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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4>-깨달음의 길

‘자연을 읽으라고 가르친’ 도신-소설가 이재운

열네 살의 어린 사미가 당대의 대선사인 승찬을 친견했다.

친견을 허락받았다는 사실 자체부터 이미 그의 능력은 인정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떤 스님을 친견하려면 어른도 삼천 번이나 절을 해야 할 만큼 까다로운데 어린 소년이 친견을 한 것은 뭔가 이채롭다.

“화상이시어, 자비를 베푸시어 부디 해탈하는 법문을 내려주십시오.”

열네 살된 어린 사미가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하여 찾아왔을 때야 그동안의 의심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승찬은 순간적으로 그 소년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에서 막혔는가를 생각했다.

사미의 대단히 절실한 표정에 승찬은 이렇게 대답했다.

“해탈이라니 누가 너를 묶어놓기라도 했단 말이냐?”

“아닙니다. 아무도 저를 결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탈하겠다는 거지. 해탈할 게 있어야 해탈하지.”

사미는 그 한 마디에 그동안 쌓이고 쌓여 아예 굳어있던 고민 덩어리가 순식간에 박살이 나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벌써 중국에 선이 전해진 지 세 번째 그 효력을 발휘한 달마식 선문답이다.

사미를 깨우친 방법은 이미 승찬 자신이 겪은 바였고 달마 이후의 일관된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든지 통하는 말은 아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승찬은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사미를 데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도해가며 정진을 시켰다. 사미의 근기를 살펴가며 더욱 활짝 마음을 털어내게 하기 위하여 신중하게 가르친 결과 그의 마음에 흡족할 정도까지 이르게 되었다.

승찬은 갖가지 방법으로 사미의 깨달음을 시험한 뒤 마침내 인가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 사미가 바로 도신이다.

다음은 승찬이 도신에 내린 전법게다.

꽃씨는 땅이 있음으로/그 땅으로 하여 꽃을 피우지만

씨를 뿌리는 사람이 없다면/꽃도 땅도 다 생겨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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