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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노래, 해탈의 노래<21>-깨달음의 길

‘인도의 마지막 조사’ 보리 달마-소설가 이재운

중국 불교는 벌써 부처님의 생각과 엇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이 말법의 시대에나 일어나리라는 현상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 달마는 올바른 법을 중국에 심기 위해서는 정말 큰 힘을 쓰지 않고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고등 샤마니즘으로 전락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홀로 큰 짐을 진 달마는 그 길로 낙양의 숭산으로 가서 소림사라는 작은 암자를 짓고 면벽에 힘을 기울였다. 달마는 이미 가장 효과적인 교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침묵의 9년을 면벽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 말 없는 침묵의 교화가 얼마나 큰 힘으로 선종을 퍼뜨리게 되었는지는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으로 이어지는 중국 선종의 법맥을 보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달마의 예리한 판단은 9년이라는 긴 세월을 참는데 아무런 지루함도 있을 리가 없었다.

이에 대해 운문(雲門)이 시로써 평했다.

황금자라를 건져내면 바다도 마를 텐데

공연히 쪽배를 띄웠구나

오늘 파도를 낚지 못하면

새 달에 다시 낚을 필요가 없네

어떤 스님의 사족을 붙여본다. 이 책을 감수해준 스님이다.

“십리를 가려면 걸어가도 된다. 백리를 가려면 자전거 한 대면 족하다. 천리를 가려면 자동차를 타면 된다. 만리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달마가 살던 시대의 중생들과 깨달음의 거리는 9년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은 몇 년의 거리로 멀어졌을까? 빛으로 따지는 광년(光年)으로 벌어진 건 아닌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로 오신다는 미륵은 어떤 방법으로 중생을 구제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우주선이나 비행접시가 아니고는 이 중생들을 부처가 사는 깨달음의 나라로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즈음에 UFO가 많이 나타나나 보지? 미륵이고 재림 예수고 UFO를 타고 오는가봐?”

물론 우스개를 겸한 이야기다. 그 거리를 의식한 말은 다른 종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불의 심판이니 들림이니 대역질이니 병겁(病劫)이니 하는 말이 바로 그것들이다.

달마의 말없는 교화가 9년째로 접어들던 어느 해 엄동설한에 신광(神光)이라는 스님이 찾아와 친견을 애원했다. 신광은 유불선의 깊은 이치를 통달한 당대의 유명한 스님이었다. 그는 달마의 말없는 교화에 처음으로 설득된 스님으로 달마를 스승으로 더욱 깊은 진리를 밝혀내려고 찾아온 터였다. 어찌보면 달마는 신광을 불러들이기 위하여 9년이란 긴 세월을 면벽으로 보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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