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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 전기성 한양대 교수

 

지난 달 13일 수원지법은 하남시장이 제기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수리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제정 때부터 논란이 돼온 주민소환법이 부실 입법임을 확인하는 판결이었다.

 

판결문의 취지는 “서명부에 반드시 기재해야 할 청구 사유가 없고, 그 결과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유효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제 제기는 판결보다 훨씬 앞선 입법 당시부터 입법학자인 한 노교수가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전기성 교수(69)다. 그는 그간 논문과 기고, 강의를 통해 이 법률의 폐지 또는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주민소환법은 핵심 사항인 청구사유가 규정되지 않고 절차 사항만 규정한 절차법으로 마치 형법과 민법과 같은 실체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을 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중대한 입법 미비는 법의 실효성이 문제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래서 그는 이 법을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급발진법’ 혹은 주민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갈등조장촉진법’이라 부르고 있다.

 

심지어 전교수는 얼마전 모방송국 심야토론에 나가 ‘제초제 법’이라고 폄하시켰다. 게으른 농부가 잡초와 피를 손으로 호미로 뽑지 않고 극한 처방인 ‘제초제’로 일거에 제거하기 위함인데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을 것이라는 역설이다.

 

 

 

“부실입법 확인 주민소환법 즉각 개정·폐지해야 마땅”
 

 

 

 

◆전교수의 지적처럼 전국 첫 ‘주민소환투표’가 절차상 불법으로 판결났다. 그러나 주민대책위는 주민소환을 재추진하고 있고 하남시장은 청구취지와 이유가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며 2라운드에 돌입했는데 어떤 해법으로 양측의 갈등을 잠재우고 하남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가?

하남시 문제는 간단하게 보지말고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 하나는 지방자치법이고 또 하나는 장사시설 문제로 봐야하는 것이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이 두가지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 문제가 비롯됐다. 지금이라도 광역장사시설계획을 거둬들이고 그 대신 1~2기를 설치하는 소규모 계획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되면 정책이 없어지고 주민소환 대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하남시장이 철회하면 한발 양보해야 한다. 영원한 갈등의 도시, 화장장의 도시가 돼 낙인 찍히는 건 곤란하다. 광역장사시설은 오는 10일 청주시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제 양측이 손을 잡고 수도권 인접지역이자 그린벨트 94%라는 지역 여건과 한강과 백제의 유적지라는 특수성을 살려 새로운 역사도시 등 새로운 정책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

◆광역장사시설을 포기하고 1~2기 소규모 시설로 계획을 수정할 때 주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겠는지?

하남시장은 정중하게 시민들에게 사과하면서 그 소규모 시설을 ‘시청 내’에 설치하겠다고 공표하면 된다. 법에 공공기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을 넣으면 간단하다. 일본 동경에는 25개의 소규모 화장시설이 있고 미국에는 대학 캠퍼스내에 납골당이 있다. 시청내 화장장을 설치했다고 가정하자. 화장장 신고가 들어오면 그날 당일 아침 시장 국실과장은 이 유족들을 정중하게 맞아들인다.

화장하는 1시간 20여분 동안 고인의 종교에 따라 불경 찬송가를 들려주고 고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틀어준다. 고인의 일생을 보면서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경건하게 죽음이 삶의 연장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거다. 인성교육도 된다. 우리 헌법에 산사람은 주택 규정이 있기 때문에 죽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태어나면 출생 신고를 기초단체장한테 하고 그 단체장은 주민등록부와 호적을 만들어 주민세를 받는다. 일생동안 우리는 세금을 내고 살면서 자치단체 발전을 위해 참여하게 된다. 또 죽으면 사망신고를 또 단체장한테 내고 매장 화장신고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달라진다. 죽고 나면 화장터가 없으니까 단체장은 ‘난 몰라라’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차분하게 먼저 광역 화장장 제도와 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자치단체장은 자기 지역내에 장사시설을 설치할 책임이 있다. 하남시장은 인구 13만명을 위한 화장장을 설치하지 않았다.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김황식 하남시장은 “돌에 맞아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혐오시설임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이 시설을 통해 재정 수입을 얻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인근 지역의 화장장 설치 권리와 의무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광주 용인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논리가 성립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현실상 불가능하다. 하남시장과 시민이 겪는 고통은 잘못된 정책과 법으로 인해 전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을 대신 겪는 것이다.

◆도가 제시한 2천억원의 인센티브가 사실 독인데 김황식시장이 이를 너무 쉽게 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 주민소환법의 치명적 결함에 대해 누누이 지적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부실한 내용을 말해달라.

우선 헌법이 보장한 선거제도와 지방자치, 재판제도를 부정하는 법이다. 하남시장의 예를 들면 김시장이 시장선거에서 얻은 표는 2만4천151표다. 그런데 주민소환법은 선거권자의 15%인 1만5천56표(선거권자 총 10만5천56명)이 서명해 제출하고 선거위원회가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면 즉시 직무가 중지된다. 또 선거권자의 1/3이상이 투표해 유효포의 과반수인 1만7천510표를 얻으면 시장은 즉시 해직된다.

