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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43>-깨달음의 길

‘부처의 법맥을 마지막 받은’혜능-소설가 이재운

먼저 신수의 게송을 적고 이어 혜능의 게송을 적는다.

몸은 보리수 / 마음은 밝은 거울

부지런히 갈고 닦아 / 먼지 앉고 때 묻지 않도록

보리수 원래 없고 / 거울 또한 틀이 아니다

본래 아무 것도 없는데 / 어디에 먼지 앉고 때가 끼는가?

한문을 아는 분이나 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아해 할 것이다.

신수의 게송이 너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신수의 자료로 미루어 볼 때 결코 이런 게송밖에 짓지 못할 스님은 아니었다.

한국 불교에 미친 혜능의 영향이 아직도 크기 때문에 혜능의 자료에 전하는 몇 줄 문장을 갖고 고인을 욕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역시 의심의 여지는 있다.

혜능의 게송이 경내를 떠들썩하게 하자 홍인이 직접 나와서 게송을 읽어보았다.

당장에 화를 낸 홍인은 신짝을 벗어 혜능의 게송을 박박 지워버렸다.

“이건 깨달음의 깨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송이다.”

다음날 홍인은 절의 살림을 살핀다는 핑계로 방앗간에 나갔다. 때마침 혜능은 허리에 무거운 돌을 달고 방아를 밟고 있었다.

“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모든 어려움을 이겨야 한다. 그 래, 쌀은 좀 익어가느냐?”

“예, 쌀은 익은 지 오래되었으나 키질을 아직 못하였습니다.”

씨박힌 문답이었다.

홍인은 대답대신 지팡이로 방아를 세 번 두드리고 다른 곳으로 갔다.

혜능이 스승의 뜻을 짐작하고 그날 밤 삼경에 조실을 두드리니 홍인은 이미 기다린 지 오래였다.

발을 내려 빛을 차단하고 법문을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키질이 시작된 것이다.

홍인이 금강경을 설명해나갔다. 환희의 범벅 속에서 흥분을 이기지 못한 혜능은 당장에 게송을 지어 바쳤다.

홍인은 마침내 혜능의 오도를 인가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너는 제6조가 되었다. 너에게 의발을 주마.”

한밤중에 전법을 마치니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촛불 아래에서 전법게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뜻 있는 곳에 씨가 내려 / 인연 닿는 곳에서 열매를 맺네

뜻없이는 씨도 없으니 / 성품이 없으면 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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