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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농업,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전문성 부족 농업인 지원센터 절실
찬물 끼얹는 농진청 폐지 재고돼야

 

지난해까지 2년간 연이어 우리 농촌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프로젝트의 주제가 여성농업인 문제와 직거래 종사 농업인들을 위한 서비스 코칭이어서 2년 동안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각지의 농촌을 돌아다니면서 농산물을 사고 농촌민박을 체험하며 수십명의 농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농촌 현장을 관찰하고 조사를 수행하면서 예상 밖으로 놀랐던 것은 농업인들도 이제 도시민 이상으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농사철만 지나면 한가하고 여유로운, 그래서 늘 인심 후한 마음의 고향으로 기억되던 농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나이 쉰, 예순이 넘은 반백의 농업인들마저도 경쟁과 효율, 생산성 향상과 창의력, 그리고 고객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고 있고 국가간 시장이 개방되는 이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서 대형 유통업체나 값싸고 질 좋은 외국 수입 농수산 식품과 경쟁하려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농업인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농업인들도 도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자 및 공급자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과정, 즉 기술 개발, 상품 기획, 유통과 판매, 고객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기업과 달리 부부 중심의 소규모 경영체이다. 당연히 여러 영역에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한데다 고령자가 많아 유난히 적응도 더디다.

이들 농업인들을 위해 실질적인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문제를 연구해서, 현장에서 지도하는 곳이 농촌진흥청이다.

천안에서 배 농사를 짓는 50대 강모씨는 도시에서 15년 넘게 치킨튀김집을 운영하다가 어릴 때 살던 고향으로 귀향한 농업인이다.

그는 품종개량과 해충방제에서부터 인터넷을 통한 상품판매와 홍보, 배 주스 가공, 작물보험 가입과 대출관리,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한 고객관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농진청의 연구 개발 결과를 보급하는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

1 년에 평균 한 달 이상을 교육과 견학에 투자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농업기술센터나 관련 기관의 농촌지도사나 생활지도사에게 달려간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명이 연대해 연구기관에 연구해 줄 것을 건의하거나 시책변경을 요청한다. 물론 이 모든 교육과 조언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무료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18개 외청 중 유일하게 폐지대상에 포함됐다.

인수위는 농촌·농업 분야 연구와 지도로 양분된 농진청의 기능 중 지도 업무는 농림부에 흡수시키고 연구 기능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40년 넘게 사용된 농촌진흥청이란 이름은 사라지게 됐다.

농진청이 폐지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농업인들은 믿고 의지하던 농촌고나련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해서 걱정이 많다.

연구가 더 활성화되고 연구 성과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연구들이 농업인들이 필요한 연구에 우선 초점을 둘 것인가? 연구 성과를 농업인들이 지금과 같이 내 집처럼 드나들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드는 검사료 연 20만~30만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그런 연구성과 활용 비용, 소위 R&D 비용을 투자할 농업인이 몇이나 될까? 지금처럼 현장으로 달려와 달라고 밤늦게 개별적으로 누구에게 전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새로운 기관이 돈보다 농업인을 위한 연구를 해줄까?

농업인이 의지하는 농촌진흥청의 위상변화는 개방과 경쟁 대세론 속에 적응하려고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나는 우리 농업인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다. 왜 우리 모두가 우리 농업과, 농촌과, 농업인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는 않겠다.

우리 농업과 농촌과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 온 농촌진흥청의 폐지 또는 출연기관화는 재고해야 된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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