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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9>-깨달음의 길

‘중국 선종의 마지막 꽃잎’ 홍인-소설가 이재운

어린 아이를 수제자로 삼은 도신은 스승인 승찬이 어린 사미였던 자신을 기르던 옛날을 회상하며 더욱 철저히 보살폈다. 제자의 그릇이 성장해감을 살펴가며 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을 적절한 방법으로 지도하여 마침내 법을 받아낼 큰 그릇(法器)으로 만들어 놓기에 이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자를 삼기 위해 무척 애를 쓸 때였다. 달마가 혜가를 얻기 위하여 9년 동안이나 면벽 좌선을 했던 것처럼 큰 인내가 필요했다. 제자가 훌륭해야 선종이 만개하고 그만큼 불법이 세상에 널리 펴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도신은 비구가 된 홍인에게 전법게를 내렸다.

꽃씨는 생명의 성품이 있어 / 땅을 인연으로 꽃을 피운다.

큰 인연과 믿음이 함께 할 때에 / 이 생은 생없는 생이 된다.

홍인은 지금까지의 조사 가운데 가장 어렵게 제자를 가르쳤고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서 전법을 해야했다. 벌써 달마의 ‘꽃잎 예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꽃잎 예언이란 다름 아닌 달마의 예언이다. 달마가 그의 법맥을 이은 제자 혜가에게 법통을 이어주면서 한 말이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그 꽃의 꽃잎은 다섯 장이라는 것이다. 그 이상은 꽃잎이 아니고 열매다. 열매란 다시 땅에 뿌려져 여러 꽃을 다시 피우므로 이미 꽃은 한 개가 아니다. 실제로 그 뒤의 중국 선종은 크게 발전하여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부처님이 이천오백 년 뒤에는 그의 가르침이 혼탁해질 거라는 예언처럼 다섯 번째 법손 이후에는 정법을 펴기 어려우니 굳이 법통이라는 형식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유지하려고 해봤자 권위나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미리 경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혜능 편에 나와 있다.

혜능에게 전법을 마친 홍인은 법을 전한 지 4년만에 마지막 설법을 했다. “나는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제 그만 떠나야겠다.”

혜능과 신수, 두 제자 사이에서 어려운 교화를 해온 노사의 열반은 속세의 아무런 미련도 없이 앉은 자세로 태연히 이루어졌다.

홍인의 마지막 설법은 따로 기록을 보지 못했으나 전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특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죽기 전에 이미 혜능이라는 제자에게 단독으로 은밀히 전법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 김이 빠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홍인의 최후 설법은 혜능이 법맥을 이어받는 순간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향수는 74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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