자기 득표수보다 훨씬 적은 표로 직무를 정지시키고 옷을 벗기는 건 히틀러 시대에나 있는 것이다. 이 법은 아예 수필을 쓴거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긴 작문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 법은 의원 발의 때 ‘청구 사유’가 있었다. 그런데 행자부의 모씨가 빼서 후다닥 통과시킨 것인데 결국 이 것이 치명적 하자가 됐다. 국회 문제는 공포한지 2주일만에 또 법률안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국민이 봤을 땐 발의하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고 올 8월 또다시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는 1년이 지나는 동안 심의도 않았다. 하남 사태를 즐겼다고 볼 수 있다. 의원 발의로 만든 법을 가결 부결도 없이 입장 정리도 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부실한 내용을 더 말해달라.

주민소환 절차에 드는 비용 문제다. 이 법은 전부 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자치단체는 예비비에서 충당한다. 예비비는 천재지변이나 위급한 상황 발생 때 쓰는 돈이다. 하남시의 경우 예비비는 15억인데 이미 6억원을 썼고 앞으로 또 얼마가 들어갈지 모른다.

 

무효가 되거나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의 혈세를 지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선거운동 기간도 문제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은 23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선거는 14일이다. 그런데 소환을 결심한 후 벌이는 소환운동 기간은 25일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만든 법인지 한심하다. 공직자의 명예훼손도 문제다. 공직자는 주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공직을 수행한다.

 

그런데 소환 서명기간과 투표운동기간에 공직자에 대한 온갖 문제가 과장되게 노출되기 마련이다. 공직 개인뿐만 아니라 이후 공직 수행에 결정적 피해를 주지만 소환이 실패하더라도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개정 또는 폐지해야 되나.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절대적이다. 즉시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원 상당수가 이 법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시행을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는 즉시 법률개정안을 심의, 국회 입장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취할 자세다. 개정에 시간이 걸리면 시행을 보류하라는 권고를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해야하는데 그것조차 없어 안타깝다.

 

총체적인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대안이라면 청구사유 또는 그 기준을 정하고 청구자의 재정부담, 갈등조정기구의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또 주민소환법을 페지하고 그간 도입된 주민투표 청원제도 지도감독제도 등을 합리적인 내용으로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

 

또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법정시설 또는 선거때 제시한 공약은 청구 사유가 절대 안된다는 것을 명시 해야 한다.

◆입법 학자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면.

지금의 지방자치는 얼치기, 2할 자치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이 120%인데도 50%대의 주택공급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는데도 도지사의 의도는 반영할 방법이 없다. 표면적 정책으론 지방분권으로 포장하면서도 ‘다만, 다른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않다’는 ‘다만 법’에 묶여 지방자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스스로 중앙집권 행정에 익숙한 의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중앙에 당당하게 그리고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 지방과 관계된 모든 법령에 조례로 정하는 규정을 넣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만 법’과 ‘2할 자치’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제2 제3의 주민소환법이 나와도 어쩔수 없다.

◆마지막으로 하남시장과 시민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비가 오고 난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 김황식시장은 지방자치와 장사법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하루빨리 광역장사시설을 철회하라. 시민들은 김시장이 이렇게 용단 내렸을 땐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은 더 크게 시발전을 의해 노력해야 한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 인제 빙어축제, 전남 함평 나비축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재정자립도 10%대인 이들 시골 군소재지가 이 축제 하나로 연간 500여억원의 돈을 끌어들인다면 믿겠는가. 하늘이내려준 ‘그린벨트’와 ‘백제의 숨결’이 면면히 흐르는 ‘역사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화장장은 1~2의 소규모로 시청내 설치하면 금상첨화다. /정리·대담=김동섭 정치부장 /사진=조병석기자

 

 

전기성 한양대교수는...
 

전기성 교수(69)는 늦깍이 입법학자다. 늦은 세월만큼 학문의 열정과 성취 욕구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56학번 고려대 법대 출신이지만, 94년 쉰 넷의 나이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한양대에서 도시법규 강의를 시작했다.

 

한국입법학회 부회장인 그는 지난 2005년 “신행정도시건설특별법은 무적(無籍 )법률”이라면서 국회청원을 내면서 학문적 유명세를 치렀다. 전 세계 187개국의 헌법을 샅샅이 훑어 85개국의 ‘수도 규정’을 찾아낸 것인데 이 논문 발표 후 국내 내노라하는 변호사와 입법학자로부터 갈채를 받았고 각 언론사마다 앞다퉈 대서특필 했다.

 

입법고문 제도 역시 그의 발상이며 국내 최초 ‘자치법규입안 기준표’를 만들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권고했다.
이 기준표는 입법 발의전 입법의 필요성과 시행 가능성,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져 법규로 인한 한 치의 불편도 없도록 한 것인데 무려 101개의 항목을 한국적 실정에 맞게 만들어 기염을 토했다.

 

주민소환법과 추모문화시설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내는 등 이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근래 ‘자치 발전’이란 입법 조례 월간지에 ‘전기성의 조례사랑 이야기’란 고정 컬럼을 연재하고 있다.

 

다소 딱딱한 조례 이야기를 읽기 쉽게 수필처럼 매달 한 편 씩 연재하는 것이다. 그는 “몇 년을 쓰다 죽을지 모르지만 계속 쉼 없이 쓸 것”이라면서 “완벽하고 철저한 법과 제도, 조례를 만드는 의원들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컬럼 덕에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지방의회 의원 발의만을 심사하는 ‘우수 조례상’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희망제작소 부설 조례연구소 운영위원, 서울시 입법고문을 맡고 있다.

 

또 국민의정부 대통령소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산업건설분과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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