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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늪서 건진 꿈…나래를 펴다

여성CEO 서정옥 서정쿠킹 대표

“누구나 꿈을 꾼다…그러나 꿈을 잊고 사는 이, 꿈을 좇고 사는 이는 다르다”

 

“당시 상황은 말로 표현 못 하죠.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 입니다. 해외 출장을 떠난 남편이 하루 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으니 믿기 어려웠죠.”

서정옥 대표는 KAL기 폭파 사고로 한동안 망연자실, 하늘만 쳐다 보기 일수였다. 두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늘만 바라보는 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만 없더라고요. 어떻게 해서든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결심을 했죠.”

이것이 평범한 가정 주부 서종옥에서 식품업계의 새 바람을 일으킨 여성 CEO로 탈바꿈 시킨 계기가됐다.

순탄했던 그녀의 인생에 최대의 시련인 KAL기 폭파가 아이러니하게도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아니, 살면서 꿈을 점점 잊고 산다. 하지만 하늘은 꿈을 꾸는 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서정옥 대표처럼.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두 주먹 불끈 쥐고 바닥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힘차게 전진했다. 오직 자신의 꿈을 향한 외길 밖에는 그녀에게 주어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결혼 전 고등학교에서 가정 과목 교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녀는 1년여 동안 교직 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자녀 양육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됐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꿈을 한발씩 내딛기로 했다. 조금씩 천천히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교직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일 수 있었죠”라며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엄마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야만 했어요. 양육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어 계획을 바꿨습니다.”

그녀는 지인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양육을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강구했다.

고심 끝에 그녀는 이웃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집에서 ‘명품 요리’ 강습을 시작했다. 이것이 푸드 업계로 발을 내딛게 된 첫 걸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다. 납품 제의를 받긴 했지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없었던 것이다.

“납품제의는 받았지만 공장이 없어서 대량생산이 불가능 했어요. 그동안 모았던 자본을 다 털어서 식품 제조업체를 만들었죠”

처음 그녀가 식품제조 업체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걱정스런 반응을 보였다.

여성 혼자가 공장을 운영한 다는 것은 누가 봐도 힘든 일이라며 자칫, 그동안 힘들게 쌓았던 공이 하루아침에 날아 갈 수 있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 1999년 식품제조 업체 ‘서정 쿠킹’이 탄생했다.

그녀는 회사 설립과 함께 삼성플라자 식품관에 즉석 조리 및 반찬 코너에 입점을 했고 일년 후 2000년에는 홈프러스. 현대백화점에 농축국류, 찌개류, 파스타류 코너에 차례로 입점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소규모 공장이었기 때문에 밀려드는 주문생산량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기술을 이전하고 생산만 하는 오이엠 방식으로 공장을 전환했어요. 그런데 믿었던 기술을 이전 시켰던 회사가 믿음을 저버렸어요.”

기술을 이전시켰던 회사는 서대표의 상품을 또 다른 식품 업체에 기술을 이전, 모방 상품이 시중에 나왔고 순수 국산 재료만을 쓰는 것으로 신뢰를 쌓았던 그녀의 제품에 중국산 고추가루를 사용,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리게 만들었다.

이 일로, 그녀가 입점했던 대형유통점에서는 그녀의 제품을 모두 회수, 서정 쿠킹 제품을 믿지 않았다.

“여자라고 얕본 것 같아요. 우리 제품은 순수 국산재료만을 사용하는 등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쌓았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진 거죠. 다른 회사로 기술을 이전시키는 일은 대기업이나 남의 일로 알았지 제가 당할 줄 몰랐죠.”

그녀는 이일로 더 강해졌다. 여성 CEO가 되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하며 더 치밀해야 하며 더 주도면밀해야 한다는 것을 비싼 대가를 치루고 배운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회사를 운영하는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우선, 자금 회수 부분에서 늦게 결제하기가 일 수였고 회수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때만 해도 지역에서 여성 경영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표라는 명함이 있어도 남성들의 벽을 넘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남성 경영자들이 여성 대표를 일대일로 상대하기를 꺼렸고 아예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사업 교류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을 잘 다스리거나 충신을 두기도 한다.

서정옥 대표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서 대표는 남성의 벽을 넘기 위해 이사에게 업무상 많은 권한을 넘겼다.

서 대표는 “무엇이든지 성공해야 한다는 슈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면서 “사업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하며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기보다 천천히 한걸음씩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녀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지 말고 여성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 설득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정경영과 회사 경영은 한끝 차이여서 여성의 장점인 인화력과 직원 통설, 부드러움을 활용, 어머니의 마음에서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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