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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타협과 통합의 정치

18대 총선 시장파 압승 진보세력 민주파 위축
이명박 “친이·친박 없다” 계파없는 화합정치 기대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보수 세력인 시장파(市場派)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반면 개혁·진보세력인 민주파는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나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역사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날개로 변증법적인 발전을 지속해 간다. 투표 참여자들이 행정부에 이어 국회 지배권마저 다시 시장파에게 넘긴 것은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달라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시장파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기존의 권력자들보다 훨씬 거대하며 기동성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 계급인 상인들이 부를 분배하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고안해 냈는데,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생”이었다며, 3천 년 전에 출현한 이 두 가지 묘안은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오늘날에 이르러서 이 두 가지 방식의 영향력은 범세계적으로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개의 결합된 형태가 바로 시장민주주의이다. 우리니라에도 시장민주주의가 도입된 지는 반세기 이전이다.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을 통해 ‘한국호’의 선장과 선원이 시장파로 바뀐 것은 시장의 획기적 발전을 바라는 투표 참여자의 의지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난 15년의 민주파 시대를 제외하면 전 기간이 시장파 시대였다.

 

시장파는 그 동안 경제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반면, 민주파는 경제에서는 큰 소리 칠 처지가 아니지만 민주주의는 아시아 모범국가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시장민주주의 기반이 튼튼해진 것이다.

시장파의 집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민주파 시대는 지난해 대선으로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일치된 예측이 있었다. 다만 민주파가 이를 확신하지 못하고 준비를 소홀히 했을 뿐이다. 권력이 시장파에 넘어 갔다고 해서 보수독점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보수 착시 현상’이다. 총선 이후의 한 여론조사는 우리 국민은 아직도 자신을 진보라고 믿는 계층이 23.1%, 보수라고 믿는 계층이 27.3%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념지도에도 불구하고 총선 결과가 시장파(범보수) 204명, 민주파(범진보) 95명으로 나타난 것은 너무 낮은 투표 참가율 46%에 기인한다. 이처럼 공직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지만 그 결과물을 찬찬히 따져보면 나름의 시사점이 많다.

 

시장파의 거점인 영남에서도 민주파가 몇 사람 당선되었다던가, 충청 지역에서는 시장파가 남북 도를 통틀어 한 사람만 당선되는 비토 대상이었다. 더구나 한나라당 당선자 153명 가운데는 전 대표 박근혜 파가 다수 있다.

 

이번 총선거는 박근혜 선거였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는 당 안팎에서 큰 힘을 발휘했고, 앞으로 정국 운영에서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근혜 세력은 여당 내의 야당 같은 존재로 우뚝 서 있다. 이 같은 기현상은 87체제의 불안정성에서 유래한다.

 

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이때부터 정당정치는 실종된 거나 마찬가지다. 1987년 이후 20년 동안 오늘의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당명이 바뀌었고, 오늘의 야당인 통합민주당 역시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국민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왔다.

 

그만큼 정당 정치를 복원하고자 꾸준히 변화를 시도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두 당 모두 본질에서는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정당의 무력화는 경선과 공천 갈등 현상을 유발했다. 경선이나 공천 탈락자가 스스로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상당수는 승리했다. 이는 유권자 또한 정당정치를 가볍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87체제 문제점의 극복은 개헌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개헌’이란 두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안에 어디 친이, 친박이 있느냐. 총선 결과를 보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며 당내 계파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말이나 정치는 현실이고, 현실에는 박근혜가 존재한다. 그는 미래 권력에 관심이 크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당내 사정을 감안,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타협과 통합은 박근혜라는 대권 경쟁자뿐만 아니라 야당과 ’호남·충청권‘에도 적용될 말이다. 더구나 54%라는 투표 불참파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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