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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9>-깨달음의 길

‘제자들 앞에서 선 채로 죽은’ 승찬-소설가 이재운

달마의 전법을 받은 혜가는 한동안 소림사에서 제자들을 지도하며 수행에 힘을 썼다. 마땅한 후계자라도 물색하여 법맥을 잇게 해야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조사들은 당신들이 깨달은 진리를 그대로 세월 속에 묻어버리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들의 깨달음을 이해하고 그만한 교화력을 갖춘 제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깨닫기 이전의 생활에 특별한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 것이 통례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제자가 나타나면 그제서야 소위 운수(雲水)라는 자유 수행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곧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한다(上求菩提 下化衆生)’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성실히 수행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실천 수행법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즉 교화라는 것은 스님들의 지상 명제와도 같은 절대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그 교화의 모습이 범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때때로 가혹한 언어로 몰아세우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조사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상황에 가장 알맞는 교화를 하려고 노력해 왔다. 말하자면 요즈음처럼 수행승 따로, 포교승 따로 구별 지우지 않고 그 양면을 모두 수용할 줄 아는 분들이 바로 깨달으셨다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나라의 성철 종정 스님이 해인사 법련암에 수십 년간 칩거했던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나라가 혼탁한 이 사바 세계에 어른다운 어른이 나서서 한 말씀 해주면 좋을 텐데 일반 국민들로서는 도무지 알아먹지 못할 고상한 선시나 이따금 뿌린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비판이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게 도대체 광주사태로 수백명이 죽어가던 당시의 현실하고 무슨 관계가 있으며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이 온갖 독재를 행사하고 있을 때에도 법당에 성경소리 우렁차고 교회에 독경소리 어쨌다는 이야기가 무슨 씨알없는 소리냐는 거센 비판도 있었다.

성철 스님이야 이 책에서 다룰 분도 아니고 따로 아는 바도 없지만 그 분의 고뇌를 훔쳐볼 만은 하다. 제자 하나 번듯하게 기르지 못했기 때문에 제자 찾느라고 두 눈 크게 뜨고 세상을 훑어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대중을 향하여 설법을 해봤자 근기가 옅어서 전혀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대중 설법을 기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암환자가 찾아왔는데 가지고 있는 것은 감기약 아스피린밖에 없는 의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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