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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9> - 열반의 길

‘티벳의 마술사’ 밀라레빠 - 소설가 이재은

 

밀라레빠가 모든 수행을 성취하였을 때 게세 짜뿌와라는 한 박학한 라마가 많은 재산과 높은 권세를 누리며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이에게 경의를 받는 밀라레빠에게 심한 질투를 느껴 난해하고 유식한 질문으로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계략을 세웠다.

마침 밀라레빠와 짜뿌와가 함께 초대된 큰 결혼 피로연이 마련되자 짜뿌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난해한 철학서를 꺼내 그에게 글자 하나하나를 풀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밀라레빠는 이렇게 답했다.

“이 논리적 추론의 단순한 문자적 해석에 관해서는 당신 자신이 더 잘 알 것이오. 그러나 그 참된 진리를 스스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의 세속적 욕망과 개인적 자아의 그림자를 철저히 포기하고 니르바아나와 삼사라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알아 깊고 조용한 곳에서 명상 수행하여 나를 정복하는 것이 필요하오. 암기되어 전해내려온 문답이라는 형식을 기록한 말장난이나 지식의 궤변을 나는 배우지도 존중하지도 않소. 이러한 것들은 지적 혼란만 일으킬 뿐 진리의 성취를 가져올 수 있는 진실한 수행으로는 인도하지 않소.”

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한 짜뿌와는 앙심을 먹고 자기의 첩을 보석으로 매수해 밀라레빠에게 독약을 탄 우유를 바치게 했다.

한편 밀라레빠는 자신의 임무가 끝나 임종의 시기가 왔음을 느끼고 짜뿌와의 첩이 바친 우유를 마셨다.

며칠 뒤 발병한 밀라레빠는 제자들에게 어떠한 치료나 기도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장의나 사리, 탑 등 모든 열반제를 마다하고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성실한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1135년 겨울, 그는 여든네 살로 깊은 삼매의 평온한 경지에서 입멸했다.

입멸의 순간 깨끗한 허공은 꽃잎 위에 펼쳐진 지극히 아름다운 만다라로 채워졌으며 오색 구름이 산봉우리를 에워싸고 그윽한 향내음과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천상의 노래 가락이 들려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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