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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극단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희생 당한채 살아가는 ‘우리의 아버지’ 삶 조명
가족·회사 위해 몸소 바친 열정의 그 끝은 외로움
극 절정 치닫자 객석 울음바다… 뜨거운 가족애 느껴

 

성공을 갈망한 우리네 아버지

“뜨거운 가족애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전무송 예술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극이 절정으로 치닫자 객석에선 약속이나 한 듯 소리죽인 오열이 들려왔고 그 뜨거운 눈물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제는 묵은해가 돼버린 지난 12월28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전무송)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장용휘)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이 사회에 억압당하고 희생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 공연이었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가 쓴 이 작품은 널리 알려진 바대로 성공을 꿈꾸던 늙은 세일즈맨의 슬픈 몰락을 다룬 작품이다.

평생을 몸 담아온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날아든 해고 통보, 20년 넘게 붓고 또 부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집의 할부금,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못한 두 아들….

극은 성실했지만 이제는 늙고 힘없는, 더 이상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늙은 세일즈맨 노만수(전무송)의 삶을 조명한다.

역시 이번 작품에서 주 관람 포인트는 주인공 노만수 역을 맡은 ‘배우 전무송’의 연기였다.

도립극단 배우들과 함께 처음 무대에 오른 전 감독과 단원들과의 연기 앙상블은 관객은 물론 함께 무대에 서는 단원들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이미 지난 1984년, 2005년 두 번의 ‘윌리 로먼’을 연기한 바 있는 전 감독은 이번 무대에서도 몸에 꼭 맞는 옷을 맞춰 입은 듯 노련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중간중간 회한 섞인 독백을 토해내다가도 짜증스러운 듯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을 반복할 땐 너무도 리얼한 연기에 실제인 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장남 노준형 역의 한범희 단원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노만수의 장남으로 다시 태어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특히 그가 아버지와 힘겹고 아프게 화해하며 오열하는 장면에선 울음을 참기 힘들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쉼 없이 반복된, 과거(회상)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표현기법도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단, 막이 오르기 전 주최측의 실수로 상당수 관객들이 객석에서 우왕좌왕하며 좌석을 찾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마구잡이로 뿌려진 초대권으로 인해 몇몇 관객들은 막간 휴식 없이 진행된 1시간45분 동안 간이의자에 앉아 공연을 보는 등 불편함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그저 외로운 아버지들의 슬픈 결말로 간단히 치부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극 속에서처럼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나와 우리네 가족,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생존하는한 작품이 가진 빛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명작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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