
  • 맑음제주 28.6℃
  • 구름조금강화 26.8℃
  • 맑음보은 26.1℃
  • 맑음금산 26.5℃
  • 구름조금강진군 26.4℃
  • 맑음경주시 26.7℃
  • 맑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백발의청춘]아픔 보듬는 ‘또래 집단’ 공감 100%

성남시니어클럽

“봉사활동 하고 용돈도 벌고, 여기는 노년계획의 도우미 ‘성남시니어클럽’ 입니다”

말할 곳 없고 기댈 곳 없어 외로운 노인들, 몸이 불편하고 수입이 없어 끼니를 번번히 거르는 노인들.

이같은 ‘실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들이 직접 팔을 걷어 붙인 곳이 있다. ‘성남시니어클럽’이 바로 그곳. 노인의 일자리를 개발하고 소개해주기 위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이곳의 주요임무는 노인들의 고민과 말 못할 이야기를 노인들이 직접 들어주고, 관련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일이다.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방문해 목욕과 청소 등을 돕는 간병인과 곳곳을 찾아다니며 집안 잡일을 처리해주는 노인까지 맡은 일도 가지가지다.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네요.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뭘 좀 하려고 해도 못하게 하고….”(76세 할머니)

“속상하시겠어요. 집에만 있지 마시고, 여기라도 자주 놀러 오세요. 지금부터라도 나이 먹은 우리가 젊은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고민해볼 필요도 있어요.”(74세 상담원)

“외롭고 쓸쓸해요. 이제 죽을 나이인데…. 나 죽으면 내 장례는 누가 치러주나 걱정도 되고.”(75세 할아버지)

“저도 그럴 때 많아요. 우리 나이면 다들 그렇잖아요. 너무 조바심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친구들도 만나시고 운동도 해보세요.”(71세 상담원)

노인들은 이렇게 남에게 하기 힘든 얘기를 자연스럽게 털어 놓는다. 상담원들은 따뜻한 위로부터 따끔한 충고까지 서슴지 않는다.

서로가 처지를 공감할만한 또래 노인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은 노인들은 여러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공장에서 두부를 만들기도 하고,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집안 잡일을 돕기도 한다. 또 수정복지회관에 있는 커피숍에서 서빙하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일정액의 돈도 지급된다. 소속감을 통한 삶의 의욕고취와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위해서다.

커피숍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애성(59.성남시 중원구)씨는 “처음해보는 사회생활이라 인간관계가 서툴러 고생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즐겁다”고 했다.

주거개선사업단에서 노인들을 돕고 있는 김진수(67.성남시 분당구)씨도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식으로 황혼의 시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는 일이어서 친구들도 많이 만날수 있다“고 말헀다.

수정노인복지회관 김미정 사회복지사는 “상담을 하는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생계 문제’라며 가정에서 소외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자리를 통한 소속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노인들의 문제는 곧 미래의 내 문제”라며 “노인들이 경쟁력을 갖춰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도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양의 아름다움 증명하고파”

 

“땅을 향해 떨어지는 석양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지난 30년동안 아파트 단지에서 식재료를 팔던 김진수(67.성남시 야탑동) 할아버지는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봉사활동으로 만난 친구들이다. 새로운 친구들은 김 할아버지의 유일한 말 벗이자 안식처다.

김 할아버지가 봉사활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부인과 사별한 뒤부터다.

10년전 할머니와 사별한 김 할아버지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무의미한 시간이 흘러만갔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계속됐다.

그러던 중 성남시니어클럽을 만났다. 이곳과의 인연으로 그의 삶은 180° 달라졌다.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금 되찾았기 때문이다.

“제가 맡은 일은 주거개선사업으로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며 집안 구석구석 돌아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형광등을 갈아주고 못도 박아주고 있습니다. 또 노인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도 해주고 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아직까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시니어클럽에 들어온 후 가장 큰 변화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아직까지 건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땅을 향해 떨어지는 석양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노년의 생활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나이때문에 힘들고 좌절하는 동년배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부딪쳐 자신만의 열정을 쏟아부어야 노년을 아름답게 보낼수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말고 도전하세요. 우리에게도 내일은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김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오늘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향해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